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배우 손예진이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감독 이장훈)를 통해 3월 극장가를 촉촉한 감성으로 물들이고 있다.
14일 개봉한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세상을 떠난 수아(손예진 분)가 기억을 잃은 채 우진(소지섭) 앞에 나타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개봉 후 7일째 1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충무로에 오랜만에 찾아온 단비 같은 멜로로 호평 받으면서 순항을 이어가는 중이다.
그 중심에는 손예진이 있다. 10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회자되는 '클래식'(2003), '내 머리 속의 지우개'(2004) 등 멜로 작품으로 관객들에게 깊이 각인됐다. 멜로 뿐만이 아닌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며 변신을 거듭해 온 것도 지금, 손예진이 가진 모습 중 하나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에서는 남편 우진과 아들 지호(김지환)앞에 다시 나타난 엄마로 분했다. 기억을 잃은 모습에서 점점 남편과 아들에 대한 사랑을 다시 깨닫기까지, 섬세한 감정의 흐름을 표현해내며 보는 이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손예진은 "이 영화를 스크린에서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며 미소를 지었다.
"배우이기 이전에 저는 관객의 입장이기도 하잖아요. 극장에서 뭔가 가슴 따뜻하고 힐링되고 치유되는, 그런 영화를 보고 싶었는데 그동안은 너무 없었던 것 같아요. 관객의 입장에서도 굉장히 목말라했던 장르이기도 한데, 그런 의미들이 더해지면서 로맨스물이 많이 나왔던 2000년대 초반, 그 시절까지 다시 떠올리게 된 것 같아요. 추억을 소환하게 만들어 준 영화를 오랜만에 보여드릴 수 있게 된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도, 관객으로서도 정말 좋죠."
멜로로 돌아온 손예진을 반기는 관객들의 반응을 보며 묘한 감정도 느꼈다.
손예진은 "저희가 스포츠 선수들처럼 연기에 종목이 있는 게 아니잖아요. 저는 다양한 장르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인 것이고요. 저의 2000년대 초반 멜로에서의 모습들을 많은 분들이 사랑해주시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제 개인적으로 '나는 멜로를 잘하는 배우야'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라고 조심스럽게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이어 "그것을 높게 평가해주시고 또 크게 활자화가 되면서 부각이 되는 것 같아요. 이번에 '지금 만나러 갑니다'로 많은 분들을 만나면서, 이렇게까지도 멜로 속의 제 모습을 그리워해 주셨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으면서도 묘했죠"라고 털어놓았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판타지적인 느낌을 소화하기 위해서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시나리오를 읽을 때부터 슬펐어요"라고 말한 손예진은 "감정적으로 디테일한 부분을 염두에 둬야 하는 지점들이 있었죠. 너무 과하지도, 또 너무 덜하지도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이장훈 감독님이 굉장히 섬세하신 분인데, 이 영화에 정말 너무나 정확히 맞는 감독님이셨어요. 촬영 들어가기 전에 시나리오에 대한 이야기를 아주 많이 했고요. 그런 지점에서 함께 일하기에도 정말 잘 맞았던 것 같아요"라고 말을 이었다.
영화 속에서 수아와 지호가 보여주는 애틋한 모자 관계도 보는 이들의 마음을 먹먹하게 만드는 지점이다. 엄마 연기에 대해서는 큰 부담감 없이 임했다.
손예진은 "엄마가 (아이를 두고) 먼저 떠난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감정인 것 같아요. 저는 아직 결혼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모성이라는 것이 여성인 이유로 본능적으로 있는 정도일 것이잖아요. 진짜 아이가 있으면 다르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조카가 있는데, 아이를 그렇게 예뻐하는 스타일이 아닌데도 조카가 생기니 진짜 예뻐하게 되던데요"라고 자신의 이야기를 꺼냈다.
"진짜 제 아이가 있어서 그런 상황이 된다면 상상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엄마 역할은 크게 부담스럽진 않았어요. (김)지환이가 아주 다 큰 아이가 아니라 괜찮았던 것 같아요. '비밀은 없다'에서는 중학생 딸을 두고 있어서 이질감이 있었을 수도 있겠지만요.(웃음) 지환이 정도는 제가 실제 결혼을 했다면 충분히 아이를 낳을 수 있는 나이라고, 관객들이 오히려 현실적으로 받아주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죠. 직접 출산을 경험했던 연기자가 엄마 역할을 연기하는 것과는 다르겠지만, 그래도 그 모습이 어색하게 보일 것이라는 걱정은 안 했던 것 같아요."
영화 속에서 디테일을 구현하기 위한 손예진의 숨겨진 활약도 있었다. 직접 수아의 스타일에 맞을 것 같은 옷을 구입해 현장에서 활용했다. 손예진은 "현재의 수아가 입고 있는 옷은 거의 다 제 옷이었어요"라고 설명했다. 평소에도 캐릭터의 스타일링에 있어 본인의 의견이 적절히 조화될 수 있을지도 상의해나간다고 덧붙였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로 첫 연인 호흡을 함께 한 소지섭의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었다. 손예진은 2001년 드라마 '맛있는 청혼'을 통해 본격적으로 연기를 시작했고, 소지섭과는 남매로 출연했었다. 이후 정상의 자리에 올라 다시 만난 두 사람은 실감나는 연기로 영화 속 아름다움을 더해내는 데 힘을 보탰다.
"진짜 이렇게 누군가의 손을 잡는 것만으로도 설레는 이런 장면을 찍은 것도 정말 오랜만이었죠. 버스 정류장에서 수아와 우진이 손을 잡는 신을 찍을 때는, 정말 이 정도로 예쁘게 나올지 상상 못했거든요. (소)지섭 오빠와 같이 촬영하면서, 학창시절의 기억들이 떠올라서 함께 얘기도 많이 했었고요. 지섭 오빠는, 항상 뒤에서 불편한 게 없는지 챙겨주는 스타일이었어요. 정말 오빠 같은 든든함을 느꼈죠."
현실 속 손예진의 사랑에 대해서도 궁금증이 들었다. 손예진은 결혼을 언급하며 "결혼하고 싶은 이상형은 있죠. 편하게 기댈 수 있고, 제가 하는 말과 행동에 항상 귀기울여줬으면 좋겠고, 말이 잘 통하고 자기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 가치관이 건강한 사람을 얘기하니 주위에서는 '왜 위인전에 나오는 사람을 여기서 얘기하냐'라고 하던데요?"라며 웃었다.
"결혼을 안 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어요. 30대 초중반까지는 '결혼해야겠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그 시간이 지나가고 나니까 정말 하고 싶은 사람을 만난다면 해야지, 억지로 하고 싶진 않다는 생각이에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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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