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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박스] 이동국을 향한 허정무 감독의 진의

기사입력 2009.07.09 01:40 / 기사수정 2009.07.09 01:40

전성호 기자

[엑스포츠뉴스=전성호 기자] 이동국의 대표팀 승선 여부가 축구팬들 사이 최고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그간 선수에 대한 평가를 내리는 데 신중한 모습을 보여왔던 허정무 대표팀 감독이 최근 이동국의 대표팀 승선에 대해 직설적으로 시기상조라는 의견을 피력했던 것이 도화선이었다. 흥미롭게도 축구팬들에게 마찬가지로 늘 평가절하의 대상이 되어왔던 허정무 감독의 발언은 언론과 팬들에게 뜨거운 논쟁거리를 안겨주었다.

허정무 감독의 쓴소리에 이동국 자신도 최강희 전북 현대 감독이나 자신의 아버지처럼 서운한 마음이 들 수 있다. 언론과 팬들은 늘 이동국을 '게으른 스타'라는 유효기간이 지난 근거 없는 클리셰로 규정지어왔다. 그러므로 허정무 감독의 비판을 이의 연장선상으로 본다면 당연히 섭섭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어찌 보면 언론과 팬들의 원성은 허정무 감독이 원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이로 인해 이동국이 더욱 독기를 품고, 소위 '잘 나가는' 지금에도 자신의 장점보다 약점을 되돌아볼 줄 알며, 강인한 멘탈과 희생정신으로 무장한 선수로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일 것이란 추측이 들기 때문이다.

허정무 감독의 '독설'은 어디에 근거하는가? 이동국은 이미 검증받을 만한 수준의 선수가 아니다. 그는 이미 대한민국 최고 공격수 계보에 오를만한 능력과 자질을 보여왔다.

'아무리 K-리그라도' 12경기에 11골을 넣는 것은 평범한 스트라이커가 보통의 컨디션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허정무 감독 역시 그 점에 대해서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만약 이동국이 앞으로 당장 K-리그 5경기에서 골을 넣지 못한다면? 지금 일고 있는 이동국 선발 여론은 금세 수면 아래로 가라앉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근호나 박주영이 같은 기간 동안 골 침묵을 보이더라도 언론과 팬들은 어느 정도 기다리는 자세를 취할 수 있다.

이는 지금의 이동국을 향한 여론이 일시적인 흥분일 수 있다는 점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며, 또한 그만큼 이동국을 향한 믿음이 박주영-이근호 대표팀 투톱에 비해 약하다는 것에 대한 반증이기도 하다.

바꿔 말한다면 최근 K-리그 경기의 맹활약이 이동국을 뽑아야 한다는 충분조건일 수는 있어도 필요조건은 되지 못한다는 얘기다. 허정무 감독이 그를 대표팀에 승선시키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이동국이 당장 골을 넣고 있느냐는 '현상'이 아니라 최상의 컨디션과 최고의 실력을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도 보여줄 수 있는 '본질'을 가지고 있는 가이다.

그 본질은 두 가지 측면에서 나타난다. 하나는 현재 대표팀의 주축을 이루는 선수들과 이동국이 좋은 조합을 이룰 수 있는지, 다른 하나는 이동국 스스로 자신을 향한 엄청난 기대를 충족시키는 컨디션과 수준에 올라 있는 지이다. 여기서 허정무 감독이 이동국을 향한 쓴소리에 대해 '작심하고 한 얘기'라 했던 이유가 설명된다.

허정무 감독은 늘 대표팀 합류에 물망이 오르는 선수들을 향해 '소속팀에서 현 대표팀 멤버보다 낫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라는 것을 강조해왔다. 이동국은 전북에서 매우 좋은 활약을 보이고 있지만, 어떤 면에서는 현 대표팀 공격수들이 갖지 못한 자신만의 능력을 지금보다 더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그가 대표팀 공격수로서 믿음을 받을 수 있는 지름길이다.

앞서 말한 두 가지 조건 모두 어쩌면 이동국의 최근 리그 경기를 보고 추측은 할 수 있지만, 이를 검증하기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이동국이 대표팀에 합류해서 경기를 직접 뛰어봐야 알 수 있는 것이다.

결국, 허정무 감독은 어느 시점에 가서는 이동국을 반드시 시험해 볼 것이다. 단지 허정무 감독은 이동국이 전성기라고 느꼈던 시절을 넘어 지금을 또 다른 전성기로 가져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일 뿐이다.

허정무 감독이 2002월드컵 준비 기간 당시 누구도 감히 상상하지 못했던 '홍명보 대표팀 제외'라는 카드를 통해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던 히딩크 감독의 흉내를 낸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어떤 의미에서는 맞는 말이다. 그리고 정말 그렇다면 이동국은 섭섭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 허정무 감독의 진짜 의도는 표면에 나타난 이동국의 '대표팀 제외'가 아니라 '대표팀 합류'이며, 더 정확하게 말하면 이동국의 '성공'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성장한 이동국은 선수 자신으로서의 발전은 물론이고 K-리그, 더 나아가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의 공격수로서 2010년 월드컵에서 눈부신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허정무 감독, 그리고 이동국을 K-리그 올스타에서 제외한 차범근 감독은 한국 축구에 무한한 애정과 관심이 있는 이들이다. 여기서 한국 축구란 대표팀이나 K-리그일 수도 있지만 그 일원 중 하나인 이동국 개인이기도 하다. 만약 정말로 이동국이 두 감독의 '비판'을 '비난'으로 받아들이는데 그친다면, 그것이야말로 이동국 스스로 대표팀이 원하던 선수가 아니라는 것을 가장 명확하게 증명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동국은 지금보다 더 강한 선수가 되어야 한다. 그는 평범한 스타플레이어가 아니라 모든 축구팬이 대한민국 축구의 미래로 여겼던 선수였기 때문이다. 그런 기대를 반영하듯, 허정무 감독의 인터뷰 중 한마디는 모든 상황을 설명해준다.

"이동국이 더 발전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메시지를 던져주고 싶었다."

▶[관련기사] 여전히 이동국은 대한민국 축구의 화두다

[FootBall Letter] '채찍' 든 허정무, 완성된 이동국를 주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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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호의 스카이박스] 대한민국 축구를 가장 편안하게 바라볼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랍니다.



전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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