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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s 인터뷰①] '시카고' 아이비 "역대 최다 록시 역할, 인생 최고의 작품"

기사입력 2018.07.04 08:13 / 기사수정 2018.07.04 14:21


[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록시 하트의 옷을 입고 무대에 오른 아이비를 보면, 팔색조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때론 여우 같으면서도 백치미 있다. 섹시함과 사랑스러움, 코믹과 도도함까지 록시 하트의 다양한 매력을 완벽하게 소화한다. 아이비가 곧 록시 하트고, 록시 하트가 곧 아이비다. 

아이비는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시카고’에서 록시 하트 역을 맡아 열연 중이다. ‘찰떡’이라는 호평에 대해 “오래 해서 그렇다”며 겸손해했다. 

“평소 성격이 록시 하트와 비슷해요. 백치미도 흐르고, 엄청 발랄하잖아요. 무거운 내용도 가볍게 풀 수 있는 유머가 있는 캐릭터고요. 고비마다 굉장히 영특하게 위기를 넘어가죠. 저는 영특하진 않은데 (웃음) 전환을 잘하는 면이 제 성향과 비슷한 것 같아요.

물론 다양한 매력을 표현하는 건 어려워요. 내용으로만 보면 너무나 얄밉고 비호감이잖아요. 살인을 저지르고 너무 뻔뻔하게 그걸 이용해 스타가 돼요. 꼬집어서 비트는 블랙 코미디인데 얄밉지만 밉지 않게, 사랑스럽게 표현하는 게 쉽지는 않았어요. 관객이 록시를 사랑할 수밖에 없으려면 매 순간 진실해야 한다는 점을 상기하려고 노력해요.” 

록시 하트는 나이트클럽에서 만난 내연남을 살해한 죄로 수감된 코러스걸이다. 연기, 춤, 노래 모두 완벽하게 해내야 한다. 안무가 특히 어려운 작품으로 유명한데, 아이비는 그런 록시 하트를 능수능란하게 소화한다. 댄스 가수 출신이어서 조금은 더 쉬울 것 같은데 전혀 그렇지 않았단다. 

“다들 춤을 못 추냐고 놀라더라고요. 섹시한 척하면서 골반을 흔드는 것과는 차원이 달라요. 다른 배우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더 열심히 하고 있어요. 관객으로 봤을 때는 안무가 워낙 깔끔하기 때문에 ‘내가 댄스 가수 출신인데 저 정도는’ 하는 마음이었거든요. 막상 해보니까 기본적으로 뮤지컬 배우가 갖춰야 할 발레라든지, 기본기가 탄탄한 분들이 하는 작품이었어요. 기본기가 없으면 소화 못 해요. 손을 꺾는 각도까지 계산해야 하고요.

‘시카고’는 뮤지컬 배우 사이에서도 춤의 도사인 배우들이 하는 작품이거든요. 그때만 해도 두 번째 작품에 불과했기 때문에 멘붕이었어요. 나머지 공부도 하고 스태프들이 도와줘서 시작했어요.” 

아이비는 국내에서 가장 오랜 기간 동안 록시 하트로 출연했다. 2012, 14, 15, 그리고 18시즌에 참여해 최다 록시 하트라는 타이틀을 지닌 그는 “자랑스럽다”며 미소 지었다. 

“이렇게 세련되고 좋은 의미를 담은 작품에 계속 출연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자랑스러워요. 록시 하트는 대한민국 여배우의 꿈일 거예요. 누구나 다 하고 싶어 하는 역할이라 경쟁이 치열해요. 다른 배우 입장에서도 일단 고음이 없어서 노래에 부담이 없고 재밌고 예쁜 의상과 메이크업을 할 수 있고 주목받을 수 있는 예쁜 역할이니까요.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계속 설 수 있으면 너무 좋겠죠.” 

지난 10일에는 SNS에 록시 하트 역을 맡은지 6년이 된 소감을 올리기도 했다. 

“짧으면서도 긴 시간인 것 같아요. 얼마 전에 최정원 선배와 1000회 공연을 했어요. 물론 정원 선배님은 시작부터 끝까지 한 분이지만 록시로는 대한민국에서 제일 많이 섰으니 특별하더라고요. 하고 싶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게 아니거든요. 할 때마다 오디션을 봐야 하고 외국 스태프가 기량이 떨어졌는지 안 떨어졌는지 봐요. 지난 시즌에 했던 사람이어도 안 뽑을 수 있고요. 오랜 시간 캐릭터를 맡는 게 쉽지 않은데 아직 찾아줘 감사해요.” 

아이비는 최근 ‘위키드’,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레드북’, ‘아이다’, '시카고' 등 여자 주인공이 중심인 작품을 해왔다. ‘시카고’ 역시 벨마 켈리와 록시 하트가 주인공으로, 배우로서의 역량을 마음껏 보여주고 있다. 여러모로 남다른 작품이다. 2012년에는 '시카고'로 한국뮤지컬대상에서 신인 여우상을 탔다. 아이비는 “인생 최고의 작품”이라고 칭했다. 

“여자가 주인공인 웬만한 작품을 다 한 것 같아요. 그 자체가 축복이에요. '시카고'는 세상에서 가장 세련된 작품이라고 할 수 있어요. 어떤 뮤지컬을 봐도 이렇게 세련된 게 없어요. 천재적인 작품이고 제 인생 최고의 작품이죠. 화려한 장치, 의상 등 아무것도 없는데 배우의 힘으로 끌고 가는 작품이어서 배우에게 엄청난 보람을 줘요. 연기적인 부분에서 특히 많이 성장할 수 있죠.” (인터뷰②에서 계속) 

khj3330@xportsnews.com / 사진= 박지영 기자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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