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인터뷰①에 이어) 장영남은 1995년 극단 목화의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데뷔해 20년이 훌쩍 넘는 시간 동안 무대와 브라운관, 스크린을 오가며 꾸준히 활동을 이어왔다. 배우라는 직업으로 살아가는 것과 더불어 결혼과 출산까지, 최근 몇 년간 장영남이라는 한 개인의 인생에서도 많은 변화들이 자리했다.
'나와 봄날의 약속'을 통해 오랜만에 영화를 소개하는 인터뷰에 나선 장영남은 "삼청동이 정말 오랜만이다"라며 환하게 웃었다. 2012년 개봉했던 '이웃사람' 이후 영화로는 무려 6년 만의 인터뷰이니, 감회 역시 남다를 수밖에 없다.
영화와 함께 지금 이 시간을 살아가는 장영남의 일상에 대한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함께 자리했다. 20대부터 열정 넘치게 달려왔던, 누구보다 부지런했던 시간들은 40대 중반이 된 현재 빈틈없이 채워진 탄탄한 필모그래피로 증명되며 장영남을 대중에게 믿음을 주는 배우로 각인시킬 수 있는 힘이 됐다.
결혼과 출산은 장영남의 삶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2011년 결혼 후 2014년 아들을 얻은 장영남은 배우이자 아내, 엄마로 자신 앞에 다가온 시간들을 받아들이고 있다.
"저는 30대 때가 참 좋았던 것 같아요. 정말 열심히 일했었거든요.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가 쉽지는 않았죠. 결혼과 출산이 제 인생에서 한 획을 그었던 것은 맞는 것 같아요. 아직도 허우적거리며 헤매고 있네요.(웃음)"
올해 초 '엘렉트라'를 통해 7년 만에 연극 무대에 다시 선 장영남은 "연극을 하면서 마음의 위안을 찾으려고 했는데, 그러지 못했던 것 같아요. 많이 미진했죠. 그런데 오히려 그것이 정신을 더 번쩍 나게 한 것 같아요"라고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늘 냉정하게 자신을 바라보려고 하는 장영남은 "스스로에게 관대하지 않은 편인 것 같다"는 이야기에 "맞아요"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한테 관대하지 못해요. 야박한 편이죠. 어렸을 때 부모님께서 엄격하셨거든요. 칭찬에도 인색하셨고요. 제가 자만한 적도 없는데 자만하지 말라고…(웃음). 그러다 보니 저 스스로도 제게 관대하지 못했어요. 저희 집이 딸만 다섯 명이었거든요. 언니들에 비해서 사실 관심을 많이 못 받는다는 생각이 있었죠. '이 정도면 괜찮아' 이런 생각을 많이 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당시 부모님의 마음은, 연기라는 고된 길을 밟으려 하는 딸을 향한 걱정이었다. 지금은 그 누구보다 장영남의 활약을 인정하고, 격려해주는 분들이다.
그렇게 오롯이 연기만을 바라보며 달려오던 삶에 변화가 생겼고, 일과 육아를 함께 한다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었다. 감성을 바탕으로 집중력을 요구하는 배우라는 직업의 특성상 더욱 그랬다.
장영남은 "정말 쉽지는 않은 것 같아요. 다른 일도 마찬가지지만 저희 일은 집중력이 필요한 일이잖아요. 그런 시간이 사실 부족하죠. 운상이(아들)를 계속 돌봐야 하니까, 조금이라도 뭔가 생각을 할 겨를이 없는 것 같아요. 한때는 그게 너무 괴로웠죠"라고 솔직하게 토로했다.
결국은 더 좋은 연기를 하고 싶고,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된 아쉬움이었다.
"촬영장에 가면, 제가 준비가 안 되고 공부가 안된 것 같아서 불안한 거예요. 이 캐릭터가 아직 습득이 안 된 것 같은, 그런 불안함이 있었던 것 같아요. 마치 그냥 대사만 외워서 가는 느낌인데 심심하고 재미없는 느낌 있잖아요. 제가 연기할 캐릭터에 대한 그림을 그려야 되는데 그게 잘 안 그려져 있고, 대충 그리다 말고 간 것 같은 느낌 때문에 마음이 항상 불안했죠."
"저 스스로도 저를 이렇게 들들 볶는데, 안 힘들 수 있겠나요"라고 너스레를 떤 장영남은 "그런데 요즘에는 그런 부분에 있어서 저를 조금 내려놓은 것 같아요"라고 조금의 여유를 찾게 된 이야기를 덧붙였다.
지난 해 방송된 드라마 '왕은 사랑한다'를 비롯해 영화 '공조', '희생부활자', 올해 개봉한 '바람 바람 바람', '나와 봄날의 약속' 등 일일이 나열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작품으로 존재감을 발산하고 있는 장영남은 하반기에도 영화 '협상'을 비롯해 다양한 작품으로 대중과 끊임없이 소통할 예정이다.
장영남은 "저는 보통 작품을 한 번 같이 했던 분들과 다시 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사람과 사람의 관계, 그런 순간들을 중요하게 생각해온 것 같아요"라고 말을 이었다.
"이렇게 넓은 연예계라는 곳에서, 저를 믿어주시는 것이잖아요. 누군가 나를 믿어준다는 것은 정말 큰 의지가 되는 것 같거든요. 때로는 제가 맡은 역할이 조금 미미해 보인다고 해도, 고마운 분들이라는 생각이 있기 때문에 꼭 함께 작업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 되서 놓치지 않으려고 하죠. 가끔은 손해도 볼 수 있겠지만, 사람 나고 일이 났지, 일이 나고 사람이 난 것은 아니잖아요.(웃음) 사람들에게 상처 받는데, 결국 또 사람에게 힐링 받죠. 좋은 감독님과 작가님의 작품이라면 말할 것도 없고요.(웃음) 제가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작품이라면 언제든 도전하고 싶어요."
slowlife@xportsnews.com / 사진 = 엑스포츠뉴스 김한준 기자, 각 영화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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