기사최종편집일 2024-07-04 0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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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s 인터뷰] 추상미 "'폴란드로 간 아이들', 감독 활동의 좋은 토양"

기사입력 2018.11.04 07:30 / 기사수정 2018.11.03 23:39


[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배우 추상미가 '폴란드로 간 아이들'을 통해 연출에 나섰다. 세상을 바라보는 추상미의 따뜻한 시선이 79분의 작품 속에 고스란히 담겼다.

10월 31일 개봉한 '폴란드로 간 아이들'은 한국전쟁 중 폴란드에 보내졌다가 다시 북한으로 송환된 전쟁고아와 이 아이들을 돌본 폴란드 교사들의 자취를 담은 장편 다큐멘터리 영화다.

'폴란드의 아이들'은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돼 가까이에서도 관객들을 만나기도 했다. 당시 태풍 콩레이가 부산 지역을 지나면서, 예정됐던 관객과의 대화(GV)가 대부분 취소됐던 상황이었다. 추상미는 좋지 않은 상황임에도 7명의 관객이 극장을 찾았다는 소식을 들었고, 악천후를 뚫고 극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실제 추상미의 앞에는 150여 명의 관객이 자리해 놀라움을 안겼다.

추상미는 "이 얘기는 백 번을 해도 재미있더라고요. 정말 감동이었죠. 놀랐어요"라고 웃으며 말을 꺼냈다.

"관객 분들이 훌쩍이시면서 영화를 보시더라고요. 몰입해서 보신다는 안도감이 들었어요. GV 당시 탈북민 출신 관객이 증언도 해주셨는데, 본인이 어린이집 선생님이라면서, 통일이 되면 북한에 가서 그 일을 하고 싶다고 하시더라고요. 폴란드 선생님이 아직도 아이들을 사랑해주셔서 감사하다고 우시는데 그 GV를 통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됐어요."


본래 추상미는 극영화 '그루터기'를 준비하고 있었다. '폴란드로 간 아이들' 속에는 이 과정이 담겨 있다.

추상미는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폴란드로 간 아이들'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이 얘기를 꺼낼 수밖에 없다"며 출산 후 산후우울증을 앓았던 사연을 털어놓았다.

"산후우울증 증상이, 세상 모든 아이가 내 아이 같이 느껴진다는 것이거든요. 우연히 어느 날 북한 꽃제비의 실상이 담긴 방송을 봤는데, 너무 슬펐었어요. 그리고 이 시기에 한 출판사에서 1500명의 한국전쟁 고아가 폴란드로 보내진 비밀 실화를 접하게 됐어요. 우연이었지만, 운명 같았죠. 70년 전 아이들을 떠올리면서 눈물을 흘리는 폴란드 선생님의 모습을 보니 그게 무슨 감정이었을지 궁금하더라고요. '이 교사들과 아이들 사이에 어떤 유대관계가 있을까?'라는 궁금증이 생겼고, 그렇게 폴란드로 떠나게 됐어요."

그렇게 추상미는 '그루터기' 오디션 현장에서 만났던 탈북소녀 이송과 폴란드 프와코비체로 향했고 폴란드에서 한 달, 또 서울에서의 한 달 등 촬영을 이어갔다. 2년여의 작업은 그렇게 '폴란드로 간 아이들'로 완성됐다.

추상미는 "이런 기록 영화는 내가 작업하는 것이 아니더라도, 꼭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기록으로 남길 수 있는 기회가 제게 주어졌잖아요. 그리고 그걸 해내야 하는 사명감이 들었고요"라고 말했다.

담담하면서도 몰입도 높게 그려진 '폴란드로 간 아이들' 작업 과정을 떠올린 추상미는 "폴란드에서 인생에 굉장히 중요한 것들을 가르쳐주신 분들을 만났던 것 같아요. 인생의 멘토를 만난 것 같기도 하고요. 영화감독으로 출발하는 저의 입장에서는 좋은 토양이 된 것 같다고 생각해요. 그러면서 제 우울증도 극복이 됐고요. 행운이었죠. 그 과정이 작업하는 과정동안 잘 어우러졌던 것 같아요"라고 미소를 보였다.


1994년 연극 '로리타'로 데뷔 이후 무대와 브라운관, 스크린을 누비며 존재감을 드러내왔던 추상미는 2010년 첫 공연을 앞두고 공황상태에 빠진 여주인공의 복잡한 심리를 다룬 단편 영화 '분장실'로 첫 연출에 나선 뒤 3건의 계약을 완료해야 하는 보험설계사의 하루를 그린 두 번째 단편 '영향 아래의 여자'(2013) 등을 통해 감독으로의 역량을 발휘한 바 있다.

2009년 드라마 '시티홀'을 끝으로 연기 활동을 멈추고 있는 추상미는 당분간은 '감독 추상미'로의 행보를 계속한다는 계획이다.

"배우로 작품에 참여할 때보다 제가 하고 싶은, 어떤 내 안의 목소리를 표현한다는 부분에서 좀 더 책임감이 있는 것 같아요. 배우일 때는 그게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미지 관리 때문이었을까요. 무언가의 벽이 있던 부분을 무시할 수 없었거든요. 지금은 훨씬 더 나의 모든 것을 드러내놓고, 굉장히 솔직하고 투명하게 전달해야 하는 것이잖아요. 또 그러면서 소통도 훨씬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요."

'그루터기'는 현재 시나리오 3고까지 나온 상태다. 작품을 향한 추상미의 열정도 계속될 예정이다. 추상미는 "각색 단계를 거치고 하면 1년 정도 더 걸리지 않을까요"라고 내다봤다.

추상미는 "제가 전쟁을 겪은 세대는 아니지만, 통일이 돼야 하는 개인적 이유가 생긴 것 같아요. 보시는 관객 분들도, 거대한 담론이 아닌 개인의 이야기로 영화를 받아들여주셨으면 좋겠고요. 우리들의 상처가 버려지는 것이 아니라, 이것으로 인해 좋은 것들이 더 나올 수 있고 아름답게 전환될 수 있는 용기와 희망이 생길 수 있다면 제일 좋을 것 같아요"라는 바람을 함께 덧붙였다.

slowlife@xportsnews.com / 사진 = 커넥트픽쳐스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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