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초반부터 프리미어 리그팀들의 기세가 예사롭지 않다. 로만 아브라모비치의 첼시클럽 인수를 기폭제로 그 동안 뻥축구의 오명을 곱씹으며 꾸준히 재투자를 해왔던 결실이 어느 정도 보이는 듯하다. 하지만, 이 기세가 대세가 되기 위해서는 리그의 상향 평준화와 경험의 누적, 과중한 일정이라는 문제가 해결되어야 할 것이다.
미흡한 리그 평준화
그 첫 번째로 타 리그에 비해 미흡한 리그 평준화를 들 수 있다. 프리미어 리그의 재정상태가 클럽의 성적에 거의 대부분 그대로 반영되는 것을 알 수 있는데, 부익부 빈익빈이 심해질수록 상위 몇몇 클럽과 중하위클럽간의 경제적 격차만큼 성적과 경기력의 격차 또한 메울 수 없을 만큼 커지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하위클럽이 상위권 클럽을 이기는 것이 이변이 아닌 일상적인 일이 될 정도로 서로 좋은 경기력을 선보여야 명실상부 좋은 리그가 되는 것이다. 90년대 세리에 A의 황금기를 이끌던 7개 클럽팀들이 유럽대항전에서 눈부신 성적을 거두었던 때에도 7개 팀외에도 여러 팀들이 리그 우승을 위해 치열한 경쟁이 함께 했다. 이러한 경쟁은 리그의 전체적인 수준을 향상시키는 데 빠질 수 없는 것이기에 리그의 상향평준화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다.
경험 부족
두 번째로 경험부족이란 아쉬운 점이 있다. 프리미어 리그는 예전부터 탄탄한 재정을 바탕이 되어오기는 했지만, 다양한 변수가 존재하는 유럽대항전에서는 단순히 돈뿐이 아닌 충분한 경험이 선수와 코치진, 보드진에게 축적되어야 할 것이다. 리버풀과 첼시의 성공에서 보듯, 감독과 감독의 의지를 적절하게 반영하는 보드진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경험은 유럽대항전에서 선수들의 실력을 극대화시키는 데 중요한 열쇠가 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부분에서 충분히 프리미어 리그는 재정적 우위를 바탕으로 시간이 흐를수록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과중한 일정
프리미어 리그는 다른 리그와 달리 하나의 컵대회를 치르는 덕분에 선수들에게 많은 체력적인 부담을 지게 되는 부분이 있다. 축구협회에서는 이런 부분을 감안, 교체선수를 3명에서 5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거나, 리그의 일정을 조정해 좀더 유럽 대항전에 진출하는 클럽을 배려하는 모습을 보일 필요성이 있다.
이런 과중한 일정은 체력적인 문제가 부상으로 연결되어 궂은 날씨와 함께 선수들이 큰 부상을 당하기 쉽게 만드는 하나의 요소가 되기도 한다. 보다 유연한 축구협회의 행정이 요구되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아직 프리미어리그 대세론은 이르다. 하지만...
탄탄한 재정을 바탕으로 꾸준한 투자를 한 덕분에 이제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만이 선전하던 유럽 대항전에 다른 팀들도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벌써부터 대세란 말을 쓰기에는 섣부른 감이 있다. 그러나 언어의 이점, 개척시장에 적합한 중계 기술, 현대화된 전용구장에 뛰어난 감독의 영입으로 유연한 전술습득력까지 갖춘 프리미어리그의 환경은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다만 여기에 축구협회의 배려까지 더해진다면 과거에 비해 훨씬 좋은 모습을 유럽무대에 보일 수 있을 것으로 보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