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9.07.14 15:31 / 기사수정 2009.07.14 15:31
대부분 사람과의 관계가 나빠지는 것이 문제일 것이다. 사람을 상대하는 직업을 가진 어른들은 물론이고 한참 예민할 때인 사춘기 학생들도 이 문제 때문에 많이 고민을 하게 된다.
작년 이맘때 일이다. 중학교 2학년인 딸을 데리고 부모님이 나를 찾아 온 적이 있었다. 활달하던 딸이 입냄새가 심해지면서 친구들 사이에서 왕따가 되어 우울증이 걸렸던 것이다. 친구들 사이에서 따돌림받는 것이 큰 문제였지만 이것보다도 더 큰 문제는 딸이 스스로 ‘지저분한 사람’으로 깎는 것에 있었다. 가만뒀다가는 큰 정신 질환으로 번질 것 같아서 데리고 온 것이었다.
전문의로서 구취 때문에 고생하는 중고등학교 학생들을 많이 만나봤지만 표정이 이렇게 어두운 학생은 처음이었다. "사춘기 학생이니 많이 힘들겠구나"라고 쉽게 생각했지만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었다. 이것저것 물어보며 진료를 하면서 생각보다 정신적인 고통이 심하다는 것을 느꼈다. 우선 체질과 몸 상태를 보고 약을 처방한 후 부모님들에게 정신과 상담을 동시에 진행할 것을 권유했다.
심각한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계속되면 당장 나타나는 증상을 모두 치료해도 예전과 같은 생활을 되찾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연유를 부모님들에게 설명하자 매우 당황한 기색이었다. 입냄새가 심해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하고 많이 우울한 상태란 것을 이해했지만 이 정도로 심각한 상태인지는 몰랐던 것이다.
나 또한 사춘기 한참 예민할 때의 청소년들을 진료하며 이렇게 심각한 정신적 스트레스로 고통받는 경우를 처음 접했던 터라 그 이후 찾아오는 비슷한 또래의 학생들을 만날 때는 더 신경을 쓰고 있다. 성인들도 힘들어하는 대인관계에 대한 스트레스는 상대적으로 나이가 어릴 때부터 시작되면 나중에 사회생활을 하는데 지장이 되는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주 고등학교 1학년인 환자가 내원했다. 진찰을 하고 난 뒤 문득 이 친구의 상태가 궁금해 전화 통화를 한번 해 봤다. 내 권유대로 부모님들은 정신과 치료도 같이 진행해 지금은 한시름 놓고 있었다. 그리고 밝은 목소리로 전화를 받는 학생에게 생활습관에 대한 얘기를 다시 잔소리처럼 하고 나니 나름대로 안심이 됐다. 왕따를 걱정하기보다 자신의 입냄새를 체크해볼 필요가 있다.
[글] 서울 서초구 해우소한의원 김준명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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