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0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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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자도 이젠 '전문화시대'

기사입력 2005.08.20 02:06 / 기사수정 2005.08.20 02:06

서민석 기자

대타 못지않게 승부처에서 중요성을 인정받고 있는 '대주자'

경기 후반, 덕아웃은 항상 분주하다. 이기고 있는 팀은 승리를 굳히기 위해 대수비를 기용하여 이긴 상태로 경기를 끝내려 하고, 지고 있는 팀 입장에선 추격하기위해 대타를 기용한다. 끈질기게 승부의 끈을 놓지않는 것이 경기 후반의 모습이다. 하지만, 이러한 승부처에서 빠질수 없는 '히든 카드'가 있으니 그 이름은 바로 '대주자'. 

과거에는 대주자를 전문적으로 하는 선수들을 찾아보기 힘들었고, 단지 방망이가 약하거나 주로 젊은 선수들이 주로 주전에게 밀려 벤치를 지키고 있다가 경기 후반에 기용되는 것이 의레적인 '대주자'의 몫이었다.

그러나 현대야구에 접어들면서 마운드에서 선발-마무리 이외에 미들맨의 중요성이 강조되듯 공격에서도 대타-대수비와 같은 백업멤버와 더불어 대주자의 중요성 역시 커지고 있다. 최근 들어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는 대주자. 8개 구단 중 유난히 돋보이는 대주자들에 대해 간단히 살펴보기로하자.

차세대 '두산 톱타자' 는 나의 것 - 두산 윤승균


<두산 윤승균>

두산 윤승균은 대주자 중에 단연 첫 손에 꼽히는 선수다. 8월 18일 현재 28개의 도루로 풀타임 주전으로 뛰고 있는 이용규(27개)-정수성(26개)-이종범(22개)등의 쟁쟁한 대도들을 제치고 당당히 도루 부분 2위에 랭크되어 있다.

올 시즌 홍익대를 졸업하고 두산에 입단한 윤승균은 신인으론 이례적으로 코치의 사인없이 도루가 허용되는 '그린라이트'를 부여받았지만, 타격에 있어선 76타수 12안타 0.158의 타율이 말해주듯 아직은 보완해야할 점이 많은 선수이다. 그렇기때문에 최경환-임재철-전상열(김창희)로 짜여진 외야진의 한 자리를 꿰차지 못하고 주로 경기 중-후반 대주자로 기용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그러나 과거 정수근(현 롯데)신인시절과 흡사다한 점은 앞으로 윤승균 역시 두산의 톱타자로 부상할 희망적인 요소를 내포하고 있음에 틀림없다. 당시 정수근의 경우 대부분의 경기를 대주자로 출장. 25개의 도루를 기록한 후 96년부턴 1번타자 김민호에 이은 2번타자로 출장을 시작한 이후 기어이 톱타자 자리를 꿰차 올해까지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최경환-전상열-장원진과 같은 30대 중-후반 외야수의 세대교체가 절실한 두산. 그가 앞으로 대주자에서 주전으로 도약할지 아니면 계속해서 대주자로만 활약할 것인지는 결국 그의 피나는 노력에 달려있는 것이다.


지난 해 '한국시리즈'의 실수를 계기로 더 성숙해진다 - 삼성 강명구


<삼성 강명구>

3승 3무 2패로 현대가 우승을 1승만은 남겨둔 한국시리즈 9차전.

8:1로 현대가 일방적으로 앞서던 경기. 개다가 경기 중 억수같이 쏟아지는 폭우로 경기장상태가 최악인 가운데, 삼성선수들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8회초. 8:6까지 추격하고 이어 무사 1-2루 찬스를 만들었다. 이 때 1루 대주자로 들어간 선수가 강명구. 

다음타자 조동찬의 우전안타가 나오자 우익수 심정수(현 삼성)의 강한 어깨를 고려해 3루코치는 2루주자에게 멈추란 사인을 냈다. 하지만, 1루주자 였던 강명구가 앞도 보지않고, 2루를 거쳐 3루를 내달렸다. 3루에 서있는 주자를 보고서야 상황파악이 된 강명구는 뒤늦게 귀루를 시도했으나 때는 이미 늦었다. 결국 이 주루사 하나로 그는 소속팀의 극적인 역전우승을 내동댕이친 격이 되고야 말았다.

어찌보면 선수생활에 고비가 될 수도 있었던 주루사였지만 지난 시즌은 분명 그가 한 단계 성숙하게 된 한 해였다. 비록 잠깐이었지만 플레이오프에서 허벅지부상을 당한 주전 2루수 박종호를 대신해 한국시리즈 주전 2루수를 무난하게 소화하는 등 기량이 급상승한 것이다.

비록 김한수-박종호-박진만-조동찬으로 이어지는 '국가대표급' 내야진에 가려 올 시즌도 주로 대주자로 기용되곤 있지만, 15개의 도루로 이 부분 11위에 랭크됐다. 팀에서 없어서는 안될 소금같은 존재로 올 시즌 자신의 존재 가치를 알리고 있다. 게다가 풀타임 주전인 조동찬(12개)-박한이(11개)보다 많은 그의 도루수는 발빠른 선수가 많지않은 삼성 입장에선 경기후반 그의 빼어난 주루센스가 빛을 발할 때가 많다.

비록 지금 당장에는 '대주자'로 뛰고 있지만, 내야수론 드물게 우투좌타라는 장점. 아직은 무르익은 타격기술은 아니지만, 짧게 끊어치는 능력이 있다는 점에서 차세대 삼성 내야진의 한 자리를 꿰찰 가능성이 강명구. 앞으로 그의 활약에 큰 기대를 해도 괜찮을 듯하다.

치열한 LG 외야진을 뚫고 주전으로- LG 이대형




이대형의 주루플레이를 보고 있노라면, '정말 빠르다' 는 탄성이 절로 나온다. 공식적인 그의 100m 기록은 11초 플랫. 컨디션이 좋을 때에는 10초 후반도 가끔 나온다고 LG 관계자는 말한다.
 
올 시즌 '도루하는 4번타자' 박용택(35개, 도루 1위)와 더불어 LG의 뛰는 야구의 선봉에 서있는 이대형은 LG가 110개의 팀 도루로 이 부분 2위 기아(89개)를 넉넉하게 제치고 1위를 달리는데 결정적인 공헌을 한 일등공신이다.

올 시즌 프로 3년차인 이대형은 이병규-박용택-용병으로 짜여진 기존 외야진에 본인과 스타일이 비슷한 오태근-이용규. 그리고 올 시즌 루키외야수 정의윤의 입단으로 시즌 개막 때 부터 주전자리를 꿰차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와 스타일이 비슷한 이용규가 LG로 트레이드가 되고, 용병 클리어가 들쭉날쭉한 기량을 선보이면서 시즌 초 대주자로 주로 기용되던 그는 최근 들어 점점 출장하는 빈도수가 잦아지고 있다.

8월 18일 현재 74타수 19안타(0.257)로 그다지 발군의 타격감각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지만, 평범한 땅볼을 안타로 만들고 왠만한 단타도 2루타로 만드는 그의 '빠른발'과 더불어 그가 대주자로 나가기만 하면 상대팀 내야진을 뒤흔드는 능력은 가히 위협적이라고 할 수 있다.

소속팀인 LG는 현재 로 4강에서 멀어졌지만, 빠른발과 정교한 타격을 앞세운 이대형의 성장은 분명 미래의 LG의 희망임에 틀림없다. 이제 대주자와 같은 조연에서 막강 LG 타선의 한 자리를 그가 꿰찰날도 멀지 않은듯 하다.


이젠 대주자를 넘어 주전으로

사실 위에 언급한 세 선수의 경우 젊다는 것과 타격에 있어 약간의 발전만 있다면 당장에 주전자리를 꿰찰수 있는 능력있는 선수들이다. 특히나 점점 FA계약등으로 선수들이 도루와 같은 '허슬플레이' 대신 몸을 사리는 플레이에 치중하는 요즘. 한번만 하면 유니폼이 흙으로 물드는 도루를 스스럼없이 시도하는 그들의 투지에서 우리나라 야구의 앞날은 밝아 보인다.

이젠 '대주자'를 넘어 소속팀의 당당한 '주전'으로 거듭날 세 선수의 앞날에 팬들이 관심을 집중되고 있다.



서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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