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16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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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5시간 혈투 끝에 한화 제압

기사입력 2005.08.10 09:20 / 기사수정 2005.08.10 09:20

손병하 기자
9일 대전 구장에서 벌어진 삼성과 한화의 2005프로야구 페넌트레이스 14차전에서 올 시즌 최장 시간 
경기인 5시간 1분(종전기록: 4월 29일 대구 기아-삼성전, 연장 10회 4시간 49분)의 혈투를 끝에 연장 11회 초 3점을 얻어낸 삼성이 역전승을 거두며 시즌 57승째를 기록했다.

2위 그룹에게 3경기 차의 불안한 선두를 지키고 있는 삼성이나 4위를 위협받고 있었던 한화와의 주초 3연전의 첫 경기는 어느 한 팀도 물러설 수 없는 징검다리 승부였다. 각각 처해있는 입장은 달랐지만 두 팀 모두 쫓기는 상황이어서 시작부터 치열한 승부가 예상되었다.

팽팽했던 경기 그 속내는?

▲ 조동찬(삼성)
ⓒ2005 KBO
먼저, 선취점의 기회를 잡은 쪽은 삼성이었다. 삼성은 3회 초, 조동찬의 우중간 2루타와 곧이어 터진 박한이의 우전 적시타로 손쉽게 득점을 뽑았다. 박종호의 안타로 다시 무사 1-2루의 기회를 잡았지만, 양준혁이 내야 플라이로 아웃 되면서 분위기를 다운시켰고 4번 타자로 출장한 진갑용이 5-4-3으로 이어지는 병살타를 기록하면서 더 도망갈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위기를 병살타로 무사히 넘긴 한화의 반격이 이어진 건 3회 말. 한화는 1사 후, 고동진의 볼넷과 데이비스의 우전 안타, 이도형의 볼넷으로 만든 1사 만루의 황금 찬스를 잡았다. 이어 홈런 더비 2위(21개)를 질주하고 있는 이범호의 좌전 안타가 터지면서 가볍게 득점에 성공, 균형을 이루는 데 성공했다.

이어진 만루 상황에서 김인철이 삼성 선발 임동규에게 볼넷을 얻으면서 밀어내기로 한 점을 추가, 역전에 성공했다. 이어진 1사 만루의 기회에서 용병 브리또가 타석에 들어섰고, 한화로서는 일찌감치 승부의 추를 가져올 수 있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브리또가 6-4-3으로 이어지는 병살타를 기록하면서 더 이상 점수를 벌려놓지 못했다.

결국, 양 팀이 3회 초-말의 공격 기회를 살리지 못한 것이 화근이 되어 경기는 조금씩 늘어지기 시작했다. 이후 삼성이 5회 두 점을 추가하며 3-2로 역전을 거두었고, 한화가 7회 또다시 2점을 기록 4-3으로 재역전을 하는 데 성공하는 등 외관상의 경기 내용은 팽팽했지만 득점이 이루어지는 과정이 매끄럽지 않아 프로 수준을 의심케 하는 경기가 계속 되었다.

양 팀은 적지 않은 본 헤드 플레이와 수비 실책, 그리고 적지 않은 찬스를 무산 시키며 경기를 지루하게 끌고 갔다. 한화는 3회 김인철의 타석이었던 1사 만루에서 임동규의 폭투가 있었는데도 공에 대한 집중력을 갖지 못해 3루에 있던 데이비스가 홈으로 파고들지 못했고, 삼성은 7회 폭투로(스트라이크 아웃 낫 아웃) 내보낸 선두 타자를 폭투로 홈을 밟게 하는 등 좀처럼 보기 힘든 플레이들을 보여주었다.

이렇게 경기가 매끄럽지 못하게 진행되면서 코칭스태프의 작전은 조금씩 많아 졌고, 잦은 투수 교체까지(삼성 5명, 한화 7명) 맞물리면서 길고 지루한 경기가 돼버리고 말았다. 점수가 많이 나진 않았지만 팽팽한 투수전도 아니었고 안타 수는 많았으되 치열하고 화끈한 타격전도 아닌 경기였다.

한 점을 뒤진 삼성이 8회 말, 김종훈의 2루수 내야 안타로 동점에 성공하며 경기는 다시 4-4의 팽팽한 균형을 이루게 되었다. 이후 삼성은 권오준을 대신해 뒷문을 책임지고 있는 신인 오승환이 나섰고, 한화는 권준헌의 공백을 잘 막아내고 있는 지연규가 올라왔다. 정규 이닝 마지막인 9회를 모두 득점 없이 넘긴 양팀은 연장으로 돌입했다.

승부를 갈랐던 순간에도 실책이…

연장에서도 기회는 삼성이 먼저 잡았다. 삼성은 선두 타자로 나온 김한수가 우측 펜스를 직접 맞추는 2루타를 기록하며 스코어링 포지션에 주자를 내보냈다. 하지만, 이어나온 김종훈, 김용복, 조동찬이 각각 2루수-1루수-2루수 내야 땅볼로 물러서면서 2루 주자였던 김한수를 3루까지 보내는데 그치고 말았다. 한 점이 요원했던 상황이었던지라 ‘짜내기’를 위한 코칭스태프의 적극적인 작전이 아쉬운 순간이었다.

▲ 오봉옥(한화)
ⓒ2005 KBO
이어진 한화의 10회 말 공격을 삼자 범퇴로 막은 삼성은, 연장 11회 또다시 선두타자 박한이가 중전 안타로 출루하면서 무사 1루의 기회를 잡았다. 박종호가 희생 번트를 대지 못하면서 볼 카운트가 몰렸지만, 11회부터 지연규을 구원하기 위해 올라온 오봉옥에게 또다시 중전 안타를 기록하며 무사 1, 2루의 절호의 기회를 이어갔다.

여기서 오늘 경기의 승부를 갈랐던 중요한 실책이 기록되게 된다. 삼성의 3번 양준혁이 보내기 번트를 시도했지만, 공이 뜨면서 투수 오봉옥의 글러브 속으로 빨려들어 갔다. 번트를 보고 스타트를 끊었던 2루 주자도 잡을 수 있었던 상황. 하지만, 오봉옥이 2루에 던진 공이 중견수 쪽으로 어이없이 빠지면서 주자는 1사 2, 3루로 돌변했고, 결국 보내기 번트를 성공한 것과 다름없는 기막힌 상황이 연출되고 말았다.

결국, 이어진 타석에 들어선 김재걸이 한화의 바뀐 투수 안영명을 상대로 좌익선상을 흐르는 적시타를 쳐냈고, 삼성이 귀중한 2점을 추가 하면서 점수를 6-4로 벌려 놓는 데 성공했다. 이어 한화는 2사까지 잡아 놓은 상황에서 1루수 김인철이 김한수의 평범한 파울 플라이를 놓치는 등, 급격히 무너지고 말았다. 결국, 죽었다 살아난 김한수가 좌전 적시타를 쳐내 한점을 더 보태면서 승부를 완전하게 굳혔다.

비록 승부는 삼성이 이겼지만, 20개의 안타를 터트리고도 7득점을 기록하는 데 그친 삼성이나, 9개의 안타와 무려 10개의 볼넷을 얻고도 4득점의 빈곤함을 보인 한화의 공격력은 문제가 있었다. 그리고 팽팽한 경기일수록 작은 부분, 사소한 실책에서 승부가 갈린다는 야구계의 속설이 그대로 증명된 경기였다.


◆삼성 : 한화(시즌 14차전, 대전구장) 경기 결과


▲승리투수-오승환
▲패전투수-오봉옥
▲결승타-김재걸(11회 1사 2,3루서 우전안타)


손병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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