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진의 노크]는 영화계 안팎에서 힘을 보태고 있는 숨은 일꾼들과 함께 나눈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전하는 엑스포츠뉴스의 고정 코너입니다. [편집자주]
열 번째 주인공은 CJ CGV의 영화 평점 시스템 '골든에그(GoldenEgg)지수'를 탄생시킨 디지털마케팅팀 윤동환 팀장, 박혜림 사원입니다. 2016년 2월 CGV에서 내놓은 골든에그지수 시스템은 CGV만의 특별한 알고리즘을 적용함과 함께 영화를 직접 관람한 관객들의 평가와 생생한 리뷰, 차별화된 관람 포인트 정보를 바탕으로 신뢰를 쌓아가며 영화 평점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는 호평을 얻고 있습니다.
[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지난 2016년 2월 이후 CGV 홈페이지에서는 영화를 평가하던 기존 별점이 모두 골든에그지수로 대체됐다. 관람객들의 평가 결과에 따라 '프라이드 에그(Fried Egg)'와 '굿 에그(Good Egg)', '그레이트 에그(Great Egg)' 등 깨진 달걀과 왕관을 쓴 달걀의 이미지가 관객들의 눈에 쏙 와 닿는다.
골든에그지수가 관객들과 만나게 된 지 어느덧 3년차. 지금 골든에그지수는 실제 관람객과 영화 팬들뿐만이 아닌, 영화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작품을 볼때 눈여겨보는 포인트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
그 중심에는 윤 팀장과 박 사원이 있다. 이들은 골든에그지수 개발을 통해 관객들이 영화를 한층 더 가깝고 편안하게 마주할 수 있는 바탕을 완성했다. 서울 용산구 한강로에 위치한 CGV 본사에서 이들을 만나 영화와 함께 하는 새로운 시도로 맞이한 결과물인 골든에그지수의 탄생과 변화,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봤다.
-어떤 분들이 과연 이 골든에그지수 시스템을 만든 것인가 많이 궁금했어요.(웃음) 벌써 3년차가 된 골든에그지수의 시작은 어땠었나요.
윤동환 팀장(이하 윤) "첫 시작은, 영화 산업이라는 것에서 사람들이 정보를 얻는 케이스들이 굉장히 천편일률적인 것 같다는 생각에서 시작을 했어요. 어떤 채널에서든지, 다 똑같은 정보가 나오고 있다는 것이었죠. 시놉시스나 트레일러와 포스터, 그 접점은 다르지만 동일한 영화 정보를 소개하고 있다는 것에서 착안을 했어요. 저희가 가장 파워풀하게 바꿀 수 있는 게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제일 먼저 해볼 수 있는 게 별점이지 않을까 생각했죠. 저희에겐 모험이었어요."
-그 과정에서 고민했던 것들은 무엇이었나요.
윤 "별점으로 고착화돼있는 현재의 영화 평가 시스템에서, 저희가 이것을 지수화시켰을 때 사람들의 반응이나, 배급사 같은 영화 쪽 관계자들의 반응은 어떨까에도 생각이 많았죠. 그러면서 문제를 잡았던 것은, 별점이라는 것이 총 5개의 기준으로 돼 있는데 대부분의 영화들이 4.5점에서 3점, 여기에 머물러있더라고요. 그러다보니 이 영화에 대해 이것이 과연 좋은 영화이거나 나쁜 영화이고, 볼만한 혹은 보지 말아야 할 영화인지 그 근거가 안 되는 것이에요. 그 근거성을 잃어버리는 게 아닌가라는 것에서 다시 생각을 이어갔죠. 조금 다른 방식으로, 저희들만이 보여줄 수 있는 영화 정보를 뽑아내려면 집단 지성이 필요하다 싶었어요. 왜냐하면 유일하게 다른 형태와 플랫폼을 차별화할 수 있는 원천소스는 실제 관람한 사람들의 정보잖아요. 다른 곳에서는 갖고 있을 수 없는 것이기도 하고요. '전체 시장을 대변하는 지표가 될 수 있을 것이다'라는 쪽으로 계속해서 발전시켜나가려고 했죠."
-그야말로 창작의 고통을 느끼는 시간이었을 것 같은데요.(웃음) 두 분과 당시에 한 분이 더 골든에그지수 작업을 담당했었다고 들었어요. 초기에는 그 안에서의 시행착오 과정도 분명히 있었을 것 같습니다.
박혜림 사원(이하 박) "저랑 팀장님이, 어떻게 보면 엄청 많이 싸웠거든요.(웃음) 왜냐하면, 사실 바꾸는 과정이 쉽지가 않은 것이고 별점이라는 게 워낙 사람들에게 인식이 잘 돼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이 지수를 바꾼다는 것이 너무 큰 작업이라고 생각했었어요. 그래서 저는 사실 '안 된다'고 하는 주의였고, 팀장님은 '그래도 좀 더 신뢰성 있게 해봐야 되지 않겠냐'고 말씀하셨었죠. 저 같은 사원이 봤을 때는 쉽지만은 않았지만,(웃음) 지금 생각해보면 팀장님이 그렇게 밀어붙이셨던 게 그 때 상황에서는 맞았던 것이었죠."
윤 "같이 고민하는 시간이었어요. 함께 한 직원들의 참여도가 높았죠. (저를 포함해) 같이 논의했던 3명이 부족한 인원은 아니에요. 이 프로젝트의 경우에는 머리를 쓰는 일이었기 때문에, 많은 수의 사람보다는 이 정도의 인원이 모여서 밀도 있게 진행했어야 하는 일이었거든요."
-골든에그지수의 평가기준은 감독연출, 스토리, 영상미, 배우연기·OST까지 총 다섯 개인데, 어떤 기준으로 만들어진 것인가요.
윤 "이것도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어요.(웃음) 처음에 항목을 설정할 때는 샘플링이 5~6개가 있었거든요. 나중에는 '영화마다 항목을 다 다르게 가야 하나' 그 생각까지도 했었어요. 왜냐하면, 모든 영화를 대표할만한 5개의 요소를 뽑아내야 되는 것이잖아요. 먼저 항목이 다섯 개인 것은, 그렇게 했을 때 웹차트가 오각형 모양으로 가장 예쁘게 나와요. 가만히 생각해보세요. 만약 삼각형이나 사각형이라면 별로 예쁘지 않을 거예요.(웃음) 그래서 이렇게 '모든 영화를 대변할 수 있는 다섯 개의 요소를 찾아라'가 미션이었는데, 거의 7전8기만에 완성된 것이 지금의 다섯 가지 항목인 것이고요. 가장 마지막에 선택됐던 것이 감독연출이었어요. 마지막 오각형을 채울 꼭지를 찾기 어려웠을 때, 다른 팀 팀장님과 점심식사를 하다가 우연히 '감독연출 부분도 있지 않아?'라는 말을 들었는데 확 와 닿았던 것이죠. 그렇게 극적으로 된 것이었어요."
-혜림 씨는 당시를 떠올리면 생각나는 부분이 있나요.
박 "그냥 많이 힘들었던 것밖에 기억나지 않아요.(웃음)"
-그렇게 힘들게 골든에그지수 시스템이 확정이 됐어요. 관객들에게 공개할 날을 앞두고는 또 어떤 부분들에 집중했었나요.
박 "일단 그 시기의 저는 기획 면에서는 사실 거의 부차적인 입장이었기 때문에, 버그 부분에 신경을 많이 썼던 것 같아요. 아무래도 서비스 기획이다 보니 컴퓨터로 얘기하면 개발이 관련된 부분이잖아요. 그래서 그 부분에 집중했죠."
윤 "초반에는 기술적인 에러는 거의 없었어요. 오히려 심적인 부분에서 긴장이 많이 됐죠. 업계 최초로 패러다임을 바꾸는 그런 것이었잖아요. 시장에서의 평가가 어떨까 궁금했었죠. 아, 뿌듯했던 기억이 하나 있어요. 저희가 골든에그지수를 론칭하고 얼마 되지 않아서 어떤 영화 보도자료에 '골든에그지수 98점' 이런 식으로 문구가 나갔는데, 정말 기분 좋더라고요. 그 문구가 눈에 확 들어왔던 게 기억나요."(웃음)
-정말 원초적인 궁금증인데, 골든에그지수라는 이름은 어떻게 나온 것인가요.(웃음)
윤 "저희 상무님, 또 이 프로젝트 멤버들과 같이 얘기할 때 상무님이 잡아주셨던 것 같아요. 어떤 영화가 나오느냐에 따라 황금알을 낳을 수도 있는 것이라는 말을 하다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와 비슷하다'는 말을 떠올렸고, 여기서 '골든에그'라는 말을 캐치한 것이죠. 사실 그때 내부적으로는 '황금알을 낳는 것과 평점이 무슨 상관이 있냐'는 말도 있었어요.(웃음) 그런데 이미 저희는 그 '골든에그'라는 단어에 꽂혔던 것이죠. 단어 자체가 정말 예쁘잖아요. 영문 이니셜도 그렇고요."
-'골든에그'라는 표현과 더불어서 깨진 달걀, 왕관을 쓴 달걀 같은 시각적인 부분도 눈에 들어와요.
윤 "그 부분은 디자인팀에서 고생을 많이 해주셨어요. 시안이 많이 나와 있었었거든요. 그런데 백그라운드가 하얀색이다 보니 이 달걀의 하얀색을 표현하기가 너무 힘든 거예요. 이렇게 배경에 따라 제약이 많이 발생하게 되면, 활용도가 많이 떨어질 수 있겠다 싶어서 깨진 달걀과 좋은 달걀, 왕관 쓴 달걀까지 세 단계로 바뀌게 된 것이었죠."
-골든에그지수를 살펴볼 때 혹여나 깨진 달걀 평가를 받는 작품을 보면 마음이 아프기도 하더라고요.(웃음)
윤 "저희도 깨진 달걀을 보여주는 그 자체에 있어서 책임의식을 많이 느껴요. 80점 이상의 점수들은 사실 흥행과 크게 차이가 없어요. 그 뜻은, 80점 이상이라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 사이에서 호불호가 나뉠 수 있는 영화일 뿐이라고 인식이 되거든요. 그런데 달걀이 깨지기 시작하면 흔히들 사람들이 '망작'이라고 말하는 그런 분류에 들어가더라고요. 그건 신기한 현상이긴 해요."
박 "그렇지만 저희가 별도로 필터링을 하거나, 그런 것은 아니니까요."
-한편에서는 이 골든에그지수를 봤을 때, 영화를 너무 '좋다, 나쁘다' 두 가지 시선으로만 구분 짓게 되는 것은 아니냐는 우려도 있어요.
윤 "'너무 이분법적으로 재단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있어요. 그래서 사실, 기획 중간 단계에서는 'SO SO'(보통)라는 개념도 넣을까 생각했죠. 이 개념은 페이스북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보시면 돼요. 페이스북이 처음에 플랫폼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게 '좋아요' 때문이었잖아요,저희 쪽에서는 토글(Toggle)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데, 온오프(On-Off)의 개념이거든요. 누르면 좋은 것이고, 안 누르면 별로인 것이요. 이게 물론 이분법적인 사고를 강요하는 장치이긴 한데, 사람들의 반응도를 가장 많이 극대화시킬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해요. 쉬우니까, 사람들의 참여율이 올라가는 것이거든요.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 측면에서 말씀드리면, 선택지를 다섯 개 놓은 것이 별점이라고 할 때 사람들의 참여도는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에요. 선택지가 다섯 개가 되면 사람들은 그 짧은 순간에도 고민을 하거든요. 그렇게 뭔가 액션을 해야 할 때 약간의 아주 작은 시간이지만 딜레이가 발생해요. 그런데 온오프 개념으로 접근하면, 사람들이 크게 고민하지 않고 좋았던 감정이 크면 '좋아요', 싫었던 게 크면 '싫어요'를 표현하죠. 결과적으로는 반응도가 올라가요. 본인의 의도와 다르게 선택한 케이스도 있겠지만, 처음에 말씀드렸다시피 집단 지성을 이용해서 지표화, 지수화를 유도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용자의 참여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점수는 정교해지죠. 이런 많은 고민들이 베이스에 깔려 있었던 것이에요."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어떤 한 영화가 너무 고평가 될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는 것 같아요.
윤 "그렇죠. 그렇지만 지금 보시면, 어떤 영화든지 고평가되고 저평가되고 이런 현상은 아직 보여지지 않고 있거든요. 여기에는 저희가 고안한 알고리즘이 들어가 있는데, 단순한 패턴이긴 하지만 사람들의 그 행위를 통해서 특정 공식을 이용해 필터링을 거치면 지수가 돼서 나오는, 그 알고리즘을 만드는데 고민을 많이 한 것이라고 봐주시면 될 것 같아요."
-골든에그지수가 공개되고 나서, 이후에 큰 틀 안에서 또 세세히 변화를 주려고 했던 부분들이 있었다면요.
윤 "평점 테러 같은 게 보여지거든요. 그래서 그 원인을 찾고, 또 그런 행위를 하는 사람들에 대한 필터링과 처리를 최대한 조심스럽게 하려고 하고 있죠."
박 "저 같은 경우도 일단 영화 쪽과 관련된 서비스 페이지들을 많이 보고 있는 편이고요. 골든에그지수같은 경우에도 영화가 새로 개봉하면, 많이 체크하려고 해요. 평점 테러라든지 이런 것들이 많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선 사실 지금도 여전히 걱정이 많거든요. 그래서 이런 것들을 어떻게 해야 좀 더 정확도를 높이고 신뢰성을 가져갈 수 있게 할지, 그런 고민들을 하고 있죠."
-그 변화 중 하나가 골든에그 어워즈(GoldenEgg Awards) 개최이기도 하죠. 개봉 영화 중에서 CGV 실관람객들로부터 높은 평가와 리뷰를 받은 6개 작품에 '골든에그 상'을 수여해오고 있는데. 달걀이 우뚝 솟아 있는 트로피 모양도 뭔가 신선하게 다가왔어요.(웃음)
윤 "골든에그지수 시스템을 공개하고, 시장에서 어떤 평가를 받을지, 또 얼마나 정량적인 지표로의 역할을 할지 고민했었죠. 초기에는 사실 붐업이 잘 되지 않고 있다는 내부적인 판단이 있었어요. 그래서 이것을 활용한 방법을 생각하다가 시상식만한 게 없을 것이라고 떠올렸죠. 저희가 한 해 두 번씩 영화 마케팅 컨퍼런스를 하는데, 마지막 세션에 시상식을 넣을 수 있는 타이밍이 됐어요. 그래서 이걸 잘 이어가면 골든에그지수를 홍보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 될 것 같았죠. 배급사 쪽을 예로 들면 한 해 동안 정말 자식 농사를 지은 것인데, 저희 입장에서 그것에 대한 대가나 보상이라고 하기엔 너무 거창하지만, 드릴 수 있는 최대한의 감사함을 보여드리는 자리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어요. 이름이 '골든에그'이니, 트로피의 경우도 좀 더 다르게 만들어보면 어떨까 싶어서, 당시 저희 막내가 을지로 쪽 트로피 만드는 곳을 전부 돌아다니면서, 정말 고생 많이 했었어요.(웃음)"
박 "맞아요. 그 금색 달걀 모양이요. 달걀 모양이 마음에 안 들게 나오면 다시 하고 또 하고…그랬었죠.(웃음)"
-시상식을 이어오는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일들도 많았을 것 같아요.
윤 "많은 분들이 도와주셨죠. 아무래도 저희가 배급사 쪽 컨택이 좀 어려운 부분이 있다 보니 편성전략팀, 당시는 프로그램팀이었는데 그 쪽에서 연락도 많이 넣어주시고, 마케팅실 쪽에서 많이 움직이면서 나름대로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또 첫해 '동주'로 감독상 받으셨던 이준익 감독님도 생각이 나고요."
-지난 해 시상식에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덩케르크'로 감독연출상을 수상한 소감을 직접 영상으로 보내줬던 것도 기억이 나요.
윤 "그것도 또 다른 에피소드죠.(웃음) 회의를 하는데, 이쪽 서포트를 맡던 저희 후배가 '골든에그지수를 보니 올해는 이렇게 시상이 될 것 같다'며 보여준 목록에 '덩케르크'가 있는 것이에요. 사실 저는 '덩케르크'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그렇게 대단한 사람인지 몰랐거든요.(웃음) 그래서 '감독 인터뷰 받아보자'고 했더니 후배가 놀라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해봤냐"고 하면서, 엄청 혼냈었거든요.(웃음) 물어보고 안 되는 것과, 시도도 해보지 않는 것은 차이가 너무 크지 않겠냐고, 그래서 시도해보라고 했는데, 워너브러더스 쪽에서 엄청나게 많이 도와주셨어요. '골든에그 시상식'에 대해서 설명하고, 상패와 같이 드렸던 것이거든요. 그랬더니 인터뷰까지 해주셨더라고요. 그 시상식 자리에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찍은 영상이 공개되니까, 배급사 관계자 분들이 탄성을 지르시는데 '아, 이게 이 정도의 임팩트구나' 그 때 알았죠.(웃음)"
박 "당시에 막내들도 어떻게 인터뷰를 성공하냐고, 거들떠보지도 않을 것 같다고 했었는데, 성공했던 것이죠.(웃음)"
-이 골든에그 어워즈를 통해 진짜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무엇인가요.
윤 "숨겨져 있는 영화들, 관람객들의 평은 좋지만 흥행에서는 조금 아쉬웠던 영화들, 그런 작품들이 좀 더 빛을 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어느 순간 우리나라 영화 시장 자체가 몇 만 관객이라는 것으로 흥행 여부가 포장이 돼있는 것 같았거든요. 영화의 퀄리티와는 약간 좀 다르게 생각해야 할 것 같은데, 사실 영화의 대중성을 관람객의 숫자로 대변한다고 한다면 영화의 작품성을 평가할 수 있는 잣대는 없었어요. 예를 들면 첫 해에는 '설리:허드슨강의 기적'(최종 관객 수 62만 명)이, 지난 해 시상식에서는 '히든 피겨스'(최종 관객 수 44만 명)가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했는데, 그 작품들이 관객 수가 그렇게 많이 들지는 않았거든요. 그런데 실제 작품을 보면 내용도 물론이고, OST도 정말 좋아요. 그런 작품들이 묻혀지는 것이 아쉬운 것이죠."
-요즘도 팀 차원에서 새롭게 고민하는 부분이 많을 것 같아요.
윤 "미션이 굉장히 많죠.(웃음) 최근에 저희 영화 정보 페이지가 팬페이지라는 개념으로 바뀌었거든요. '차별화 된 영화 정보를 보여주자'는 것의 연장선상으로 봐주시면 될 것 같아요. 여러 창구에서 수많은 자료들이 나오는데, 타이밍을 잘 못 맞추면 휘발성으로 못 보고 날아가는 경우가 많잖아요. 어찌하였든 저희 CGV라는 시스템이 영화를 놓고 봤을 때 '예매'라는 최종 단계 스텝을 품고 있는 것이기도 하니, 이런 것들을 좀 더 편하게 보실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드리고 싶었어요.
저희 입장에서는 차별화된 콘텐츠를 한 곳에서 모아볼 수 있는 새로운 경험을 고객들에게 제공하고, 영화의 배급사 입장에서는 분산된 채널보다 저희 쪽을 거쳐 이용하게 된다면 다양한 콘텐츠를 모아서 볼 수 있게 할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이라고 봐서요. 아직 오픈한지는 얼마 되지 않았는데, 골든에그지수처럼 키워가 보려고 하고 있어요. 실제 홈페이지는 혜림 씨가 만들기도 했고요."
박 "영화 팬들의 성지처럼 만들어지길 바라고 있어요.(웃음) 그래서 지금 기분이, 골든에그지수를 2016년 2월에 론칭했을 때 느꼈던 그 느낌을 2년 만에 또 느끼고 있죠. 모바일 앱을 하나의 신뢰도 높은 영화 정보 채널, 플랫폼으로 만들려고 하고 있어요."
-회사에서 큰 도전을 해낸 사람들인데,(웃음)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두 분은 어떻게 이 일을 이어오게 됐는지도 궁금해져요. 극장 쪽 일을 꿈꾸는 이들도 많으니까요.
윤 "사실 저는 영화를 마니아처럼 좋아하는 스타일은 아니거든요. 영화를 잘 모르지만, 극장의 운영과 마케팅에 대해 생각하는 사람이 '극장인'이라고 한다면 제가 아마 그 경우가 될 것 같아요. 사실 사람들이 제일 많이 착각하는 것 중 하나가, CGV에 다닌다고 하면 영화 일을 한다고 생각하는데, 저는 영화 일을 하는 게 아니라 디지털마케팅을 하고 있는 것이거든요. 온라인 채널을 활용해서 마케팅을 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실은 영화와의 관련성은 그렇게 높지 않다고 보여져요. 실제 제 전공이 미술이기도 하고요."
박 "저는 좀 특이한 케이스에요. 스무 살에 여기 미소지기로 먼저 시작을 했거든요. 그러다가 직장을 이쪽으로 잡게 됐고, 서비스 기획에 대한 부분은 사실 아예 모르고 있다가, (윤동환 팀장을 가리키며) 좋은 사수를 만나서,(웃음) 진짜 많이 몰랐는데 선배님들이 정말 재미있게 잘 가르쳐주시고 잘 해주셔서, 이 서비스 기획이라는 것이 재미있는 일이라는 것을 알게 해주셨죠. 그래서 지금까지 쭉 일하게 됐어요. 전공은 원예 디자인을 했고요. 저도 영화를 좋아하지만 또 극장 자체를 좋아하는 사람이어서, 성향은 저희 팀장님과 거의 비슷한 것 같아요.(웃음)"
윤 "잘 만났어요, 저희.(웃음)"
-그런 다양한 전공과 생각이 꼭 영화를 마니아처럼 좋아하거나, 또 전공하지 않았어도 일에 있어서는 활용할 수 있는 창의성의 폭이 더 넓어질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윤 "저희 팀 같은 경우도 그렇고, 요즘 추세가 거의 그런 것 같아요. 저희 윗세대만 해도 '전공이 곧 직업'이라는 공식이 있었다면, 최근의 부서원들을 보면 정말 다양한 전공을 많이 갖고 있더라고요. 그랬을 때 오히려 시너지가 많이 나는 것 같고요. 자신과 상관없는 분야의 아이디어를 냈을 때, 그 범위 안에 있는 사람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들을 발전시켜서 나갈 수 있다는 것, 그게 현실화돼 가고 있는 것 같아요."
-아까 얘기했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과의 인터뷰를 성사시킨 것도 팀장님이 영화를 전공하지 않았기 때문에 더 당당하게 '시도해보자'고 말할 수 있고, 성공했던 것일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웃음) 혜림 씨도 이렇게 자연스럽게 극장인이 된 경우인데, 현장에서 일하며 느꼈던 남다른 감회도 많았을 것 같아요.
박 "저는 미소지기로 일하면서 현장 쪽 업무를 많이 했던 사람이기 때문에, 그 뒤의 본사에서 이렇게 많은 직군들이 있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었거든요.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좋아했고, 극장이라는 플랫폼을 좋아했던 사람인 제가 들어와서 보니 제 생각보다 더 발로 뛰고 많이 고민하고 계시는 분들이 너무 많았던 거예요. 그러면서 저는 좀 더 이 CGV 안에서의 플랫폼 사업에 대한 매력을 많이 느꼈던 것 같아요. 그 중에 하나가 특히 요즘 사람들이 모바일 앱이나 홈페이지 등으로 이뤄지는 온라인 쪽에 관심을 갖고, 또 많이 보잖아요. 그러다보니 서비스기획이라는 것이 정말 노력을 많이 해야 되는 부분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그러면서 더 매력도 많이 느꼈던 것 같아요. 저희가 할 수 있는 역할이 한정적이지 않고, '온라인'이라는 이 이름 안에서 무궁무진하게 시도해볼 수 있다는 점이요.(웃음)"
윤 "(혜림 씨가) 잘 큰 것 같아요.(웃음)"
박 "선배들을 정말 잘 만났던 것 같아요.(웃음) 디지털마케팅 팀에서 선배들을 정말 잘 만났고, 어떠한 것도 이 CGV 안에서는 무궁무진하게 할 수 있다는 그 재미를 알려주셨거든요."
-회사에 대한 애정도 남달라 보이네요.(웃음)
윤 "저는 일단 제 일을 정말 좋아하는데,(웃음) 제가 하고 싶은 일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그 곳이 어디냐를 찾았을 때 그 곳이 CGV였어요. 왜냐하면 국내든 글로벌이든, 온·오프라인 플랫폼을 다 잡고 있는 기업이 CGV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또 이 기업은, 그러면서 영화라는 콘텐츠를 가지고 고객과 커뮤니케이션을 해요. 영화라는 것의 특성이 사회, 문화, 경제, 인간사의 대부분은 물론이고 종교, 미래까지도 포함하고 있잖아요. 그러다보니 이 안에서 저희가 서비스화 시킬 수 있는 게 너무나 무궁무진해요. 이 플랫폼, 이 기업에서 다루고 있는 콘텐츠의 속성 자체가 너무나 매력적인 것이죠. 앞으로도 그래서 저는 이 영화라는 콘텐츠가 CGV 안에 있는 한 계속 이 안에서 어떤 것을 새롭게 찾아낼 수 있을까, 그게 제가 좋아하는 일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이 될 것 같아요."
-오늘 정말 많은 얘기를 해주셨어요. 일을 하면서 찾게 된, 또 앞으로도 지켜나가고 싶은 두 분의 원칙도 궁금합니다.
윤 "저는 일과 삶이 맞닿아있는 느낌이에요. 사실 집에서 아내에게도 싫은 소리를 많이 듣거든요.(웃음) 그러면서도 힘들 때가 있어서 가끔씩 툴툴대면, 아내가 "당신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니까, 심통 부리지 마라"고 말하곤 하죠.(웃음) 여러 가지가 있지만, 항상 힘들 때 타협하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일정에 있어서 어느 정도의 타협은 있을지언정 퀄리티와는 타협하지 말자는 생각이죠. 그게 가장 큰 부분이에요. 사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안되고 어려운 부분도 있죠. 팀원들이 잘 도와줘서 해나갈 수 있는 것 같아요."
박 "저는 아직도 찾고 있는 중인 것 같아요. 아직 팀장님처럼 일과 삶이 맞닿아있기에는 좀 부족하지만,(웃음) 여전히 계속 배워가는 과정인 것 같습니다."
slowlife@xportsnews.com / 사진 = 엑스포츠뉴스 김한준 기자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