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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s 현장] 독립영화인, "문화예술 향한 국가 폭력 멈춰라" 블랙리스트 규탄

기사입력 2018.02.07 15:00 / 기사수정 2018.02.07 15:01


[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독립영화인들이 박근혜 정부 당시 조직적으로 자행된 것으로 밝혀진 독립영화 지원 배제에 대해 강력 규탄하며 강경한 입장을 전했다.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KT 광화문 빌딩에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관련 독립영화인·한국독립영화협회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 자리는 고영재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원 및 한국독립영화협회 대표의 사회로 김일란 감독·이혁상 감독·김정근 감독·김철민 감독·문정현 감독·서동일 감독·이영 감독·홍형숙 감독·서동일 감독 등이 참석해 입장을 전했다.

고영재 대표는 지난 6일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이하 진상조사위)가 발표한 영진위의 독립영화 지원 배제 27건 추가 확인 사실을 언급하며 "27건이 다가 아니라, 여전히 진행 중인 건이다. 자체조사 결과 추가된 건이 또 있다. 또 다른 사업에서 배제가 없었는지 여전히 조사를 해야 된다"며 지원 배제된 영화의 감독들의 입장을 차례차례 소개했다.

▲ "정치적 성향 다르다는 이유로 배제, 명백한 차별"

자리에 참여한 이들이 가장 많이 꺼낸 말은 표현의 자유 침해, 치욕과 모멸감, 충격과 참담 등 안타까운 표현들이었다.

'공동정범'을 연출한 김일란 감독은 "어제 소식을 통해 혹시나 했던 모든 의혹들이 사실로 드러나는 것을 목격하면서 참담함을 금치 못했다"면서 "이렇게 국가가 왜곡하고 은폐하려고 했던 것을 드러내려는 창작자들을 범죄자로 취급하고, 문제 영화라고 낙인찍었다. 그 뿐만이 아니라 독립영화를 발전시키기 위해 했던 제작 지원과 개봉 지원을 영화를 방해할 도구로 삼았다는 것이 너무 화가 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정치적 성향이 다르다는 것만으로 배제되는 것은 명백한 차별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개인의 자유 침해, 인간의 존엄을 무시하는 폭력의 한 형태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블랙리스트는 국민 개개인의 의식을 통제하고 개조했던 반민주적인 국가 폭력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차별과 국가 폭력이 다시 재발되지 않도록 철저하게, 끝까지 명확한 진상규명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김일란 감독과 함께 '공동정범'을 연출한 이혁상 감독도 "독립영화인을 향한 배제와 탄압은 명확히 영화인들의 정신 세계에 일어난 참사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림자들의 섬'을 연출했던 김정근 감독은 "어제의 기사 내용을 보면서 결국, 이것이 블랙리스트가 존재한다는 의혹 자체를 희석시키기 위한 방식 아닌가라는 생각 들어서 더 화가 났다. 지금 모여서 얘기하는 것들이 많이 반향이 일어서 다른 내용들이 많이 밝혀졌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전했다.

'불안한 외출'을 연출한 김철민 감독은 "추정만 했던 것들이 사실로 드러나는 것을 보면서 충격적이고 참담했다"면서 "이유는 그 방식이 너무나 치졸하고 한심해서였기 때문이다. 국정원이 국가보안법이나 세월호, 위안부 등 우리 사회에서 같이 소통해야 될 문제에 대해 키워드를 정해서 심사위원들이 최하점을 주는 방식으로 그 작품들을 배제했다는 것이 놀랍다"고 말했다.

또 공동체 상영으로 준비했던 영화 소개 역시 이유를 모른 채 갑작스럽게 취소됐던 사연을 전하면서 "공동체 상영마저 이런 식으로 막아서는 치졸함에 놀랐다. 영화를 만들고 나서 관객을 만나는게 이렇게 힘든 일인가 회의감이 들었고, 영화를 계속 만들어야 하나 회의감 들 정도로 힘겨운 시기도 있었다. 이것은 비단 영화인들만이 아닌 대한민국의 문화 예술을 향한 국가 폭력이고, 박근혜 정부에서 진행된 참담한 적폐의 행위라고 생각한다"면서 철저한 조사를 요구했다.

'이산자'를 연출한 문정현 감독은 "문건을 보면서 최초로 치욕스럽다는 생각이 들면서 모멸감도 느껴졌다. 이런 일은 예전 정부 뿐만이 아닌, 현재의 문재인 정부에서도 일어날 수 있고, 그 이후 정부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일들 일어나지 않도록 시스템과 제도가 잘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라고 바라는 바를 말했다.

이영 감독과 홍형숙 감독도 "우리 사회의 부정 행위가 어디까지 미쳐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시민들의 눈과 귀 막고 사고를 통제하려는 행위. 이것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침해를 넘어서 분명한 정치적 탄압 행위다"라고 목소리를 더하며 "블랙리스트가 어떻게 전 국민을 대상으로 이렇게 체계적으로 작동되게 했는지. 그 연결고리를 반드시 끊어내야 재발 방지책 역시 현실적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명령불복종 교사'의 서동일 감독은 "앞으로 계속 독립영화 작업을 할 것인지, 가족의 생계를 위해 돈이 되는 작업을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저희는 아무리 노동을 하고 3~4년의 촬영을 해도 인건비가 나오지 않는 존재이다. 최저 생활조차 해결되지 않는 사람들이 마음을 가지고 영화 작업을 하는 사람들인데, 이 계기를 통해서 독립영화인들이 생계 최저 생계라도 보장되고 걱정하지 않으면서 눈치 보지 않고 떳떳하게 작업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되기를 바란다"는 생각을 밝혔다.

▲ "철저한 진상조사와 재발 방지 대책 마련해달라"

이들은 사전 모임을 통해 각 개인의 입장뿐만이 아닌, 독립영화인 전체의 입장을 함께 대변하며 철저한 진상 조사와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독립영화인들은 "대통령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철저한 진상조사가 이뤄질 때까지 진상조사위의 권한과 활동을 보장해달라"면서 "새롭게 선임된 영진위 위원장과 위원회는 블랙리스트 문제에 대해 피해 영화인들에게 공식 사과하고, 진상조사에 조직 전체 차원에서 적극 협조해달라. 블랙리스트를 지시하고 집행한 책임자 및 관련자는 이제라도 진실을 모두 밝히고 사과해달라"고 말했다.

또 "블랙리스트를 지시하고 집행한 책임자를 처벌하고, 영진위는 블랙리스트 재발 방지를 위한 영진위 개혁안을 제시했으면 좋겠다. 또 문체부는 영진위 블랙리스트 재발 방지를 위한 독립적 문화 행정 개혁 방안을 마련해달라"면서 "피해 문화예술인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피해보상 대책도 고려해달라"고 덧붙였다.

앞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민관 합동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가 영화진흥위원회 독립영화 지원사업에서 배제된 사례 27건을 추가로 확인했다.

문제 영화로 분류된 영화로는 용산 참사를 다룬 '두 개의 문2', 강정 해군기지를 소재로 한 '구럼비 바람이 분다', 국가보안법이나 간첩과 관련된 이야기를 영상으로 풀어낸 '불안한 외출', '자백',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성소수자 등의 문제를 다룬 '트웬티 투', '불온한 당신' 등이 꼽혔다.

slowlife@xportsnews.com / 사진 = 엑스포츠뉴스DB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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