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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s 현장] "1심 유죄→2심 무죄"…조영남, 재판부가 밝힌 '대작 사기' 아닌 이유

기사입력 2018.08.17 16:21

김미지 기자

[엑스포츠뉴스 김미지 기자] '그림 대작 사기 혐의'를 받은 조영남이 항소심에서 원심을 깬 '무죄'를 선고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2부(이수영 부장판사)는 17일 사기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조영남에 대한 항소심 선고기일을 진행했다.

조영남은 지난 2009년부터 2016년까지 무명화가 송 모씨, 오 모씨에게 총 200~300점을 그리게 한 뒤 덧칠 후 서명해 고가에 판매, 1억 6천여만 원을 편취한 혐의로 기소됐다. 지난 2016년 진행된 1심에서는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던 재판부는 이날 항소심 선고에서는 "원심 판결을 파괴하고 조영남에게 무죄를 선고한다"고 판결을 내렸다.

국내 현대미술계에서도 주목한 1심에서 유죄를 받았지만 2심에서 무죄가 된 재판부의 결정적인 판단을 살펴봤다.

▲ "현대미술, 보조자 사용 제작방식 존재…기망행위 아니다"

1심에서 재판부는 조영남이 밑그림을 지시한 송 모씨, 오 모씨가 보조자가 아닌 독립된 작가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지만 2심에서는 조영남의 작품이 조영남의 아이디어에 있었으며 그 아이디어를 토대로 조수들에게 구체적인 지시를 했기에 작가-보조자로 봐야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현대 미술계에서는 조수나 보조인력을 고용해 작업을 분담하거나 특정 전문기술자에게 필요한 작업을 의뢰하는 방식으로 하나의 작품을 만드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며 "특히 팝아트에서는 작가의 아이디어로 고용된 다수의 일력이 작품을 대량생산하는 추세도 있다"고 현재 미술계의 관행에 대해 소개했다.

이어 "조영남이 지난 1986년부터 '화투'를 콘셉트로 한 작품으로 전시회도 열었으며 화투 테마에 담긴 의미와 이유도 여러차례 밝힌 바 있기에 작품은 조영남의 고유한 아이디어와 콘셉트"라고 설명했다.

또 1심에서는 대작화가 송 모씨와 오 모씨가 체계적으로 미술을 공부했기에 조영남과 비교해 숙련도 등에서 그림 실력이 뛰어나다는 점을 들어 두 사람이 독립된 작가로 봐야한다고 판단내렸지만 2심 재판부는 "작가와 보조자들의 회화실력이 비고될 필요가 없다. 법률적으로 판단해 범죄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 "보조자 사용 사실 고지할 의무 없어"

1심 재판부는 조영남이 보조자 사용 사실을 고지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기 혐의에 유죄를 인정했지만 2심 재판부에서는 "작품 구매자들이 인지도, 독창성, 창의성, 완성품 수준, 희소성, 가격 등 다양한 구매 동기를 가지고 있다. 작가의 '친작' 여부가 구매 결정에 반드시 필요하거나 중요한 정보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며 "구매자들의 주관적 동기가 모두 같지 않기에 조영남에게도 보조자 사용 사실을 고지할 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2심 재판과정에서 조영남의 변호인은 "그림을 구매한 이들이 재산상 피해를 입었다고 했지만, 보조자를 활용한 작품이 친작보다 가격이 떨어지거나 그럴 위험이 없으며 실제로 가격이 떨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보조자 사용을 숨기려했다는 행위에 대해서도 변호인은 재판과정에서 "1960년대 이후 팝아트 개념이 일반화되면서 보조자 활용은 작품의 가치에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에 알릴 필요가 없다. 또 그럴 필요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조영남은 KBS의 한 방송에서 보조자들과 함께 작업하는 모습을 담아냈으며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보조자와 작업하고 있다고 밝혔기 때문에 검찰 측이 제시한 기망에 속하지 않는다"고 주장한 바 있다.

am8191@xportsnews.com / 사진=엑스포츠뉴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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