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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준의 리듬체조 일루션] '미완의 대기' 신수지, "세계 정상권 도약 충분히 가능하다"

기사입력 2009.07.17 09:58 / 기사수정 2009.07.17 09:58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에서는 2009 하계유니버시아드(이하 U-대회로 표기) 리듬체조 경기가 펼쳐졌다. 세계정상급 선수들이 모두 출전한 U-대회 리듬체조는 미리 보는 '세계선수권 대회'였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대표인 신수지(19, 세종대)는 종합 18위를 기록했다.

사실, 이번 U-대회는 신수지에게 매우 중요한 대회였다. 올 시즌에 열리는 대회 중, 9월에 벌어지는 제29회 세계선수권과 더불어 가장 큰 무대가 U-대회였다. 이 대회에 전념하기 위해 신수지는 크로아티아로 전지훈련을 떠났다.

크로아티아 전지훈련에 동행한 이들은 러시아 대표팀 선수들이었다. 러시아 리듬체조의 '대모'인 이리나 바이너에게 가능성을 인정받은 신수지는 러시아 대표선수들과 함께 훈련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이리나 바이너를 비롯한 러시아 리듬체조 관계자들은 신수지의 재능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아시아 출신 선수로서는 보기 드문 재능을 가진 선수'로 평가받은 신수지는 특히, '표현력'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신수지의 매니지먼트사인 세마마케팅스포츠의 관계자는 "신수지를 지도하는 러시아 코치는 뛰어난 표현력에 높은 평가를 내렸다"고 밝혔다. 심판은 물론, 관객들에게 어필 할 수 있는 표현력을 지닌 신수지는 기술도 뛰어난 편이다.

카자흐스탄을 제외한 아시아권에서 차지하는 신수지의 위상은 매우 특별하다. 그러나 세계 리듬체조의 판도를 잡고 있는 러시아와 동구권 국가의 파워는 여전히 높다. 또한, 러시아를 견제해온 북미와 서유럽 국가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리듬체조 계에 명함을 내밀지 못하고 있다.

러시아와 주변 국가들의 '독주체제'가 이루어지면서 유능한 지도자도 모두 이 지역에서 배출되고 있다. 이러한 저변은 러시아 리듬체조를 '철옹성'으로 구축했다.

이번 U-대회에 국제심판으로 다녀온 서혜정 위원은 "신수지를 비롯한 국내선수들의 기량도 성장하고 있지만 러시아를 비롯한 리듬체조 강국 선수들의 기량도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며, 이번 대회를 관전한 소감에 대해 밝혔다.



리듬체조, 단 하나의 실수도 치명적이다

이번 U-대회 후프 종목에서 신수지는 큰 실수를 범했다. 후프에서 구사한 난도가 실패로 돌아가면서 -0.7의 높은 감점을 받았다. 이 실수로 인해 10위권 진입의 꿈이 멀어지며 18위에 머물게 됐다. 이 부분에 대해 서혜정 심판위원은 이렇게 설명했다.

"후프를 공중에 높이 던진 뒤, 떨어지는 후프가 몸 전체를 관통하게끔 하는 난도였다. 한쪽 다리를 위로 높이 들어올린 자세에서 이루어져야 하는데 후프가 그만 발에 맞고 매트에 떨어졌다. 수구를 떨어트리고 난 뒤, 그 자리에서 곧바로 잡으면 -0.3점이 감점되지만 네 걸음 이상을 걷고 수구를 잡으면 -0.7점이 감점된다. 신수지는 네 발자국을 더 걷고 후프를 잡았기 때문에 -0.7점의 감점을 받았다"

큰 실수 하나는 리듬체조에서 치명적으로 작용한다. 일례로 이번 U-대회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안나 베소노바(25, 우크라이나)는 후프에서 큰 실책을 범했다. 결국, 이 실수는 볼과 리본에서의 눈부신 선전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신수지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좋은 컨디션을 유지했지만 체중조절에서 애를 먹었다. 리듬체조는 1~2kg만 살이 붙어도 경기에 큰 영향을 준다. 발끝을 세워서 회전을 하고 각종 유연한 동작을 구사해야 하는 특성상, 철저한 체중관리를 필요로 한다.

크로아티아 전지훈련을 떠나기 전, 신수지는 '체중 조절'이 가장 큰 고민이라고 밝혔다. 철저한 식이요법과 훈련으로 체중을 관리하고 있었지만 1~2kg의 싸움은 매우 힘겨웠다. 그러나 자신의 주 종목인 리본에서 신수지는 선전했다. 세계의 벽은 여전히 높았지만 값진 경험을 얻은 점이 소중한 성과였다.

'아직은 미완의 대기', 리듬 체조는 '연륜'이 필요한 종목

리듬체조 선수는 경기에 임하기 전, 자신이 연기할 프로그램의 '기초 점수'를 제출해야 한다. 피겨 스케이팅의 '프로토콜'과 비슷한 기초 점수 목록은 자신이 구사하는 난도(리듬체조의 각종 기술)가 고스란히 적혀있다.

신수지의 기본 난도 점수는 9.0~9.5에 이른다. 이 난도들을 실수하지 않고 완벽하게 수행하면 세계 10위권에 진입할 수 있다고 서혜정 국제심판 위원이 밝혔다. 현존하는 최고의 리듬체조 선수인 예브게니아 카나예바(19, 러시아)는 모두 10점에 가까운 난도가 기초점수로 구성돼 있다.

카나에바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신수지의 기초점수도 높은 편에 속한다. 난도(리듬체조 채점에서는 'D'로 표기)에서 실수 없이 연기를 마쳐야 하고 예술(리듬체조 채점에서는 'A'로 표기)과 실시(리듬체조 채점에서는 'E'로 표기)에서는 철저하게 자신의 점수를 지켜야 한다. 이 세 가지 요소가 완벽하게 조합됐을 때,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갈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신수지가 구사하는 난도는 아직 세계 최정상 권의 선수들과는 차이가 있다. 그리고 표현력에 재능이 있다고는 하지만 호소력 있는 연기를 펼치려면 적지 않은 경험을 필요로 한다.

'미완의 대기'인 신수지의 미래가 밝은 이유는 리듬체조 선수로서 아직 나이가 어리다는 점이다. '리듬체조 천재'로 불리는 카나예바는 아직 19세에 불과하지만 정상권에 군림하는 선수 대부분은 20대를 넘기고 있다. 정확한 난도와 깊이 있는 예술성의 자양분이 되는 것은 바로 '풍부한 경험'이다.

또한, 자신이 제출한 기본점수를 충실하게 수행하고 난도를 더욱 정교하게 다듬는 점이 신수지의 과제이다. 신수지의 발전 가능성에 대해 서혜정 심판위원은 이렇게 평가했다.

"신수지는 러시아 리듬체조계에서 가능성을 인정한 선수다. '아시아에도 저런 선수가 있었느냐?'며 감탄을 하기도 했었다. 구 소비에트연방국가인 카자흐스탄을 제외한 아시아 국가들 중, 신수지만큼, 세계 정상권에 근접한 선수는 드물다. 자신이 제출한 기본 점수를 착실하게 수행하고 프로그램을 완벽하게 연기한다면 세계 10위권 진입 및 상위권 도약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도전의 기회는 단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9월, 일본 미에에서 벌어질 세계선수권을 준비하고 있는 신수지는 자신의 프로그램을 완벽하게 연기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세계무대에는 쟁쟁한 선수들이 즐비한 게 사실이다. 그러나 자신의 발전 가능성을 믿고 연마하는 점이 신수지에게 가장 필요한 부분이다.



[사진 = 신수지 (C) 엑스포츠뉴스DB 남궁경상 기자, 김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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