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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s 인터뷰] '협상' 이종석 감독 "좋은 영화에 대한 고민, 놓지 않을 것"

기사입력 2018.09.24 15:00 / 기사수정 2018.09.23 23:52


[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영화 '협상'은 모든 것이 '처음'이라는 이름으로 남게 될, 이종석 감독의 첫 도전이다.

19일 개봉한 '협상'은 태국에서 사상 최악의 인질극이 발생하고, 제한시간 내 인질범 민태구를 멈추기 위해 위기 협상가 하채윤이 일생일대의 협상을 시작하는 범죄 오락 영화.

메가폰을 잡은 이종석 감독은 '협상'을 통해 상업 영화에 첫 데뷔하는 신인 감독이다. 신인 감독이라고 부르기에 조금은 많다고 느껴질 수도 있는 46세의 나이. 미국 UC버클리 영화학과에서 공부한 후 한국을 찾아 '국제시장'의 조감독, '히말라야' 각색 참여 등 차근차근 기본기를 쌓아올렸다.

앞선 언론시사회에서도 "미국에서 공부하다가, 영화가 하고 싶어서 한국에 15년 전에 들어와 이렇게 작품을 내놓을 수 있게 됐다"고 벅찬 마음을 전하기도 했었다.

개봉 전 열린 언론시사회·VIP시사회로 관객들을 만나기에 앞서 영화를 먼저 공개하며 가까운 주위 사람들에게 영화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국제시장', '히말라야'까지 이종석 감독의 모든 작업 현장에서 든든한 힘이 돼줬던 윤제균 감독을 비롯해 '사수'라고 표현하는 김성수 감독 등, 든든한 지원군들의 응원 속에 이종석 감독은 "저는 복 받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며 특유의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함께 내보였다.

"시사회 끝나고 200개가 넘는 메시지를 받았는데, 지난 15년 동안 저에게 밥을 사주셨던 사람들이 저를 다 자랑스러워하고, 보람 있어 하더라고요. 가족들도 마찬가지죠. 어머니도 굉장히 좋아하세요.(웃음)"

'협상'은 하채윤 역의 손예진과 민태구 역의 현빈이 같은 건물 3층과 1층에 각각 자리를 잡고, 이종석 감독이 그 중간인 2층에서 현장을 지휘하는 실시간 이원촬영 방식을 사용했다.

"테스트도 오래 해봤고, 머릿 속에서 상상을 수도 없이 하면서 준비했었죠. 그렇기 떄문에 중간에 끊고 다시 찍거나 하는 것 없이, 원 신 원 컷으로 카메라를 계속 돌리면서 찍었었죠. 그래서 이 영화는 편집작업이 좀 힘들었던 것 같아요. 원래 있던 콘티보다도 많은 양을 찍었거든요. 좋은 컷들을 골라낸 다음 계속해서 편집작업을 했었죠. 첫 편집본이 2시간 30분이 나왔었는데, 엄청 다이어트를 해서 지금 최종 러닝타임(114분)이 나온 것 같아요.(웃음)"

첫 연출작의 큰 버팀목이 돼줬던 손예진, 현빈 두 배우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지 않았다.

이종석 감독은 "두 배우 모두 제가 의도한대로 연기를 해주셔서, 정말 만족하고 있습니다"라며 다시 한 번 웃어보였다.

현빈이 연기한 민태구 캐릭터를 떠올린 이종석 감독은 "서로 함께 얘기해서 만들어낸 인물이죠. 현빈 씨가 욕을 하는 장면 등을 보고 '못 보던 모습이다'라는 평도 있는데, 현빈 씨가 본래 너무나 반듯하시고 남에게 해끼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분이잖아요. 오히려 욕이 입에 잘 붙지 않아 테이크를 많이 갔던 것 같아요. 그런 부분에서도 서로 계속 이야기를 나눴고요"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김상호, 장영남 등 극에 활력을 불어넣어준 이들에 대해서도 "연출가가 해야 될 일 중 가장 큰 것이 캐스팅이라고 생각해요. 배우들의 구성을 제대로 완성시켜 놓으면 영화의 70%는 다 된 것이라고 생각하죠. 그래서 주연부터 단역까지, 캐스팅에 심혈을 기울였던 것이고요"라고 말을 이었다.

"김상호 선배님은 진지한 연기부터 슬랩스틱까지 모두 가능한 분이시잖아요. 그러면서도 가벼워 보이지 않는, 정말 진지한 분이시기도 하고요. 안혁수 역을 정말 잘 살려주신 것 같아요. 장영남 씨야 워낙 연기 잘하기로 알려지신 분이잖아요. '국제시장'때 한 번 같이 작업을 해봤어서, 꼭 한 번 다시 만나고 싶었었어요. 그야말로 신스틸러가 아니라, 신을 만들어 주신 분이라고 생각하죠.(웃음)"

'협상'과 함께 했던 긴 여정을 떠올린 이종석 감독은 사람들 눈에 각인될 수 있도록 의상과 소품 하나하나에도 디테일하게 공을 기울였다고 설명했다.

"사실 상황실에 있는 모니터들도, 하나하나마다 다 역할이 있어요. 나중에 완성된 영화를 보고 나니 사실 잘 눈에 띄지는 않았지만요.(웃음) 벽에 보이는 사진이나 모니터 같은 부분도 조금만 나온다고 하더라도 무언가 말이 나오게 하고 싶지 않았던 생각도 있었던 것 같아요. CG팀이 굉장히 힘들었죠.(웃음) 그렇게 해야 진짜처럼 보이지 않나 하는 생각이 있었고요."

조감독으로 일했던 당시와, 감독으로 나섰던 '협상'에서 일했던 현장은 많은 부분들이 달랐다.

"'국제시장' 때 같이 일했던 친구가, 제게 그런 말을 하더라고요. 제가 조감독때는 정말 거침없이 말했다면서요. 또 그 때는 그런 판단들이 전부 맞았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제가 너무 조심하고 배려하면서 힘들어한다는 말을 했었어요.

감독이 되니 확실히 다른 점들이 있죠. '이런 얘기를 배우, 스태프들에게 해도 되나?' 이런 고민도 들고요. 이럴 줄 알았으면 조감독 때 유심히 봐두는 건데 말이죠.(웃음) 제가 모르는 상태에서는 뭔가 확신이 없으면 판단하는 데 조금 더 어려움을 겪는 것 같아요. 감독 경험이 있냐, 없냐의 차이였겠죠. 이제는 배우나 스태프들에게 얘기하는 기술도 많이 배운 것 같아요.(웃음)"

"모든 것은 시각의 차이다"라며 이야기를 나누는 내내 유쾌한 마음가짐으로 긍정적인 에너지를 보여주던 이종석 감독은 "내가 뭔가를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하면 힘든 것도 모두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현장에서 감독이 외롭고 얘기할 사람이 없다고 생각하면 그 현장은 지옥같이 느껴지죠. 반대로 많은 사람들이 저를 다 도와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천국이 되는 것이고요. '협상'을 찍을 때는 육체적, 정신적으로도 모든 게 처음이라 힘들었지만 이제는 조금 더 자신감을 갖고 얘기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라고 함께 전했다.

틈날때마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들으면서 다양한 이야기들을 차곡차곡 쌓아두려고 한다고 전한 이종석 감독은 "늘 '좋은 영화가 뭘까'라는 고민을 끝까지 하려고 해요. 영화를 찍고 얘기하는 것이 정말 즐겁거든요. 어떻게 하면 좋은 영화를 찍을 수 있을까, 좋은 사람들과 함께 작업할 수 있으려면 제가 어떻게 해야 될까 이런 고민들을 죽을 때까지 놓지 않으려고 하고 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slowlife@xportsnews.com / 사진 = CJ엔터테인먼트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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