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유은영 기자] 정서경 작가와 류성희 미술감독이 '아가씨'에 대한 모든 것을 밝혔다.
26일 방송된 JTBC '방구석1열'에서 박찬욱 감독의 영화 '아가씨'를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정서경 작가는 원작 소설 '핑거 스미스'를 '아가씨'로 각색하게 된 계기에 대해 "박찬욱 감독님이 6년 전쯤 원작 소설을 보여주며 제안해주셨다"고 말문을 열었다.
정 작가는 "소설을 읽고 너무 재밌어서 못하겠다고 했다. 재미가 없었으면 창작욕이 불타올랐을 텐데 여기서 뭘 더 고쳐야 더 나은 이야기가 될까 잘 모르겠더라. 그래서 거절을 했는데, 2년 후 다시 한번 생각을 해보라고, 결말을 다르게 하면 되지 않을까 하더라"고 말했다. 이어 정 작가는 "우리가 재미를 느끼는 부분은 1부까지고, 그 이후로는 두 사람이 잘되기를 바랐다. 복수를 했으면 좋겠다 싶어서 다시 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정 작가는 작품의 배경으로 '일제 강점기'를 택한 이유에 대해서 말했다. 정 작가는 "원작의 배경인 빅토리아 시대는 노동자 계층과 고전적인 귀족들이 동시에 존재했던 시기다. 충돌로 인해서 많은 문학 작품이 탄생했다. 우리나라는 산업혁명에 해당하는 시기가 없어서, 어떤 시기를 해야 할까 고민이 있었다. 신분제도가 존재하면서 식민지라는 특수성이 강한 일제강점기를 택하게 됐다"고 밝혔다.
또 그는 극 중 숙희(김태리 분)가 히데코(김민희 분)를 아기 다루듯이 하는 모습들에 대해 "둘째가 걸어 다닐 때쯤 작품을 쓰고 있었다. 그때 '나 사랑이 뭔지 이제 알 것 같다'고 깨달은 시기였다. 사랑이란 누군가를 아기로 삼는 것, 누군가에게서 엄마를 찾는 것이구나 싶었다. 그런 믿음 속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그래서 탄생한 대사가 '여지껏 내 손으로 씻기고 입힌 것들 중에 이만큼 이쁜 것이 있었나?'다. 아이를 안 키웠으면 못 쓰지 않았을까"라고 했다.
이날 변영주 감독은 '아가씨'의 주연인 김민희에 대해 "인생 연기를 펼쳤다"고 말했다. 변 감독은 "'아가씨'를 보며 김민희라는 배우가 이제 훨훨 날아가는구나 느꼈다. '화차'에서 김민희는 분량이 많지 않지만 반짝이는 순간이 있었다, '연애의 온도'에서 한 편의 영화를 책임지고 끌고 갈 수 있는 배우가 됐구나 싶었다. '아가씨'에서 김민희는 그녀의 낭독이 하나의 이야기가 되는 힘을 가져서 되게 놀랐다"고 말했다.
변 감독은 이어 "어느 날 김민희가 전화 와서 '아가씨' 때문에 박찬욱 감독 만났는데 아직까지 비밀인데 나한테 얘기하고 싶어서 전화드렸다고 하더라. 그때 그녀의 목소리가 상기된 느낌이었다. 굉장히 축하해줬다. 잘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다"고 덧붙였다.
변 감독은 극 중 코우즈키를 연기했던 조진웅에 대한 칭찬도 덧붙였다. 변 감독은 "조진웅은 단 한 순간도 괜찮아 보이는 신이 없잖나. 그걸 완벽하게 (연기를) 했기에 해피엔딩을 극대화한다. 한마디로 '어그로를 끄는 역할'이다. 그런 느낌의 연기가 좋았다"고 밝혔다.
류성희 미술감독은 '아가씨'의 중요 배경이 되는 코우즈키의 서재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고 했다. 류 감독은 "서구적인 디자인과 일본적인 디자인이 섞인다는 건 (박찬욱 감독과) 합의가 돼 있었다. 근데 도서관 같은 곳이 있고 일본 다다미가 있으면 그걸 그리스 야외극장처럼 계단으로 연결이 돼 있잖나. 쳐다보는 사람이라는 게 이 공간에서 중요하기 때문에 도코노마에 홀로 꽃처럼 앉아 있다. 근데 거기까지는 콘셉트를 잡았지만, 뭔가 조금 아쉬움이 남더라"고 말했다.
류 감독은 이어 "그게 뭔지는 잘 모르겠더라. 그러던 와중에 일본 헌팅을 가서 일본 정원을 봤다. 일본 정원은 한국 정원과 굉장히 다르다. 한국은 자연과 조화롭게 하지만 일본은 하나의 세계를 만든다. 코우즈키는 일본인이라고 믿고 싶어 하니까 일본 정원을 서재로 가져오자고 했다"면서 "뭔가 속을 들춰버리고 싶은 느낌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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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영 기자 y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