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옳지 않아!”
마틸다 웜우드는 5살의 나이에 스스로 살아가는 법을 깨우친 너무나도 비범한 소녀다. 험한 세상에 휘둘려 날 잡아 잡수라고 다 포기하는 것, 처음부터 끝이란 건 어차피 정해져 있다 믿고 다 포기하는 건 어리석은 일이란 걸 알고 있다. 불공평하고 부당할 때 “옳지 않아!”를 외칠 수 있는 용기를 지닌 마틸다는 익숙하게, 무난하게, 또 그럭저럭 삶을 사는 어른에게 ‘번쩍’하는 깨달음을 준다.
영화 ‘찰리의 초콜릿 공장’으로 친숙한 로알드 달 작가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 '마틸다'가 아시아, 비영어권 최초로 한국 초연 중이다. 어린 천재 소녀 마틸다의 이야기를 다룬 판타지 코미디 뮤지컬이다. 딸에게 독설을 서슴지 않는가 하면 TV를 좋아하고 책을 증오하는 부모와 이들을 닮은 오빠, 인정머리라곤 전혀 없는 극악무도한 교장 선생 사이에서 치이지만, 이내 기적 같은 일을 벌인다.
2010년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첫선을 보였다. 브로드웨이,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아일랜드 등 53개 도시에서 공연해 700만 명 이상이 관람했다. 올리비에 어워드 7개 부문, 토니 어워드 4개 부문, 드라마데스크 어워드 5개 부문을 포함한 85개 이상의 국제어워즈에서 상을 받으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마틸다는 엉망진창인 부모 밑에서 태어났지만 책을 사랑하고 똑똑하고 총명하다. 보통의 아이들과 다른 지적 수준과 어른보다 뛰어난 공감 능력을 자랑한다. 무엇보다 놀라운 부분은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할 줄 안다는 거다. 마틸다의 말을 빌려 ‘똘기’를 지닌 특별한 소녀다. 라푼젤, 신데렐라, 성냥팔이 소녀처럼 누군가 구해주기만을 기다리지 않고 시키는 대로 살지 않는다는 이 작은 소녀의 당찬 용기를 보고 있노라면 관객의 입가에는 어느새 흐뭇한 미소가 맴돈다.
위트와 풍자, 재기발랄함, 교훈까지 녹아 있다. 단순히 어린이 뮤지컬이 아닌, 어른에게도 울림을 주는 작품이다. 미스 허니가 부르는 'When I Grow Up‘에서 잊고 지낸 순수함, 즐거웠던 감정을 돌이켜보며 울컥한 감정을 느끼지 않을 어른은 없을 터다.
동화 같은 무대와 짜임새 있는 연출, 에너지 넘치는 아이들의 칼군무가 인상적이다. 객석까지 생동감을 전달하는 그네 신, 초록색 조명으로 많은 초키(트런치불이 아이를 가둬놓는 벽장)를 표현한 신, 미스 트런치불이 양갈래를 땋은 소녀를 투포환 던지듯 하는 장면, 마틸다가 눈으로 분필을 조종해 칠판에 글씨를 쓰는 모습을 비롯해 볼거리가 풍성하다. 킥보드를 타고 등장하는 커튼콜까지 버릴 게 없다.
잘 알려진 'Naughty'부터 'Miracle', 'Library1', 'This Little Girl', 'Quiet', 'Revolting', 한국어로 어떻게 표현할지 궁금증을 안긴 'School Song’ 같은 넘버 역시 잘 어우러진다. 단 하나 아쉬운 건 가사가 귀에 정확하게 들어오지 않는다. 'School Song' 등 다 함께 넘버를 부르는 부분에서 특히 가사가 잘 들리지 않는다.
아역 배우들이 주인공이다. 성인 배우 못지않은 기량과 자신감으로 극의 완성도에 큰 몫을 한다. 타이틀롤 마틸다 역의 이지나는 방대한 대사와 노래, 게다가 러시아어까지 소화한다. 통통 튀는 매력을 뽐내고 때로는 감정 연기까지 보여주며 160분가량 동안 극을 순조롭게 이끈다. 말미 ‘마틸다’의 시그니처 포즈를 취하는 이지나의 모습은 마틸다 그 자체다.
박혜미, 강웅곤, 문성혁, 김기정 등 성인 배우들도 소설 속 캐릭터에 색깔을 입혔다. 김우형은 표현하기 쉽지 않을 것 같은 트런치불 교장 역을 맞춤옷 입은 듯 소화한다.
내년 2월 10일까지 서울 강남구 LG아트센터에서 공연한다. 160분. 8세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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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