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배우 한효주가 영화 '인랑'(감독 김지운)으로 관객들을 만났다.
7월 25일 개봉한 '인랑'은 남북한이 통일준비 5개년 계획을 선포한 후 반통일 테러단체가 등장한 혼돈의 2029년, 경찰조직 특기대와 정보기관인 공안부를 중심으로 한 절대 권력기관 간의 숨막히는 대결 속 늑대로 불리는 인간병기 인랑의 활약을 그린 작품. 한효주는 빨간 망토 소녀의 언니 이윤희를 연기했다.
어느 작품보다 길었던 촬영 시간, 고민했던 시간들 속 한효주는 자신도 몰랐던 새로운 얼굴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해왔다.
'인랑' 개봉과 함께 만난 한효주는 "기획이 오래됐잖아요. 6년 전부터 감독님이 하신다는 소식을 듣고, 원작도 찾아봤었죠. 재밌겠다는 생각을 했고, 저도 이 작품에 참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어떻게 보면 바라던 바가 이뤄진 것이죠"라며 웃음을 지어보였다.
실제 '인랑'을 촬영하면서 어려움에 부딪혔을 때, 원작을 교과서처럼 꺼내보면서 참고를 하곤 했다. 한효주는 "원작 속 캐릭터가 이 대사를 왜 이 상황에 한 것일까 생각하면서 대입해보고, 가져올 수 있는 부분과 참고할 수 있는 부분을 생각하며 연기했죠"라고 설명을 더했다.
'인랑'에 대한 애정과 김지운 감독을 향한 믿음도 남달랐다. 한효주는 "김지운 감독님의 색깔이나 세계관이 잘 담긴, 비주얼적인 부분에서도 지금까지의 한국영화에서 보여지지 않은 영화라고 생각해요. 한국에서 총을 들고 있는 액션이 이렇게까지 자연스러운 영화가 있었나 싶더라고요"라고 얘기했다.
"'새로운 영화가 나온 것 같다'가 첫 감정이었던 것 같아요. 시각적인 것도 그렇고 색감 같은 것들이, 김지운 감독님의 새로운 색깔이 나온 것이 아닌가 싶죠."
'인랑'을 통해 자신의 새로운 얼굴을 보여주고 싶었던 바람도 있었다. 한효주는 "제가 제 모습을 스크린으로 볼 때 늘 객관적으로 보려고 노력하거든요. 그 전 영화들도 항상 모니터링을 할 때 나라기보다는 그 영화에 나오는 캐릭터로 보려고 노력을 하는 편이었어요. 이번 '인랑'도 그랬죠"라고 얘기했다.
이어 "'인랑'은 저의 이전 영화들을 볼 때보다도 좀 더 낯설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제가 제 스스로를 볼 때, 새로운 느낌과 낯선 느낌이 많이 들었었고, 그게 이 영화를 선택하면서 배우로서 제가 기대한 부분이기도 하거든요"라고 덧붙였다.
"뭔가 새로운 얼굴들을 감독님이 꺼내주셨으면 좋겠다는, 감독님이라면 꺼내주실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었어요. 이번 영화 모니터링을 하는데 그런 얼굴들이 보여서 낯설기도 하고 기분이 좋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걱정도 되더라고요. 받아들이시는 분들이 어떻게 받아들이실까, 복합적인 마음이죠. 이윤희 캐릭터가 공감이 되고, 연민 가는 캐릭터였으면 좋겠어요."
김지운 감독이 자신을 두고 '안정적으로 연기하는 배우'라는 말을 했던 것을 떠올린 한효주는 "안정적이라는 것이 좋으면서도, 또 좋지 않은 면도 있는 것이잖아요. 그런 안정감 속에서 틀을 깬다고 해야 하나? 그런 연기를 보여드리고 싶었던 것 같아요.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많이 하고 가도, 현장에 가면 그 모든 것들이 다 와장창 깨지는 느낌이 들었죠"라고 말을 이었다.
"내가 계산하고 생각했던 대로가 아니라 그런 순간적이고 즉흥적인 느낌으로 내 계산을 틀어버리는, 감독님의 디렉션도 있었고 또 제 스스로도 깨려고 많이 노력을 했었어요. 스크린으로 보는데 그 얼굴들이 낯설더라고요. 그런 부분인 것 같아요 나도 모르는 표정이라든지 처음 보는 얼굴이라든지 뭐 이런 것들이 그런 부분에서 중간 중간 나오지 않았나 싶어요."
'정말 쉬운 캐릭터는 아니었다'고 전한 한효주는 "감정 조절을 하는 것이 어려웠고, 정말 그럴 때마다 감독님께서 조금씩 감정의 높이를 올려보자고 얘기하셨는데, 저 역시 감독님의 의견을 많이 듣고 취합하려고 했어요"라고 떠올렸다.
또 "이윤희의 입장에서만 놓고 보면 '인랑'은 멜로 영화거든요. 영화 전체적으로는 아쉬울 부분일 수 있지만 결국 사랑이라는 감정 때문에 흔들리고 그런 선택을 하는 것, 어떤 집단에서 개인으로 나와서 자기의 삶을 찾아가는 큰 결단을 내릴 때 결단을 내리는 이유가 사랑이잖아요. 캐릭터에 대해 아쉬운 부분이긴 한데, '너무 빠져있지 않았나. 한 발자국 떨어져서 냉정하게 연기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제 스스로 너무 캐릭터에 많이 빠져있었던 것 같아요"라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인랑'을 마치고 차기작을 검토하고 있는 한효주는 요즘 자신 스스로에 대한 생각을 하는 시간이 많아졌다고 고백했다.
"'인랑'을 찍으면서 '신념을 갖는 게 중요하구나'라는 생각을 많이 했죠. 이 영화를 끝내고 나서 어떤 신념을 갖고 살아가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 요즘 그것이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는 것 중 하나인 것 같아요. 그럼 나는 어떤 신념을 갖고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이게 최대 고민이죠."
"아직 '인랑' 이후의 활동은 정확하게 정해진 것은 없어요"라고 미소를 지어 보인 한효주는 "시간을 갖고 천천히 가보려고 해요. 요즘 저를 찾아가고 있는 중이라서 어떤 배우로서의 한효주와 사람으로서의 한효주에 대해, 아주 근본적인 질문부터 하고 있는 중이거든요"라고 말했다.
"이런 감정이 누구나 다 겪는 건가, 싶기도 해요. 요즘은 정말 자연스럽게, '나는 누구인가. 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어떤 신념을 갖고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 질문하고 생각하고 떠올리게 되는 시간이 많아졌어요. 제 스스로를 먼저 두껍게 만들어놓고 다른 옷을 입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동안은 막연히 다른 옷을 입는 것에만 집중했지, 내 옷을 입는 것에는 집중하지 못했단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내 스스로 내 옷을 예쁘게 입을 수 있을 때 다른 옷도 더 멋지게 입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고민을 하고 있어요. 열심히 살려고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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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