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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준의 WBC FOCUS] 김태균이 무라타보다 한 수 위인 이유들

기사입력 2009.03.10 16:49 / 기사수정 2009.03.10 16:49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9일 밤의 흥분은 한동안 지속될 것 같습니다. 한국과 일본의 야구국가대항전은 하나의 흥행카드가 되었습니다. 이번 WBC 1라운드와 2라운드에 걸쳐 최소 세 차례, 최대 다섯 차례 만날 수 있습니다. 이제 두 경기를 치렀고 아직도 한일전의 전쟁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양국가가 서로 자주 만나다 보니 선수들에 대한 비교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특히, 타선의 중심이라고 말할 수 있는 4번 타자 비교는 매우 흥미진진한 부분입니다. 일본대표팀의 무라타 슈이치(29, 요코하마 베이스타즈)와 한국대표팀의 김태균(27, 한화 이글스)은 장타와 정확성을 겸비한 점에서 공통점이 있습니다.

비슷한 체격 조건과 장점을 지닌 무라타와 김태균

현재는 일본 최고의 강타자의 자리에 오른 무라타이지만 그는 한 때, 잘나가는 투수였습니다. 고교 시절, 고시엔 대회에 출전할 때의 무라타는 마운드에 섰습니다. 그러나 당시, 일본 전역을 흥분시킨 '괴물 투수' 마쓰자카 다이스케(29, 보스턴 레드삭스) 때문에 고교 최고의 선수가 될 수 없었죠. 특히, 무라타는 "마쓰자카를 넘어서려면 타자로 전향하는 것이 낫다"라는 발언을 남기고 니혼대학 시절부터는 타자로 활약하게 됩니다.

물론, 단순히 마쓰자카만을 의식해서 무라타가 타자로 전향한 것은 아니겠죠. 무라타는 코치들로부터 꾸준하게 타자 전향을 권유받았습니다. 타격 센스가 있고 파워까지 갖춘 무라타는 타자로 포지션을 바꾸면서 승승장구하게 됩니다. 동후쿠오카고교와 니혼대학을 거친 무라타는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구애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자신을 '안티 거인'이라 표명한 무라타는 자이언츠 구단의 제의를 거절하고 요코하마 베이스타스에 입단합니다.

그러나 무라타의 야구 인생은 순탄치 못했습니다. 특히, 2005년에는 극심한 부진에 시달리면서 9번 타순까지 곤두박질쳤습니다. 야구선수로서 최악의 순간까지 경험해본 무라타는 체중 조절을 하고 수비 훈련에도 매진했습니다. 결국, 스윙이 한층 빨라지고 배트 포인트도 정확해진 무라타는 NPB 최고의 타자로 급부상하게 됩니다.

무라타는 2006년에 자신의 타율을 0.266리까지 끌어올리고 홈런도 34개를 때려냈습니다. 그리고 2007년에는 타율 0.287리에 36개 홈런을 기록하며 센트럴리그 홈런왕에 등극했습니다. 요코하마 베이스타스의 붙박이 4번 타자가 된 무라타는 2008년에 접어들면서 정확성과 힘을 겸비한 최고의 타자로 거듭났습니다.

46개의 홈런과 0.323리의 고타율, 여기에 114타점을 기록한 무라타는 일본대표팀의 4번 타자로 발돋움했습니다. 그리고 한국과의 WBC 1차전에서 김광현(21, SK 와이번스)을 침몰시키는 석 점 홈런을 기록했습니다. 팀의 정신적 지주인 스즈키 이치로(36, 시애틀 매리너스)와 함께 무라타는 일본 타선을 대표하는 타자로 우뚝 서는 순간이었습니다.

한국대표팀의 4번 타자인 김태균도 무라타와 비슷한 체격조건을 지니고 있습니다. 184cm의 키에 110kg의 육중한 체격을 자랑하는 김태균은 무라타보다 큰 체구를 가지고 있지만 스윙의 유연성은 한층 부드럽습니다. 그리고 김태균이 무라타를 압도하는 부분은 선구안입니다. 힘이 뛰어난 타자들이 정확성을 겸비하려면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이 볼을 골라내는 '안목'입니다.



선구안과 정확성, 스윙의 궤적에서 모두 앞서고 있는 김태균

김태균은 프로의 경험이 쌓이면서 볼을 보는 눈이 매우 발달됐습니다. 국내 투수들이 김태균을 상대하면서 가장 어려워 하는 점은 파워와 정확성이 아닙니다. 다른 타자들은 모두 속을 법한 공이 김태균에게는 안 통한다는 것이지요. 작년 2008 베이징올림픽과 이번 WBC에서 나타난 한국팀의 우수성은 선구안에서 나타났습니다. 한국과의 2차전에서 투입된 일본투수들을 모두 NPB(일본프로야구)의 정상급 투수들이었습니다.

컨트롤과 변화구의 다양성을 논할 때, 일본의 투수들은 세계 최고의 반열에 올라있습니다. 강속구도 좋지만 팔색조의 변화구를 통해 힘이 좋은 미국과 쿠바 타자들을 교란하는 점이 일본투수들의 특징입니다. 좀처럼 볼넷을 내주지 않는 2008 퍼시픽리그 사와무라상 수상자인 이와쿠마 히사시는 한국팀을 상대로 3개의 볼넷을 기록했습니다. 특히, 4회 초 선두타자인 이종욱(30, 두산 베어스)에게 내준 볼넷은 치명적이었습니다.

한국대표팀은 일본 최고 투수들을 상대로 7개의 볼넷을 얻었습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선구안을 가진 한국타자들 가운데 가장 신중한 타자가 바로 김태균입니다. 또한, 김태균이 무라타에 앞서는 점은 특별하게 약한 코스가 없다는 점입니다. 무라타는 이번 WBC에서도 드러났듯, 몸쪽 높은 볼에 약한 모습을 비췄습니다.

김태균은 매우 교과서적인 스윙 궤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힘으로 치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정확하게 친다는 마음가짐으로 익힌 스윙 궤적은 몸쪽 볼에 대한 대처능력을 완성했습니다. 어지간한 야구 팬들은 모두 알고 있듯이 장타는 힘으로만 치는 것이 아닙니다. 얼마나 간결하고 안정된 스윙 폼을 구사해 정확하게 치느냐에 따라서 볼이 멀리 날아갈 수 있습니다.

이렇게 타자로서 다양성을 갖춘 김태균에 비해 무라타는 선구안과 다양한 스윙 궤적, 그리고 안정적인 타격 폼과 정확성에서 김태균에게 밀리고 있습니다. 물론, 46개의 홈런을 때린 파워와 떨어지는 체인지업을 홈런으로 만들어내는 스윙은 무라타의 장점입니다.

김태균은 지난 시즌 31개의 홈런을 기록했습니다. 홈런왕을 생각하면 결코 많은 숫자는 아니지만 김태균은 홈런보다 팀배팅에 초점을 맞추고 지난 시즌을 치러왔습니다. 앞으로도 이러한 행보가 김태균에게 더욱 어울릴 것 같습니다. 타자로서 모든 장점을 고르게 겸비한 김태균에게 가장 무서운 적은 오직 '부상'일 뿐입니다. 이 점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꾸준하게 진일보한다면 김태균은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할 수 있는 타자로 완성될 것입니다.

[사진 = 김태균 (C) 한화 이글스 구단 제공, 김태균, 이진영 (C) WBC홈페이지 이미지 캡쳐]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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