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강릉, 조은혜 기자] 한국 빙속의 장거리 간판 이승훈이 만족스러운 첫 경기를 치렀다. 남은 세 종목에서의 기대를 높이는 장면이었다.
이승훈은 11일 강릉 스피드 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스피드 스케이팅 남자 5000m 종목에서 6분14초15를 기록하며 5위에 자리했다. 올 시즌 이승훈의 이 종목 국제빙상경기연맹(ISU) 랭킹은 올림픽 출전 선수 기준으로 14위로, 기대 이상의 성적을 내며 평창올림픽 첫 테이프를 기분 좋게 끊었다.
5위라는 순위 이상의 성과였다. 이승훈은 세계 랭킹 1위로 군림하고 있는 매스스타트와 지난 2014 소치올림픽에서 은메달을 차지했던 팀추월을 주종목으로 한다. 스스로도 훈련이라는 생각으로 임한다고 밝혔던 5000m에서 기대 이상의 기록을 낸 것이었다. 무엇보다 레이스 후반 페이스가 떨어지지 않고 오히려 스퍼트를 냈고, 그러면서 당초 목표했던 6분15대보다 기록을 앞당긴 점이 가장 만족스러운 부분이었다.
5000m 경기 후 이승훈은 "훈련이라고 생각하고 마음 편하게 할 수 있었다. 편하게 레이스를 한 것이 좋은 기록으로 이어졌다"면서 "남은 1만m도 즐거운 마음으로 편안하게 레이스를 하겠다. 내 역할은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1만m에서도 최선을 다한다면 메달을 떠나 만족할 수 있는 결과를 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이어 그는 "이후에 정말 중요한 경기들이 있기 때문에, 그 경기들에서 메달을 목에 걸 수 있도록 하겠다"고 굳은 각오를 전했다. 바로 이 '정말 중요한 경기들'이 실질적으로 메달을 노리는 매스스타트와 팀추월이다. 이승훈은 "인-아웃 코스보다는 인 코스로만 도는 종목이 자신 있다"고 패기를 드러냈다.
2010 밴쿠버올림픽과 2014 소치올림픽 이후 어느덧 세 번째 올림픽. '맏형' 이승훈은 "8년 전에는 올림픽에 온 것만으로도 너무 좋았고, 그 자체만 즐겼던 것 같다. 메달 생각도 크게 없었다"고 돌아봤다. 하지만 이제는 후배들을 이끌어야 하는 위치, 그는 "내가 팀추월에서 해야 할 역할은 다른 팀보다 빠르게 끄는 것이다. 후배들이 잘 따라와준다면 메달을 목에 걸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신했다.
오는 15일 1만m 종목에 출전하는 이승훈은 18일 김민석, 정재원과 팀추월 경기에 나선다. 그리고 24일 올림픽에서는 처음으로 치러지는 매스스타트에서 초대 금메달리스트를 정조준 한다. 쏟아지는 관심에도 침착하게 다음을 준비하는 여유 있는 그 모습은, 이승훈의 남은 레이스를 더 기대하게 한다.
eunhwe@xportsnews.com / 사진=강릉, 김한준 기자
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