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9.07.12 23:17 / 기사수정 2009.07.12 23:17
[엑스포츠뉴스=김경주 기자] 마지막까지 경우의 수가 각자를 괴롭혔다. 마지막 라운드의 전반이 끝나고 후반도 얼마 남지 않았을 무렵에는 지금 내가 서 있는 그라운드보다 똑같이 경기가 벌어지고 있을 다른 곳이 훨씬 궁금해졌다.
어느 한 팀은 시즌 내내 선두권을 달리다 마지막 2경기에 의해 무너졌고, 또 어느 한 팀은 리그 하위권의 천적을 만나 허망한 90분을 보내야했다. 가장 우승에 가까웠던 팀은 난전을 벌인 끝에 결국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누구도 쉽게 예측하지 못했고 그래서 더 뜨거웠던 2009 교보생명 내셔널리그 전기리그는 김해시청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전반 - 모두에게 희망이었던 시작, 곧 그려진 희비 쌍곡선
인천에서 열린 인천 코레일과 천안시청, 수원에서 열린 수원시청과 김해시청, 안산에서 열린 안산 할렐루야와 강릉시청의 경기는 우승 가능성이 있는 4팀이 포함된 경기였다.
1위를 달리고 있던 김해시청은 난적인 수원시청을 만났고, 강릉 또한 쉽지 않은 상대인 안산 할렐루야와 맞닥뜨렸다. 인천 코레일만이 하위권인 천안시청을 만났지만 상대 전적에서 열세를 보이고 있었다.
그래도 가장 편한 상대를 만났던 인천은 경기 초반 고전을 면치 못했다. 주전 중 세 명이 한꺼번에 경고 누적으로 빠지면서 평소 스쿼드와 다른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공격선은 전진보다는 후진을 택했고 짧은 패스보다 긴 패스를 위주로 한 공격을 전개했다.
그러나 인천은 쉽게 천안의 골문을 열지 못했다. 긴 패스는 번번이 한발 앞서 나온 천안의 수비에 차단당했고, 그렇지 않으면 맞지 않는 손발 탓에 미스를 내기 일쑤였다.
탄식이 이어지는 가운데 전반 27분 낭보가 전해졌다. 수원에서 홈 팀인 수원시청의 선제골이 터진 것. 수원시청이 승리를 거둘 경우 인천 코레일의 우승 가능성 또한 자연스레 커졌다.
그러나 인천은 여전히 천안 수비진에 막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측면과 중앙 모두 쉽게 전진하지 못했다. 그런 인천을 천안은 선수비 후역습으로 끊임없이 괴롭혔다. 전반 내내 승리가 다급해 보인 팀은 인천이 아닌 천안이었다.
마찬가지로 반드시 이겨야 했던 강릉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공격을 주도하던 나일균이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한 상황에서 강릉의 측면은 무기력했다.
공격이 주도되지 않는 상황은 갈 길 바쁜 강릉에는 견디기 어려운 시련이었다. 흔들리기 시작한 강릉은 중앙 수비의 실책으로 자책골 위기까지 맞는 등 힘겨운 전반을 보내야만 했다.
후반 - 김해의 분전, 무너진 인천과 강릉
전반이 끝나고 각 구장별로 타 구장 소식이 전해졌다. 1위인 김해는 0대1로 뒤지고 있었고 안산과 인천은 득점이 나지 않았다. 남은 45분이 모든 팀의 분수령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 45분을 자신의 것으로 만든 팀은 김해시청이었다.
인천은 후반 들어서도 전반과 별다른 차이를 두지 못한 채 시간을 보냈다. 허신영-김흥섭-김형운으로 이뤄진 공격진은 여전히 답답한 모습을 버리지 못했다.
허리는 박용환의 공백이 뼈아팠다. 허리 아래쪽에서 상대 공격을 차단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 박용환의 부재는 그 앞에서 공격을 주도하던 신은열을 한 발 주춤하게 하였다.
앞뒤로 답답한 중에 비보가 날아들었다. 후반 19분과 23분, 인천 코레일 출신의 이진희가 연속 골을 터트리며 수원에 1대2로 역전을 거뒀다는 소식이었다. 설상가상으로 후반 25분 천안시청의 남기일이 인천의 미스를 틈타 첫 골을 터트렸다.
갈 길 바쁜 인천으로선 그 한 번의 실수가 너무나도 컸다. 기뻐하는 천안의 틈으로 보이는 고개 숙인 인천은 너무나도 대조적이었다.
그 와중에 안산과 강릉은 여전히 서로 골문을 열지 못한 채 침묵하고 있었다.
김해의 공세는 더욱 거세졌다. 후반 34분 하프라인 왼쪽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민경일이 페널티 에어리어 중앙에서 헤딩으로 수원의 골망을 흔들었다. 1대3, 김해의 눈앞에 점점 우승컵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후반 40분, 수원은 팀의 첫 골을 터트린 김한원이 프리킥을 그대로 골로 연결하며 추격의지를 불태웠지만, 1분도 채 지나지 않아 추운기에게 쐐기골을 내줬다.
골을 터트린 추운기는 우승을 예감한 듯 벤치로 달려가 골의 기쁨을 함께 나눴다.
한편, 인천에서는 신은열과 박기서의 분전이 이어졌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프리킥과 코너킥 기회를 부지런히 노렸다. 골문 가까이에서 이어진 신은열의 프리킥은 아쉽게 골대 위쪽을 비켜가며 아쉬움을 자아내기도 했다.
정규시간이 모두 끝나고 이어진 추가시간에서 강릉은 절망을 맛봤다. 후반 45분 30초, 오기재의 패스를 받은 이주상이 페널티 에이리어 왼쪽에서 오른발로 시도한 슛이 그대로 강릉의 석형곤 골키퍼를 지나쳤다.
반드시 승리하고 다른 경기의 결과를 기다려야 했던 강릉의 표정은 순식간에 어둠이 드리웠다. 시즌 내내 선두를 유지하며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던 강릉 시청은 시즌 막판 2경기에서 연달아 당한 패배로 전기 리그를 5위로 마치는 수모를 겪었다.
안산이 모든 경기를 마친 뒤에도 인천은 마지막 희망을 잡고 있었다. 후반 47분, 신은열이 높게 찬 공이 팀 동료 엄태웅과 천안시청 선수들 사이를 뚫고 지나갔다. 긴 궤적을 그리던 공은 크로스바를 맞고 그대로 골문으로 빨려들어갔다.
헤딩을 위해 뛰어올랐던 엄태웅은 자신의 골인 마냥 기뻐하며 그라운드를 달렸다. 그라운드 밖 트랙에서 "하나만 하자!"를 간절하게 외치던 인천 코레일의 대기멤버들의 목소리는 금세 환호로 바뀌었다. 그러나 환호에도 불구하고 돌아본 그 들의 표정에는 다른 경기장의 결과에 대한 궁금증이 가득 서려있었다.
종료 휘슬, 자력우승은 불가능해졌지만 끝없는 경우의 수가 남아있었다. 꼭 우승이 아니더라도 4강 진출을 위한 통합 승점을 위해서는 가능한 높은 순위를 유지해야 했다.
선수는 물론 코칭스태프, 서포터까지 모두 다른 경기장의 결과를 알아보기에 바빴고, 김해의 승리를 전해들은 인천은 고개를 숙인 채 빗속에서 응원해준 서포터를 향해 감사 인사를 전하러 발걸음을 옮겼다.
"그래도 그럼 우리가 2위인가?" 승점을 계산하고 득실차를 따지며 서로 생각하는 순위가 맞다고 우겼다. 2위를 차지할 수 있을 줄 알았던 인천은 의외의 복병이었던 부산 교통공사가 노원 험멜에 3대1의 승리를 거두며 3위로 밀렸고, 강릉은 대전에 이긴 창원에 밀려 5위로 전기리그를 마쳤다.
이번 2009 교보생명 내셔널리그 전기리그는 우승을 차지한 김해시청부터 7위 수원시청까지 승점 차가 단 5점에 불과했다. 특히, 2위 인천 코레일부터 4위 창원시청은 승점이 모두 같아 득실차로 순위가 갈리는 특이한 상황도 연출했다. 3위와 4위의 득실차는 1, 만약 득실차마저 같았다면 다득점을 따져 순위를 가려야 했을 정도로 내셔널리그는 치열했다.
치열함 속에는 전력 평준화도 한 몫 했다. 시즌 전 열린 대통령배에서 약체로 평가받았던 인천 코레일의 분전 속에서 창원시청, 부산 교통공사 등이 물고 물리며 절대 강자가 없는 내셔널리그를 만들었다.
그 속에서 디펜딩 챔피언인 울산 현대미포조선과 전통의 강호인 고양 KB 국민은행이 하위권에 머문 것 또한 이번 시즌의 이변이었다.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접전과 이변이 속출한 내셔널리그는 40일간의 긴 휴식기를 가진 뒤 오는 8월 22일 다시 열전으로 돌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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