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9.06.06 06:14 / 기사수정 2009.06.06 06:14
[위클리엑츠=대구 스타디움, 조영준 기자] 지난 4일과 5일에 걸쳐 대구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제63회 전국육상경기선수권대회는 한국 신기록이 3개나 나오는 값진 성과를 올렸다. 비록, 작년 여수에서 펼쳐진 전국체전에서 나온 7개의 한국 신기록에는 못 미쳤지만 필드와 트랙에 걸쳐서 고르게 기록이 단축되었다.
또한, 한국육상의 미래를 짊어질 어린 유망주들이 많이 배출되었다. 그 중에서도 이선애(15, 서남중)는 여자 100m에서 괄목할만한 기록을 세웠다. 중학생으로서 23년 만에 나온 최고 기록인 11초 88의 기록을 세웠기 때문이다.
국내 단거리의 '간판' 김하나(25, 안동시청)에 이어 2위를 기록한 이선애는 이번 대회가 배출한 최고의 유망주였다. 그러나 필드 종목의 선전에 비해 트랙 종목의 부진은 여전히 아쉬웠다. 또한, 국내 육상대회 중, 가장 권위 있는 대회인 전국육상경기선수권대회가 철저한 '무관심' 속에서 치러진 점은 큰 아쉬움으로 다가왔다.
오랜 꿈속에서 헤매고 있었던 한국 육상, 도약 종목에서 기지개를 켜다
이번 대회에서 나온 3개의 한국 신기록은 모두 필드 종목에서 나왔다. 여자멀리뛰기와 남자 세단뛰기, 그리고 여자해머던지기에서 값진 기록이 쏟아졌다. 이 중에서도 멀리 뛰기와 세단뛰기는 모두 '도약 종목'에 해당된다.
러닝 뒤, 점프로 이루어지는 종목은 '도약 종목'으로 분류하고 있다. 높이뛰기와 장대높이뛰기, 그리고 세단뛰기와 멀리뛰기 등 4가지 종목은 모두 도약 종목에 속해있다. 남자 높이뛰기 한국 신기록 보유자인 이진택(37) 주니어 국가대표 도약 감독은 "다른 종목에 비해 도약 종목은 풍년을 맞이하고 있다. 국내 무대를 대표하는 선수도 뛰어나지만 장래가 촉망되는 유망주들이 지속적으로 배출되고 있다"라고 도약 종목의 현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한국 신기록이 나온 여자 멀리뛰기와 남자 높이뛰기는 아시아권에서도 충분히 도전해볼 수준이다. 또한, '필드 종목의 꽃'으로 불리고 있는 여자장대높이뛰기는 한국육상 최고의 기대주인 임은지(20, 부산 연제구청)가 빠른 페이스로 한국 신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그러나 임은지는 이번 대회에서 컨디션 난조를 보이며 선배인 최윤희(23, 원광대)에게 정상을 내줬다. 하지만, 임은지의 성장 가능성은 매우 밝다고 육상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국내 여자멀리뛰기의 '1인자'인 정순옥(26, 안동시청)은 자신이 기록한 한국 신기록을 무려 8cm나 경신했다. 6m 76의 기록으로 2년 9개월 만에 값진 한국 신기록을 수립한 정순옥은 남자 멀리뛰기 세계신기록 보유자인 마이크 포웰의 지도자였던 랜딩 헌팅턴의 창의적인 지도에 힘을 얻었다.
정순옥과 함께 헌팅턴의 지도를 받은 김덕현도 남자 세단뛰기에서 한국 신기록을 세웠다. 비디오 분석을 도입해 선수들의 장단점을 지적하고 이것을 구체적으로 고쳐나가는 지도방식에 힘입은 두 선수는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었다.
헌팅턴의 지도방식이 성공하면서 '예전 것을 답습하는' 국내 지도방식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 선수에게 잘못된 부분을 지적만 할 것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어떻게 고쳐야 하는 지를 외국인 코치는 몸소 증명해 보였다.
인재가 모여들고 있는 필드에 비해 트랙은 여전히 침체국면에 빠져있다. 그러나 예전과는 달리, 트랙경기에서도 서광의 빛이 비치고 있다. 올 소년체전에서 3관왕을 차지하고 여중생으로 23년 만에 최고 기록을 수립한 이선애의 등장은 한국육상계에 신선한 충격을 던졌다.
이진택 주니어 도약 감독은 재능 있는 유망주들이 꾸준하게 나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 감독은 "대학 육상대회 같은 경우, 너무 선수가 부족해 초라하게 보일 정도이다. 전반적으로 저변이 두텁지 못하지만 이러한 가운데에서 유망주들이 꾸준하게 등장하는 점은 매우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우물 안 개구리'에서 빠져나오는 것이 육상 발전의 지름길
실업 선수들의 대우 기준은 '기록'이 아닌, '순위'이다. 좋은 성적을 꾸준하게 유지한 선수는 실업팀들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 더욱 좋은 연봉과 대우를 제시받을 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 무대에만 치우치려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신기록 달성을 위한 노력이 치열하지 못하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무엇보다 '우물 안 개구리'의 길을 걷지 않는 것이 한국육상의 가장 필요한 과제이다. 정순옥과 김덕현의 한국 신기록 수립은 모두 국내의 지도방식을 고집하지 않고 선진 훈련방법을 도입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또한, '꼴찌'를 하더라도 국제무대에 나가 세계적인 선수들의 기량을 확인하고 자신의 위치를 점검하는 점이 매우 필요하다. 대우 문제에만 신경을 써, 국제경험의 장을 버리고 국내대회의 순위에 연연한다면 한국육상의 미래는 암울하다는 것이 육상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뒤늦게나마 대한육상경기연맹은 2011년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대비한 '유망주 육성 계획'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외국 코치의 초빙은 물론, 국제무대의 유치를 통해 한국육상의 저변을 넓히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국내육상대회는 부족하다. 또한, 전국육상경기선수권대회 같은 큰 대회에 좀 더 많은 관심을 쏟아져야 된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이진택 도약 주니어대표 감독은 "전국육상선수권대회 같은 큰 대회는 직접 참가하지 않더라도 직접 현장을 찾는 점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한국 신기록에 도전하는 선수들을 직접 보면서 자신이 발전해야 될 부분을 점검하고 느끼는 점은 유망주들에게 매우 필요하다. 그리고 안타까운 점은 대학육상대회를 보면 참가하는 선수들이 매우 적어 한두 명이 경쟁을 하는 종목도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점이 개선돼야 한국육상의 밝은 미래가 가능하다고 본다"라고 평가했다.
한국스포츠의 최대약점이라 여겨졌던 '기초 종목의 부진'은 아직까지 계속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필드 종목의 강세와 유망주들의 꾸준한 발굴은 한국육상의 미래를 고무적으로 만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국내대회의 순위'에 집착하지 않고 '세계무대에서 경쟁할 수 있는 기량의 완성'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근시안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닌, 장기적인 관점에서 선수들을 육성하는 체계적인 시스템이 완성돼야 한국 육상의 발전도 계속 이어질 것이다.
[사진 = 제63회 전국육상경기선수권에 참가한 최윤희, 김하나, 임은지, 여호수아 (C) 엑스포츠뉴스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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