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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단주 열전] 감독 경질, 독설의 '달인', 잠파리니

기사입력 2009.07.17 10:16 / 기사수정 2009.07.17 10:16

권기훈 기자



화려한 스타의 유니폼을 결정하는데 있어서 큰 역할을 하는 건 팀을 지휘하는 감독뿐만이 아니다. 억만금을 쥐고 입맛에 맞는 팀을 만드는 그들의 이름은 '구단주'

[엑스포츠뉴스=권기훈 기자] 구단주. 한 팀을 본질적으로 이끄는 최고의 수장이자, 자신의 재산을 투자하여 축구팀을 이끄는 경영인이다. 보통 구단주는 인터뷰에 잘나서지 않으며 뒤에서 모든 것을 조종하는 캐릭터들이 많고, 인터뷰에 나선다고 해도 별다른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하지만, 세리에A로 넘어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현재 밀란을 이끌고 있는 아드리안 갈리아니 부구단주는 인터뷰 기회가 있을 때마다 현재 밀란의 전력이 '캄피오네'(챔피언)라면서 더 이상의 영입은 필요 없다고 이야기하면서 가장 욕을 많이 먹는 사람 중 하나로 군림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아드리안 갈리아니 부구단주를 뛰어넘는 구단주가 하나 존재한다. 바로 팔레르모의 마우리치오 잠파리니 구단주이고, 이 구단주는 도저히 종잡을 수 없는 행동을 일삼는 사람이다. 과연 그가 지금까지 해왔던 일들을 되새겨보며 잠파리니가 이탈리아 축구계에서 어떤 사람인지를 알아보도록 하자.

1. 감독 경질의 달인

세리에A는 유독 다른 리그보다 감독 경질이 자주 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알렉스 퍼거슨 같은 감독은 세리에A에서 나타날 수가 없다. 이탈리아의 감독 풀이 워낙 크고, 감독들의 전술이 금방금방 파훼법이 만들어져서 한 전술이 오래 버틸 수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잠파리니 구단주는 경우가 정말 심하다. 08-09시즌, 우데네세와의 리그 개막전에서 3-1로 참패한 후, 리그 단 한 경기가 끝나자마자 잠파리니 구단주는 당시 감독이였던 스테파노 콜란투오노를 경질하고 다비데 발라르디니 감독을 신임 감독으로 선임하였다.

또한, 06-07시즌부터 07-08시즌까지는 정말 웃지 못한 촌극을 만들어냈다. 06-07시즌, 시즌 중 팀이 부진하자 당시 감독이었던 프란체스코 귀돌린 감독을 경질하고 수석코치 체제로 두 경기를 나섰다. 하지만, 두 경기가 지난 이후 다시 귀돌린 감독을 불러들이더니, 또다시 두 경기가 끝나자 다시 한 번 경질하였다. 그리고 스테파노 콜란투오노 감독을 감독으로 임명하고 07-08시즌을 맞이하였다.

이대로 잠파리니의 행각이 끝난 건 아니다. 07-08시즌 13경기가 끝난 후, 잠파리니 구단주는 다시 한번 귀돌린 감독을 불러들였고, 16경기를 맡겼다. 하지만, 또 성적이 좋지 않자 다시 한번 콜란투오노 감독을 불러들이면서 귀돌린 감독을 마지막으로 경질하였다.

역사상, 잠파리니 구단주는 귀돌린 감독을 총 4번 경질하였고 콜란투오노 감독은 총 2번 경질하는 웃기지도 않는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그러면서 마지막으로 귀돌린 감독을 경질할 때, 자신의 오른팔을 떼어내는 것 같다고 이야기하면서 사람들의 웃음을 샀다.

2. 독설의 달인

잠파리니 구단주는 독설에도 능하다. 이에 많은 사람은 또 다른 독설의 본좌, 무리뉴 감독이 세리에A로 넘어오자, 무리뉴와 잠파리니의 독설을 기대했지만 이상하게도 그 둘 간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있다.

잠파리니 구단주는 06-07시즌, 유에파컵과 리그를 동시에 병행하는 게 힘들다고 이야기하며, 팀은 리그에 집중해야 된다고 말하였다. 그러면서 유에파컵에서 우리 팀이 지길 바란다고 이야기하며 이스탄불 원정 경기에 유소년 선수들을 대거 내보내게 하였다. 결국, 팔레르모는 당시 페네르바체에 3-0으로 대패하였고, 결국 유에파 컵에서 떨어지고 말았다.

이뿐만이 아니다. 무투에게는 집시 같은 녀석이라고 이야기하였고, 질라르디노에게는 못된 다이버, 마테라치에게는 계집애, 아드리아누에게는 공짜로 줘도 안 가지는 녀석이라고 이야기하면서 여러 선수를 놀린 바 있다.

3. 팔레르모 경영

감독 경질의 달인, 독설의 황제 등으로 불리는 잠파리니 구단주이지만, 팔레르모를 경영하는 것에는 세리에A 최고의 구단주라고밖에 말할 수 가 없는 인물이다.

08-09시즌 도중, 잠파리니 구단주는 마피아의 돈을 쓰라는 협박이 들어왔지만 마피아를 상대로 단신으로 버티면서 그럴 수 없다고 선언하고 끝까지 팔레르모를 마피아로부터 지켜낸 인물도 바로 잠파리니였다. 당시, 팔레르모엔 마피아의 하수인 3명이 잠입했지만 이를 알아차린 잠파리니 구단주는 바로 이탈리아 경찰에 신고하며 끝까지 청렴한 모습을 보였다.

잠파리니 구단주는 마피아로부터 팔레르모를 지켜내고, 이제는 팔레르모를 위해 자신의 사비를 털어 부동산 업체를 만든 후, 그 업체를 이용하여 새로운 구장 건축에 나서고 있다. 얼마 전엔 팔레르모시 시장과 만나서 협약서를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고, 이에 곧 새로운 구장 신축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또한, 잠파리니 구단주는 자신들의 선수를 아들처럼 아껴주고 있다. 08-09시즌 도중 코카인 흡입 혐의로 2년간 출장 정지 처분을 받은 수비수 카로찌에리를 위해 계약 해지를 하지 않고 그의 재활을 도와주며 한 사람의 인생이 망가지는 것을 막은 것도 잠파리니 구단주였다.

감독 경질과 독설에 있어서는 최악의 구단주이지만, 팔레르모를 사랑하면서 심지어는 마피아로부터 단신으로 막아서고, 자신의 선수들을 아들처럼 아껴주는 잠파리니 구단주. 그가 있어서 세리에A는 조금 더 재미있는 리그가 되지 않았나,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사진=잠파리니 구단주 (C) 팔레르모 공식 홈페이지 캡쳐]

 



권기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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