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9.06.11 03:00 / 기사수정 2009.06.11 03:00
[엑스포츠뉴스=박형규 기자]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는 무엇일까? 야구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프로는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완벽히 소화하기 위해 머리에서부터 발끝까지 신경을 곤두세운 채 골몰하며 자신을 불태운다. 앞으로 일어날 일을 미리 예측하고 '선견지명'으로 미리 그에 맞게 준비하며 상황을 대비한다.
LG 트윈스의 '4차원의 사나이' 3루수 정성훈이 10일 두산 베어스와의 잠실경기에서 '준비된 자에게 복이 온다.'라는 말을 스스로 입증시켰다. 사실 '복'이라는 단어는 맞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스스로 개척한 것이 아닌 운이 좋게 맞아떨어진다는 의미가 강하기 때문이다. 이날 정성훈은 '준비된 자'의 모습을 멋지게 유감없이 발휘하며 자신의 진면모를 선보였다.
LG는 그간 FA에서 재미를 보지 못했다. 'FA의 무덤'이라고 불릴 정도로 많은 돈을 투자했지만, 그만 큼의 아웃풋을 뽑아 내지 못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이진영과 정성훈을 SK 와이번스와 히어로즈로부터 영입한 LG는 '가을 야구'에 대한 염원을 내비치며 꿈을 현실화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두 선수를 영입하기는 했지만, 두 선 수중 조금 더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포커스가 집중 된 선수는 정성훈보다는 이진영이었다. '국민 우익수'라고 불리며 굵직한 국제 대회에서 맹활약했기에 인지도 특면에서 정성훈이 이진영에 비해 밀릴 수밖에 없었다.
두 선수 모두 현재 맹활약하며 LG를 이끌고 있지만, 현 시점에서 LG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선수는 정성훈이라고 할 수 있다. 단순히 기록적인 측면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정성훈은 그간 LG를 표방하고 지배해온 '신바람 야구','자율 야구', '세련됨'에 반하는 행동으로 팬들에게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짧게 밀어버린 머리와 언제나 무릎 근처까지 스타킹을 올려 신으며 '농군패션'을 선보였고 자신의 뜻대로 플레이가 펼쳐지지 않을 때에는 방망이를 집어던지거나 헬멧을 땅에 내리꽂는 돌발행동으로 주목을 받았다. 물론, 이것이 자기 자신에게 화가 나서 행하는 행동임을 팬들은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팀에 들어온 지는 얼마 안 되었지만 어느덧 팀에서 가장 사랑받는 선수로 우뚝 솟게 되었다.
그가 왜 사랑받을 수밖에 없는 선수인지는 10일 경기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5타수 4안타 2타점의 기록만이 그것을 다 설명하기는 그야말로 역부족이다.
맹타를 휘두르며 팀의 승리를 이끈 정성훈은 첫 타석에서부터 다른 선수들과는 다른 성실성과 그만의 야구 철학을 확실히 보여줬다. 1회 초 첫 타석에서 1사 2루의 득점 찬스에서 정성훈은 3루수 직선타로 아웃이 되었다.
두산 투수 금민철의 공에 배트 안쪽이 맞은 나머지 배트가 부러지며 직선타로 처리됐다. 덕아웃에 들어간 정성훈은 곧바로 다음 타석을 준비했다. 1회에 타석에 나서서 아웃이 되었으니 정상적이라면 3~4회쯤에 타석에 나설 그였지만 그에게 다음이란 없었다.
덕아웃에 들어간 정성훈은 자신의 새로운 방망이를 들고 바깥에 나와 다음 타석을 위한 준비를 선행했다. 새 방망이가 자신에게 맞도록 가다듬었고 바로 아웃 되어 덕아웃으로 복귀한 그였지만 새 방망이에 적응되기 위해 몇 번 휘둘러 보기도 했다.
그의 그런 정성과 준비성은 다음 타석부터 열매를 맺게 되었다. 중전 안타를 시작으로 우전안타와 좌전안타 그리고 마지막 타석엔 중월 3루타까지 뽑아내며 그야말로 부챗살타법을 선보이며 쾌조의 타격감을 과시했다.
역시나 정성훈은 '준비된 자'였다. 이 날의 맹활약은 결과론적인 이야기일줄 모르지만 1회 초 보였던 정성훈의 준비된 모습에서부터 비롯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소한 모습일지는 모르지만 이러한 모습은 그간 '패배주의'가 팽배해온 LG의 선수들에게 귀감이 될 만한 행동과 정신이다.
0.319라는 그의 현재 기록이 말해 주고 있듯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정성훈이지만, 이러한 기록적인 측면보다 그의 남다른 정신과 행동이 LG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크다고 할 수 있다.
정성훈의 이러한 맹활약이 '총체적 난국'에 허덕이고 있는 LG에 활력소로서 작용할 수 있을까? 정성훈과 더불어 모두 머리를 짧게 자르며 필승을 다짐하고 있는 LG 선수들의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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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C) 정성훈 (LG 트윈스 공식 홈페이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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