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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차 마무리' 손승락, 대기록보다 소중했던 재충전의 시간 (인터뷰)

기사입력 2018.06.20 11:00 / 기사수정 2018.06.21 18:08

채정연 기자

[엑스포츠뉴스 채정연 기자] 3전4기 끝에 9년 연속 10세이브 기록을 세웠다. 쉽지 않은 여정이었지만, 그 과정에서 새로운 모습을 찾을 수 있던 손승락이다.

손승락은 19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KT 위즈와의 시즌 팀간 6차전에서 시즌 10번째 세이브를 올렸다. 2점 차 상황이던 9회 마운드에 올라 강백호, 대타 유한준, 로하스를 2탈삼진 포함 삼자범퇴로 막아냈다.

9년 연속 10세이브의 기회는 앞서 3번이 있었다. 그러나 모두 무산됐다. 5월 29일과 31일 LG를 상대로 블론세이브를 범했고, 2군에서 재정비 후 치른 6월 13일 삼성전에서도 승리를 지키지 못했다. 마무리로서 팀의 승리를 지키지 못해 충분히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손승락은 4번의 도전 끝에 결국 금자탑을 쌓았다.

쉽지 않은 과정이었지만 그만큼 손승락에게 값어치 있던 시간이었다. 그를 채찍질한 것은 질타도, 원망도 아닌 팬들의 진심어린 응원이었다. 경기 후 만난 손승락은 "9년간 마무리를 하며 힘든 시간이 많았지만 이번에 유독 그랬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서 "팬 분들께 과분할 정도로 응원을 받았다. 2군에 있을 때 많은 분들이 찾아와 '괜찮다', '고개 숙이지 말고 웃어라'는 말로 격려해주셨다"고 전했다. 비난보다 더 아픈 격려가 손승락에게 원동력이 됐던 셈이다.

또한 이 시간은 '마무리 손승락'에게 변화를 일으킨 계기이기도 했다. 손승락은 "9년간 꾸준히 마무리를 해온 사람은 나 뿐이라는 생각이다. 멘탈의 문제라기보단, 부상 없이 휴식 없이 던지다보니 반복된 상황 속에서 지친 것 같았다"고 털어놨다. 블론세이브의 충격보다는, 재충전의 시간이 필요했다.

스스로 변화도 필요하다고 느꼈다. 손승락은 이후 빠른 시간 안에 포크볼을 연마했다. "예전부터 포크볼을 던지라고 권유한 이들은 많았지만, 지금처럼 내 스스로 필요하다고 생각은 하지 못했었다"고 말한 손승락은 "과감하게 포크볼을 던지겠다고 선택했다. 이용훈 코치님과 (송)승준이 형이 마운드에서 시도할 수 있도록 많이 격려하고 도와줬다"며 고마움을 드러냈다.

한 달을 연습해도 실전에서 던질 수 없던 포크볼이지만, 필요성을 깨닫자 이틀 만에 익혔다. 무엇보다 이용훈 코치와 송승준이 '(실전에서도)할 수 있다'고 북돋우자 자신감이 생겼다. 손승락은 "이들 덕분에 실전에서 시도할 수 있었다. 대기록보다는 새로운 구질로 재밌게 경기를 마쳐서 기분이 좋다. 다시 새로운 에너지가 찾아오는 느낌이었다"며 웃었다.

3번의 블론세이브를 범한 상황, 다시 마운드에 오르는 마음은 떨리지 않았을까. 손승락은 담담하게 "또 블론세이브를 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고 돌아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잃고 싶지 않았던 것은, 팬들과 스스로에게 떳떳한 모습이었다. "원래 손승락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말대로, 어렵사리 따낸 올해의 10번째 세이브는 참으로 그다웠다.

lobelia12@xportsnews.com / 사진=엑스포츠뉴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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