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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 인사이드 - 세계선수권 특집 1] 피겨 코치 신혜숙, "제2의 김연아 되고 싶다면 끊임없이 노력해라”

기사입력 2009.03.18 12:02 / 기사수정 2009.03.18 12:02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피겨 취재를 위해 현장을 방문하면 늘 그 자리를 지키고 계신 분이 있습니다. 무려 25년 동안 빙판 위에서 수많은 선수를 양성해낸 신혜숙(53) 코치는 한국 피겨의 역사를 장식한 지도자입니다.

한국 피겨 역사에 새로운 획을 그은 ‘피겨 여왕’ 김연아(19, 고려대)를 비롯해 수많은 선수가 신 코치의 손을 거쳐 지나갔습니다. 한국에서 피겨 코치가 된다는 것은 사생활을 포기하고 아이스링크에 모든 것을 바치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신 코치는 이렇게 험난한 여정을 무려 25년 동안이나 걸어왔습니다. 한국 피겨와 지도자들을 논할 때,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장인(匠人)인 신혜숙 코치를 잠실 롯데월드 아이스링크에서 만나봤습니다.

Q : 그동안 경기 취재와 선수 인터뷰 건으로 찾아뵀었는데 오늘은 코치님을 직접 인터뷰하게 됐네요. 우선, 바쁘신 와중에 시간 내주셔서 감사 드립니다. 우선 코치님 연세를 알고 저 개인적으로도 무척 놀랐는데 아이스링크에서 오랫동안 생활하시다 보니 나이를 잊으신 것 같아요? (웃음)

신혜숙(이하 '신'으로 표기) : 머릿속에 들은 것이 없어서 그런가요? (웃음) 아무래도 이 일을 하다 보면 어린 친구들과 시간을 많이 보내게 되죠. 피겨 선수들은 모두 대체로 어리잖아요? 그래서 나이를 잊는 것 같네요. (웃음)

Q : 현재 활동하시는 피겨 코치님들 가운데 경력이 가장 오래된 분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사실인지요?

신 : 저보다 경력이 더 오래되신 분은 방수자(67) 선생님이 계세요.

Q : 그런데 일반인들과 어린 선수들 위주로 가르치는 것과 전문적인 선수를 키우는 것은 차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선수들을 키우는 코치님들 가운데에선 신 코치님이 가장 연장자라고 들었는데요

신 : 맞아요. 코치가 어떤 길을 선택하느냐에 따라서 달라지죠. 순수하게 피겨 스케이팅이 좋아서 일반인들과 어린 선수들을 가르치는 경우인지, 아니면 전문적으로 선수들을 육성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그 길로 가는 것인지로 나뉘게 되죠. 저 같은 경우는 욕심이 많고 선수 시절에 못 이룬 꿈들이 많아서 이 길을 지금까지 걸어오고 있는 것 같아요.

Q : 그럼 코치 생활이 정확하게 25년이 맞나요?

신 : 1984년도에 코치 생활을 시작했어요. 80년도에는 동계올림픽에 참가했고 은퇴 이후, 이 길을 계속 걸어왔죠.

Q : 은퇴를 하신 이후, 빠른 기간에 지도자의 길을 선택하셨는데요. 혹시 피겨 이외에 다른 세계에 대한 호기심은 없으셨는지 궁금하군요

신 : 피겨를 시작한 이유는 제가 이 운동을 매우 좋아했기 때문이었어요. 하지만, 당시에는 피겨에 대한 관심도 적었고 환경도 열악했기 때문에 다른 길을 생각한 적도 있었어요. 그리고 코치 생활을 계속 하다가 중간에 다른 길을 찾은 적도 있었어요. 그때는 개인 사업을 해볼까 하고 고민 중이었는데 결국 링크로 다시 돌아왔죠. 그때는 이 길을 다시 선택한 만큼, ‘진짜 열심히 해보자!’라는 마음이 강했어요.

Q : 정확하게 은퇴를 하실 때가 언제였죠? 그리고 지도자의 길을 걷게 된 이유도 듣고 싶습니다

신 : 1980년 레이크플래시드 동계올림픽에 참가하고 난 뒤, 그해에 은퇴했죠. 그때가 대학교 4학년이었어요. 은퇴를 하고 난 이후 1년 동안은 일본에 머물면서 아이스쇼를 했어요. 그때 같이 무대에 섰던 와타나베 에미는 일본 내셔널 대회에서 8연패를 하고 세계선수권에서도 3위까지 한 선수였어요. 그분과 친하게 지내면서 함께 무대에도 섰지요.

그러다가 부모님들의 권유로 다시 귀국했어요. 그때만 해도 여자는 빨리 시집가서 가정을 꾸려야 된다는 의식이 강했어요. (웃음) 저희 부모님들은 저에게 코치의 삶을 사는 것보다 평범한 가정주부로서 살기를 원하셨거든요.

그런데 대한빙상경기연맹에서 국가대표 코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기했어요. 선수들과 함께 태릉선수촌에 입촌해서 지도해 줄 수 있는 코치를 선정한다고 했죠. 그때 저는 은퇴를 하고 난 뒤, 바로 빙상연맹에서 이사로 일하고 있었어요. 주로 연맹에서 하는 일은 돕고 있었는데 대표 코치로 제가 추천이 됐어요. 그 일을 계기로 해서 본격적인 지도자의 길을 걷게 됐어요.

Q : 선수생활에 대한 질문을 드리겠는데요. 옛날에는 국제대회의 횟수가 극히 적었었죠? 주로 국내 대회가 주류를 이루었을 것 같은데 올림픽 이외에 기억에 남는 국제대회를 말씀해주시죠

신 : 제가 대학교 3학년 때, 일본 NHK 대회가 처음으로 생겼어요. NHK 1회 대회와 2회 대회에 참가하게 됐죠. 하지만, 당시에는 정말 국제대회가 손을 꼽을 정도로 드물었어요. 지금도 그렇지만 올림픽과 세계선수권이 가장 큰 대회였죠.

Q : 신 코치님이 한국 피겨의 초창기 세대에 속한다고 생각하는 견해가 있는데 한국 피겨 역사가 100년이 넘었잖아요? 피겨 스케이팅이 대중적인 인기스포츠로 부상한 것은 얼마 안 됐지만 그래도 100년의 역사가 있는데 스스로는 몇 세대에 속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신 : 한국피겨의 역사를 장식하신 선생님들은 많이 계시죠. 원로이신 이혜정 선생님과 홍용명 선생님(홍용명 선생님이 작품을 만들고 이혜정 선생님과 짝을 이루어 연기한 프로그램이 한국 최초의 아이스댄싱이라고 평가받고 있음)이 계시고 저보다 한참 선배이신 분들이 많아요. 그분들에 비하면 저는 한참 아래 세대죠. (웃음)

Q : 그럼 신 코치님과 같은 시기에 함께 활동하신 대표적인 피겨 인은 어느 분이 계신가요?

신 : 한 때, 코치도 하셨고 지금은 심판으로 활동 중이신 이인숙 선생님이 계세요. 현재 활동하는 코치들은 대부분 제 후배들이죠. (웃음) 그 가운데 제가 가르친 분들도 있고요. 제가 피겨 코치들 중에 나이가 있어서 그런지 책임감을 강하게 느껴요.



Q : 제가 알기엔 현재 국내에서 코치로 활동하시고 계신 분들 중, 상당수가 신 코치님의 제자였다고 들었는데요. 구체적으로 어느 분들인지 나열해 주셨으면 합니다

신 : 지금 방송국에서 해설가로도 활약 중인 방상아 선생이 있고, 김세열, 지현정, 최형경, 박분선, 변성진, 전민주, 박빛나 선생 등등을 가르쳤어요. 이분들 중, 저와 오랜 기간을 함께한 분들도 있고 짧은 시간을 보낸 분들도 계시죠.

저와 마찬가지로 연아를 가르쳤었던 김세열 선생은 고등학교 때 잠깐 가르치고 대학교 때 다시 만나서 은퇴할 때까지 함께했어요. 이분은 스케이트 타는 것을 굉장히 좋아했어요.

Q : 초창기 한국 피겨의 산실이었던 동대문 아이스링크에 대해 질문 드리겠습니다. 지금도 피겨 전용 링크가 없지만 예전에는 동대문 아이스링크 하나밖에 없던 시절도 있었잖아요? (웃음) 지금은 동대문 링크가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시설과 환경이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신 : 거기는 정빙차도 없었어요. (웃음) 빙판을 청소할 정빙차가 없었으니 전부 수작업으로 빙판을 치워야 했죠. 스케이트를 타고나면 얼음 부스러기가 쌓이는데 그것을 밀대로 걷어내야 했어요. 그런데 문제는 파인 흔적이 역력히 남은 빙판이었어요. 빙질도 원체 안 좋았지만 파인 흔적까지 남아서 위험한 점도 많았어요.

그리고 가끔가다가 링크장이 정전된 점도 잊을 수 없는 추억이죠. (웃음) 생각해 보세요. 빙판 위에서 스케이트를 타고 있다가 앞이 보이지 않을 만큼 깜깜해 지면 얼마나 당황하겠어요? 정전이 되면 깜깜해지고 불안해지니까 "누가 내 엉덩이 만졌어!"라는 소리도 들려오고(모두 큰 웃음) 아무튼 재미있는 추억이 많아요.

그때는 얼음을 암모니아 가스로 얼렸었어요. 지금은 발달해서 프레온 가스로 얼리고 있는데 암모니아 가스는 터지면 식초 냄새가 나거든요. 그래서 한번 터지면 냄새 때문에 모두 마스크를 끼고 스케이트를 탄 기억도 나네요. (웃음)

Q : 신 코치님은 더블 악셀을 구사했다고 들었습니다. 그때는 여자선수들이 트리플 점프를 구사하면 세계적인 선수로 급부상하던 시절이었는데 기술적인 난이도는 어느 정도였나요?

신 : 저 같은 경우는 더블 악셀과 트리플 점프를 하나 정도 연습하고 있었어요. 그때는 트리플 점프를 두 개 뛰면 세계챔피언이 될 수 있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트리플 + 트리플 콤비네이션을 뛰는 시대가 됐으니 정말 많이 변했죠.

Q : 일본 유학길을 처음 내딛으실 때가 중학교 3학년이라고 들었는데요. 지금은 피겨 선수들의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피겨 맘'이란 신종 직업이 생겼는데 코치님은 어떠셨나요?

신 : 저는 모든 것을 혼자서 다 처리했어요. 비자 문제부터 시작해 유학 생활에 필요한 점들을 스스로 처리해야 했죠. 그런데 입국심사를 비롯한 여러 가지 일들을 서류로 작성해야 하니 너무나 힘들었죠. 어린 나이에 그런 일을 하기가 힘들었지만 그래도 피겨를 워낙 좋아해서 선택한 길이니 쉽게 포기할 수 없었어요. 저의 경우는 이랬지만 피겨 선수들의 특정일은 꼭 부모님이 나서서 해결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Q : 피겨 선수들은 특정 선수의 연기를 보고 감동을 받아서 더욱 자극을 받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요. 신 코치님의 경우는 어느 분의 연기를 보고 피겨에 대한 열정의 불꽃이 타오르셨는지 궁금합니다

신 : 장명수(1972년 세계선수권 18위) 선배의 연기를 보고 전율을 느꼈어요. 그분은 저보다 세 살 연장 자이신데 저와 같은 은석초등학교에 다니셨거든요. 저는 그때 취미로 빙상부에 들어가 있었는데 같은 학교에 다니는 언니 중, 스케이팅을 아주 잘 타는 언니가 있다고 하는 거예요. 그래서 동대문 아이스링크로 연기를 보러 갔죠. 아주 어린 나이였지만 그때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해요.

미국에 유학까지 다녀왔다는 언니가 아주 예쁜 옷을 입고 있었어요. 감색의 의상에 상의는 반짝이가 빛나고 있는 의상은 지금도 눈앞에서 어른거려요. 그때의 모습이 너무 멋있어서 어린 마음에 '꼭 피겨를 해야겠다'라는 다짐을 하게 됐죠.

Q : 이제 2008~2009 세계선수권대회가 얼마 남지 않은 만큼 김연아에 대한 질문을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신 코치님은 초등학교 고학년 시절부터 중학교 초반까지의 김연아 선수를 가르치셨는데요. 신 코치님이 느끼시기에 '아, 이 아이는 정말 비범한 선수다'라고 느끼신 건 정확하게 언제인가요?

신 : 연아가 저한테 처음 온건 초등학교 4학년 때 봄이었어요. 4월인가 5월 달에 만났는데 그해 여름에 미국으로 전지훈련을 갔거든요. 그때 알았어요. 이 아이는 보통 애가 아니라고요. (웃음) 전지훈련을 가기 전엔 링크에만 왔다 갔다 했는데 미국에서는 생활도 함께했어요. 좀 더 밀착해서 보니 모든 면이 다 뛰어난 거예요.

예를 들어 어떤 과제를 가지고 질문을 하면 답을 제시했어요. 그리고 링크에 들어서면 다른 아이들에게서는 볼 수 없는 승부욕도 나타났죠. 머리도 좋은데다가 지기 싫어하는 근성까지 갖춘 게 바로 연아였어요. 사실 이 부분은 가지고 태어나지 않으면 쉽게 터득할 수 없는 점이거든요. 승부욕은 재능이 뛰어난 선수들의 특징이에요.

정말 최고의 피겨 선수가 갖춰야 할 재능을 고루 갖췄던 친구가 연아였어요. 그러나 중요한 것은 정말 지독하게 노력했다는 점이죠. (웃음) 



Q : 지금의 연아 선수가 완성될 수 있었던 것은 타고난 재능과 끊임없는 노력, 여기에 어머니인 박미희 씨의 수완도 한 몫 했다고 보는데요. 2년 반 동안 두 모녀를 지켜보신 입장에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신 : 어머니가 강하게 이끌어줘도 잘못 따라가는 선수들도 있어요. 어머니와 선수의 조화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좋은 결과가 나타나지 못하는 경우도 있거든요. 연아 어머님이 워낙 강하게 이끌었지만 사실 연아도 보통 성격이 아니었어요. (웃음) 하지만 연아는 요구하는 점에 잘 따라줬고 이러한 조화가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봐요.

Q : 김연아 선수가 트리플 5종 점프를 마스터할 시기에 현장에 계셨는데요. 혹시, 연아 선수를 위한 특훈 같은 건 없었는지 궁금합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서 그 시기에 트리플 5종 점프가 다 완성될 수 있었나요?

신 : 특훈 같은 건 전혀 없었어요. 그냥 다른 선수들 가르치는 것처럼 똑같이 지도했을 뿐인데 매일 경이적인 일이 일어나는 거예요. (웃음) 그리고 어린 선수에게는 특훈도 무리가 있었죠. 그런데 인상적인 것은 연아 어머님이 빙판에 들어서기 전 지상훈련을 철저하게 시키셨어요. 지상에서 점프 회전 훈련도 많이 하고 몸도 충분히 풀었던 점이 좋은 영향을 미쳤다고 봐요. 가장 놀랬던 적은 플립을 한 번에 뛰었을 때였어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웃음)

Q : 그 무렵, 국내 피겨 계는 '피겨 천재'가 등장했다고 흥분했던 시기였죠

신 : 그래도 큰 관심은 없었어요. (웃음) 연아가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자 비로소 관심을 많이 받게 됐죠. 주니어월드에서 아사다 마오(19, 일본)를 누르고 우승했을 때부터 연아의 시대가 활짝 열렸다고 생각합니다.

Q : 김연아 선수와 더불어서 코치님에겐 또 한 명의 빠트릴 수 없는 제자가 있죠. 가장 오랜 기간 동안 사제관계를 유지해온 최지은(21, 고려대)선수에 대해 질문 드리겠습니다. 최지은 선수와는 7년 동안 함께 지내셨고 최근에 재회 하셨잖아요? 최지은 선수도 부상만 없었다면 발전 가능성이 컸던 선수였는데요

신 : 그렇죠. 지은이도 나름대로 재능도 있었고 노력도 많이 한 선수였어요. 그 친구도 이른 시기에 트리플 5종 점프를 다 뛰었었죠. 사실 지은이는 피겨를 꽤 늦게 시작했어요. 초등학교 4학년 때 처음으로 스케이트를 신고 본격적으로는 5학년 때부터 했으니까요. 저를 처음 만났을 때 지은이는 싱글 악셀만 뛰던 수준이었어요. 그런데 중학교 3학년에 가서 트리플 러츠를 랜딩했죠. 러츠를 완성하는 순간, 지은이도 '트리플 5종 점퍼'가 됐어요.

지은이는 모든 점이 좋았는데 실전 경기를 연습만큼 못했다는 점이 가장 아쉬웠어요. 항상 연습 때는 최상의 결과를 보여주고는 정작 실전에서 그 모습을 나타내지 못한 것이 제일 아쉬웠죠.

Q : 국내 피겨 선수들 중, 주니어 그랑프리 대회에서 메달을 획득한 선수는 작년에 메달을 획득한 곽민정(15, 군포수리고)를 비롯해 5명인데요. 최지은 선수도 그 선수들 중 한 명입니다. 2006년 부다페스트 주니어 그랑프리 시리즈에서 최지은 선수가 동메달을 획득했는데 그때의 상황을 설명해 주시죠

신 : 쇼트프로그램은 생각보다 부진했어요. (쇼트프로그램에서 최지은은 13위 기록) 쇼트에서 못하면 프리스케이팅 순서가 앞번호로 매겨지잖아요? 그래서 부담 없이 일찍 경기를 마치고 다른 선수들의 경기를 보고 있는데 지은이 성적이 계속 올라가고 있었어요. 쇼트프로그램은 망쳤지만 프리스케이팅에서는 정말 잘했었는데 그렇게 올라가던 순위가 13위에서 3위까지 급상승했어요. (웃음)

Q : 피겨 계에서 한번 헤어지고 나면 다시 만나기가 쉽지 않다고 하던데요. 무려 7년 동안이나 함께했던 딸 같은 제자가 최근 다시 돌아왔습니다. (올 초부터 함께 훈련하고 있음) 두 분이 재회하게 된 경위가 궁금해지는데요

신 : 아니, 한참 선수 가르치느라 정신이 없는데 모르는 전화번호가 제 핸드폰에 부재중으로 남아있더라고요. 모르는 번호니까 굳이 전화 걸 필요는 없었고 저쪽에서 또 걸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는데 다시 전화벨이 울렸어요. 그래서 전화를 받았는데 "선생님, 저 지은이에요"라는 음성이 들려왔어요. 저는 설마 최지은이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하고 "누구?"라고 물었더니 "예전에 선생님한테 배웠던 지은이요"라고 대답하는 게 아니겠어요? 순간, 심장이 얼마나 두근두근했던지.



Q : 그럼 최지은 선수와는 얼마 만에 연락이 된 건가요?

신 : 2년 만에요. 이 세계에서는 한번 헤어지면 남이 되요. 물론, 선수들과 코치들이 헤어지고 난 뒤, 인사도 하고 알고 지내기는 하지만 다른 코치 밑으로 가면 그곳에서 하루종일 연습에 매진해야 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전 코치와는 사이가 멀어질 수밖에 없어요.

수화기 저편으로 지은이 목소리가 들려오자 "네가 웬일이야?"라고 물었더니 다짜고짜 하는 말이 "선생님한테 다시 배우고 싶어서요"라고 말하는 게 아니겠어요? 순간, 복잡한 생각이 들었는데 지은이가 저한테 다시 돌아오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어요. 우선 지은이는 은퇴를 눈앞에 두고 있는 시점인데 이 상황에서 저와 다시 함께하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었죠.

저는 순간적으로 당황했지만 그래도 본심은 매우 기뻤어요. 7년이 넘도록 함께했던 딸 같은 제자가 다시 돌아오는데 마다할 스승이 어디 있겠어요? 그래도 지은이의 생각은 궁금했죠. 그래서 저에게 다시 오고 싶은 이유에 대해 물었어요. 지은이가 대답하길 "얼마 전 캐나다로 혼자 전지훈련을 다녀왔는데 그곳은 선생님과 예전에 함께 갔던 훈련 장소잖아요. 이곳에서 많은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선생님에게 다시 배우고 싶다는 결론을 내리게 됐어요"라고 대답했어요.

그래서 저는 내일 몇 시에 훈련이 있으니 찾아오라고 흔쾌히 허락을 했어요. 지은이와 통화를 하고 있는데 저쪽에서 동원이(이동원 13세, 과천초)가 막 뛰어오더니 "지은이 누나한테 전화 왔어요"라고 하는 게 아니에요? (모두 큰 웃음)

Q : 정말 두 분의 인연은 특별하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재회했을 때의 상황은 어땠나요?

신 : 드라마 같은 광경은 없었고 무척 어색했어요. (웃음) 선수들을 순간적으로 받은 경우는 거의 없었는데 지은이는 남달랐죠. 제가 군대 간 아들이 하나 있는데 딸은 없어요. 예전부터 딸이 정말 갖고 싶었는데 지은이 같은 경우는 단순한 제자라기보다는 정말 딸 같다는 느낌이 커요.

Q : 이제야 질문을 드리는데 신 코치님은 국내 피겨 지도자 분들 중, 가장 무서운 코치님으로 알려져 있잖아요? 특히, 최지은 선수와 김나영(19, 인하대) 선수는 매우 엄하게 가르치셨는데 지도 방식에 대해서도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신 : 관심이 없다면 야단도 안치죠. 그리고 간단하게 말씀드리면 지은이 같은 경우는 야단맞은 날에 시합을 잘해요. (모두 웃음) 제가 모든 선수들에게 호랑이처럼 대한다고 생각하면 오해입니다. 선수들의 특징을 파악한 다음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써요. 물론, 빙판 위에서는 긴장감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엄한 부분은 꼭 필요해요.

지금 저한테 호되게 야단을 맞는 선수들도 있고 조금 부드럽게 지도받는 선수들도 있어요. 선수 개개인의 성격을 파악해 어떻게 다루는지에 대해서도 항상 고심하고 있죠.

Q : 그럼 신 코치님 제자들 중에 매우 촉망받는 유망주를 예로 들어보죠. '피겨 신동'이라 불리는 이동원 선수는 어떻게 지도하시는지 방법을 말씀해주시죠

신 : 동원이는 제가 지도한 선수들 중 어린 축에 속하는데 처음에는 고민이 많았어요. 특히 어린 남자 아이는 좀 생소하잖아요? 게다가 기자님도 아시듯이 동원이는 가지고 있는 재능이 매우 뛰어나죠. 재능이 충만한 선수들의 특징은 성격이 보통이 아니고 경쟁의식이 매우 투철하다는 점이에요. 이러한 점은 연아도 강렬했는데 동원이도 만만치 않더라고요. (웃음)



연습을 하다가 안 되면 저는 호되게 이리 오라고 불러요. 막상 야단을 칠 것 같지만 동원이가 알아듣게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죠. 무엇이 잘못됐고 왜 안 되는지를 정확하게 짚어서 설명하면 바로 수긍하고 지금 무엇이 잘못됐는지를 스스로 터득해요.

Q : 이제 마지막 질문입니다. 피겨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신데 혹시 다시 태어나셔도 피겨를 선택하실 건가요?

신 : 물론이죠. 선수 시절, 못 이룬 꿈들이 많기 때문에 다시 태어나면 꼭 선수로도 후회 없는 연기를 펼치고 싶어요. 연아 정도의 선수가 된다면 정말 원이 없을 텐데요.(웃음) 그리고 지도자로서 바람이 있다면 특정 선수를 처음부터 끝까지 가르쳐서 완성작을 만들고 싶어요. 다카하시 다이스케(23, 일본)도 한 코치에게만 지금까지 지도를 받아왔어요. 코치의 개성과 장점에 따라서 이리저리 옮겨다니는 것이 피겨 계의 풍토지만 스케치를 그리고 색칠을 해 하나의 그림을 완성하듯 선수를 키워보고 싶습니다.

25년 동안 피겨 코치의 길을 걸어온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 과정을 거쳐 오면서 수많은 선수를 배출해낸 신 코치의 '열정의 샘'은 아직도 마르지 않았습니다. 다시 태어나도 피겨를 선택하겠다는 신 코치는 나이에 구애받지 않고 계속 이 길을 걷겠다고 답변했습니다.

- 피겨 인사이드 세계선수권 특집 기획 기사가 계속 이어집니다.

[피겨 인사이드 - 세계선수권 특집 2] - 실력은 초급이지만 열정만큼은 8급(피겨 붐으로 인해 직접 스케이트를 신은 주부, 피겨 팬을 만나다)

[피겨 인사이드 - 세계선수권 특집 3] - 김연아는 언제나 우승후보(SBS 피겨 해설 위원 방상아와의 인터뷰)

[사진 = 김연아, 이동원 (C) 엑스포츠뉴스DB 김혜미 기자. 신혜숙, 최지은 (C) 엑스포츠뉴스DB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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