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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빈볼(bean ball)과 빈(空)볼

기사입력 2009.03.05 13:50 / 기사수정 2009.03.05 13:50

이종은 기자

 빈볼(bean ball)이란, 투수가 타자를 위협하기 위해 머리쪽을 향해서 던지는 공을 말한다. 머리를 콩에 비유해 'bean ball' 이라 불린다. MLB 초기시절에는 빈볼이 빈번하게 발생했으며, 막말로 '빈볼야구' 를 했던 시기이다. 아무리 강타자가 타석에 들어서더라도 자신의 강속구로 타자의 옆구리를 서늘하게 만들 수 있을 정도여야 진정한 투수라고 인정받을 수 있던 시기이다. MLB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투수 돈 드라이스데일은 "할머니도 맞혀버리겠다" 는 농담 아닌 농담을 남기기도 했다. 이렇게 빈볼은 투수들의 자신감을 나타내는는 하나의 상징(symbol)이었다. 

 당연히 이러한 빈볼은 프로이기에 가능하고 인정되는 행위이다. 만약 친선경기에서 이런 행위를 한다면 모두 경기장을 나가버리고 말 것이다. 하지만 '승리'가 최고의 미덕인 프로이기에, 그리고 강한 자가 살아남는 프로이기에 빈볼 역시 승리를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인정받는다.

 그러나 우리 프로야구의 투수에겐 대부분의 빈볼은 복수의 수단일 뿐이다. 스포츠신문에 빈볼이란 낱말이 보이면 십중팔구 옆에는 난투극을 하는 선수들의 사진이 함께한다. 물론 빈볼이 올바르고 추구되어야 하는 투구행태는 아니다. 하지만, 빈볼은 전통적으로 투수가 타자에게 강한 몸쪽 공을 던져 꼼짝도 못하게 하려다가 생기는 오류의 일종이다. 한마디로 '승부'를 하려다가 생기는 에러의 부분인 것이다.( 물론 에러로 기록되진 않는다 ) 
 그렇지만 요즘 우리 프로야구 투수나 포수들은 '바깥쪽'의 미덕을 너무나 중요시한다. '한방'을 피하게 위해서, 혹시나 모를 불상사를 대비하기 위해서 바깥쪽-바깥쪽-바깥쪽을 요구하고 요구 받는다. 심지어 강타자에게 몸쪽 공을 던지는 행위를 '자살행위'로 까지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아무리 '승리'가 중요하지만 '승리'는 '승부'가 있고 난 뒤에 따라오는 것이다. 진정한 승부 후에는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또한 프로의 의무이다. MLB에서 큰 업적을 남긴 로저 클레멘스, 놀란 라이언 등은 아무리 강타자라 하더라도 자신의 공에 자신감을 가지고 승부를 벌였다. 타자가 자신의 공에 두려움을 느낄지언정 자신이 타자의 덩치에 두려움을 느끼지 않았던 것이다.   

 만약, '승부'를 피하게 위해 혼을 실어 던지지 않는 볼이 된다면 이것이 진정한 '빈(空)볼' 이 되고 말 것이다. 진정한 '승부'를 위해 '빈볼'을 던지느냐 혹은 '승부'를 피하려다 '빈볼'을 던지느냐 그것은 투수나 포수 각자가 선택할 일이지만, 징정한 '승부' 없이 야구에서 진정한 '승리' 를 하기가 쉬울까? (지난 한국시리즈에서 SK투수들은 위기마다 과감한 승부로 두산 타자들을 돌려세웠다.)



이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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