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0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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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가 현대유니콘스는 이대로 무너지는가?

기사입력 2005.08.11 21:08 / 기사수정 2005.08.11 21:08

서민석 기자
기둥 투수의 부진과 실책으로 힘겨운 시즌을 보내고 있는 현대 

옛말에 '부자는 망해도 3년은 간다' 는 말이 있다. 프로야구에서도 우승팀이 이듬해 성적이 곤두박질치는 것은 아주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찾아보기 드문 사례였다.

하지만 4번의 우승을 거둔 전통의 명가 현대유니콘스의 '추락'이 심상치 않다. 투자를 기대할 수 없는 여건과 거듭된 유망주와 스타 선수들의 이적 그리고 기존 선수들의 부진이라는 삼재에 시달리며 힘겨운 한 시즌을 보내고 있다. 올 시즌 부진의 원인은 무엇이며 앞으로 그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지 현재 두드러진 기록을 중심으로 살펴보자. 


떠나간 '심정수-브룸바-박진만-피어리' 의 공백

사실 시즌 전 순위를 예상하던 전문가들이 현대의 올 시즌 몰락을 예견하면서 1순위로 꼽았던 것이 바로 '주축선수의 이적'이었다.

2003시즌 중반 현대에 합류해 70경기에서 0.303의 타율에 14홈런 51타점을 올렸던 용병 브롬바는 2004시즌 33홈런 105타점 0.343의 타율로 팀의 한국시리즈 2연패를 이끌고 일본으로 이적했고, 2001~2004시즌까지 4년동안 139홈런 409타점을 올리며 팀의 중심타자로 자리매김했던 심정수와 1996년 현대창단당시 데뷔해 10년동안 100홈런 437타점 '내야수비의 핵' 유격수 박진만이 삼성으로 이적하며, 올 시즌 현대 전력은 객관적으로 이미 약해지고 있었다.

물론 서튼과 캘러웨이와 기존의 백업 내야수들이 어느정도 이들의 공백을 메워주면서 상당히 선전했던 현대. 그러나 시선을 조금만 돌려보면 이들 말고 병풍의 영향으로 빠진 좌완 듀오 마일영-이상열의 공백과 더불어 기존선수(특히 투수들)의 부진이 지금 현대의 명암을 갈라놓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믿고 재기를 기대했던 투수들의 부진 

현대가 올 시즌 이렇게 고전하고 있는데에는 역시 팀 방어율 4.71(전체 7위)에서 알 수 있듯 투수력의 붕괴가 제일 큰 구멍이다. 비록 병풍과 부상으로 이상열-마일영-신철인(신철인은 최근 재활 후 1군 복귀)이 시즌 전력에서 제외 되었다고 하지만 새로운 얼굴인 황두성-손승락-노환수-이동학-이대환등 신참급 선수들이 선발-중간에서 제 몫을 잘해주면서 투수력에 있어선 지난 시즌과 마찬가지로 '투수왕국'의 명성을 이어가야했음에도 불구하고 투수력이 이렇게 처진것은 기존의 기둥투수들인 정민태-김수경-오재영-임선동의 부진과 재기실패가 크다.

우선 92년 입단해서 태평양-현대를 거치며 124승 86패 3세이브를 기록했던 에이스 정민태의 부진이 뼈아프다. 2001~2002시즌 일본진출로 국내야구를 잠시 떠났던 기간을 제외하곤 항상 현대의 전성기와 함께했던 정민태. 하지만 일본진출 하기 직전 1996~2000년 시즌 5년 연속 200이닝을 던진 '완투형 투수'의 후유증이었을까? 지난 시즌 7승 14패 5.00으로 96년부터 이어어던 7년 연속 두자리 승수에 마침표를 찍더니 올 시즌은 아예 승리없이 1패에 11.2이닝만 던지며, 2군과 재활군을 전전중이다. 이미 여기서 수치상으로도 현대의 10승은 날아간 것이다.

여기에 지난 시즌 신인왕으로 한국시리즈 삼성과의 경기에서 인상적인 투구를 보여주었던 오재영도 10승 9패 방어율 3.99의 지난 시즌 성적에 한참 못 미치는  7패 방어율 5.24로 '혹독한 2년차 징크스'에 시달리고 있으며, 1998년 현대에 데뷔하여 2001년 6승을 제외하곤 꾸준히 10대 이상성적을 올렸던 김수경 역시 어깨부상과 누적된 과도한 투구의 후유증으로 올 시즌 7승 6패 방어율 5.97의 그저그런 투수로 전락하고 말았다.

게다가 다이에 호크스와 LG트윈스의 스카우트 분쟁등으로 어렵게 한국무대에 데뷔한후 2000년 팀 동료인 정민태-김수경과 함께 18승으로 다승왕을 차지하기도 했던 임선동의 기나긴 부진은 이제 더이상의 희망을 볼 수 없는 안타까운 상황으로 치닫고있다.

결국 이 기둥투수 네 명의 부진이 올 시즌 주축타자의 공백을 투수력으로 체우려했던 현대입장에선 뼈아팠다. 


고비때마다 발목을 잡는 실책 

투수력의 부진 이외에도 불안불안한 내야 수비 역시 현대의 발목을 올 시즌 단단히 잡고있다.

볼넷과 더불어 야구에서 가장 '백해무익'한 실책부분에서 현대는 공동 2위권인 한화-롯데(80개)를 제치고 84개로 당당히 이 부분 1위를 달리고 있다.

'심정수가 FA로 이적한건 각오하고 있었다. 하지만, 내야수비의 주축을 담당하던 박진만의 공백은 정말 뼈아프다'고 말했던 현대 김재박감독의 말처럼 공격보단 내야수비의 중심이었던 박진만이 떠나면서 신진급 혹은 백업맴버로만 뛰던 선수들이 주전을 꿰찬 후유증이 시즌이 경과하면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한 때 박진만-박종호라는 최강의 키스톤 콤비를 보유하기도 했던 현대는 화려함보단 건실함으로 팀의 내야수비를 안정감있게 유지했던 이 두 선수가 떠나면서 상대적으로 채종국-서한규-김일경과 같은 선수들이 이 둘의 공백을 기존의 1루수 이숭용과 3루수 정성훈과 함께 매우고 있지만 쉽지 않다.

현재 이숭용(5개)-서한규(12개)-채종국(15개)-김일경(3개)-정성훈(13개)의 내야진의 총 실책이 48개다. 적지않은 수준이다. 실책의 갯수도 갯수지만 문제는 이 실책들이 전부 승패를 좌우할만한 승부처에서 나온다는 것.

올 시즌 현대입장에선 공격보단 수비 그 중에서도 내야수비의 허술함이 두고두고 팀의 상승세에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 잘하고 있지만 2%가 아쉬운 채종국-서한규


현대의 우승 신화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사실상 모기업 현대 그룹의 자금 사정으로 과거 박경완-조규제-조웅천을 영입할 당시의 공격적인 투자를 더이상 기대하기 힘든 현대유니콘스는 선수를 팔아서 구단운영자금을 만들 정도로 빈약한 재정 상태였지만 선수들의 정신력과 승부근성까지 빈약해지지는 않았다. 거듭된 어려움 속에서도 2003~2004시즌 2년 연속 SK와 삼성이라는 막강팀을 상대로 우승을 하기도 하면서 명가의 자존심을 지켜왔다.


▲ 어느 시즌보다 힘겨운 한 시즌을  보내고 있는 김재박 감독


현대는 1995년 김재박 감독이 지휘봉을 잡아온 이후 첫 해 준우승을 포함 1998-2000-2003-2004  네 번이나 한국시리즈 패권을 차지했다. 비록 올 시즌 구단 내외부의 악재로 현재까지는 43승 51패(3무)로 6위에 처져있으나 아직 시즌이 끝난 것은 아니다. 

29경기를 남겨놓은 현대가 과연 올 시즌 그들은 극적인 '막판 뒤집기'에 성공할 것인가? 아직 시즌이 끝나지 않았기에 그들의 저력에 마지막 기대를 걸어봄직한 시기가 바로 지금일 듯하다.



서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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