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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친아' 카카의 첫 고뇌, 그리고 AC밀란의 행보

기사입력 2009.01.19 10:49 / 기사수정 2009.01.19 10:49

함준우 기자

[엑스포츠뉴스=함준우] 한 분야가 아니라 여러 분야에서 뛰어난 능력을 가진 사람을 속칭 '엄친아'라고 부른다.

'엄친아'라는 뜻은 '엄마 친구 아들'이라는 뜻인데, 축구계에서는 AC 밀란의 스타 카카가 대표적인 '엄친아'로 불리고 있다. 카카는 축구만 잘하는 것이 아니라 얼굴도 말쑥하고 부인까지 아름다운, 정말 남부러울 것 없는 사람의 표본이기 때문이다.

카카가 03/04시즌 밀란에 영입될 때만 해도 많은 사람이 그를 후이 코스타의 백업 내지는 체력안배용으로 기용될 유망주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카카는 호사가들의 그런 예상을 보기좋게 깼다. 첫 시즌부터 그는 후이 코스타를 내치고 주전을 꿰차더니, 리그 30경기에서 10골을 기록하고 팀이 스쿠데토를 들어올리는데 크게 기여했다.

이후 꾸준한 활약을 보이며 밀란의 보배가 된 카카는, 지난 2007년에는 챔피언스리그에서 맹활약하며 팀에 우승 트로피를 가져다주며 발롱도르와 피파 올해의 선수상을 휩쓸었다. 그리고 지금, 2009년 들어서는 맨체스터시티가 그에게 무려 1억 파운드(한화 약 2000억 원)의 이적료 제안을 해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 

AC 밀란의 많은 팬에게는 아쉬운 소식이겠지만 여러 가지 정황으로 볼 때 카카의 이적은 이제 더 이상 막을 수 없는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구단주와 갈리아니 부회장, 안첼로티 감독의 최근 인터뷰와 행동은 카카와의 결별을 암시하고 있다. 또한, 지난 세리에A 19라운드에서 경기 종료 후 카카와 선수들이 포옹하는 장면도 작별인사처럼 보여 수많은 가쉽거리가 되고 있다.

작년까지만 해도 레알 마드리드의 끈질긴 카카에 대한 구애를 차단하기 위해 카카의 주급을 올리는 노력까지 했던 AC 밀란의 자세가 이번에는 180도 달라진 것이다. 원인을 생각해보자면 전 세계를 강타한 금융위기 상황에서 1억 파운드가 그 어떤 구단이라도 거절할 수 없는 매력적인 금액이라는 점을 우선 들 수 있겠다. 또 카카를 지키기 위해 주급을 계속 올려주다 보면 구단의 주급체계가 무너져, 팀 내 다른 선수들도 거액의 급료를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각도에서 보자면 무엇보다도 1억 파운드라는 거금은 '노인정' AC밀란의 세대교체를 위한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근 몇 년 동안 AC 밀란은 명성에 걸맞지 않은 리그 성적을 거두었다. 03/04시즌 이후로 우승하지 못했다. 물론, 대외컵의 성적은 좋았다. 04/05시즌 챔피언스리그 준우승, 06/07시즌의 우승은 팀의 경험과 장점을 최대화시킨 끝에 이뤄낸 결실이었다.

그러나 챔피언스리그 우승컵은 팀의 근본적인 문제인 팀멤버들의 노쇠화는 묻히게 한 '독'이었다. 그리하여 07/08시즌에는 디펜딩 챔피언임에도 불구하고 챔피언스리그에서도 아스날의 활기와 기동력에 밀려 조기탈락하는 수모를 겪었다. 또한, 리그에서도 5위를 기록하며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출전권도 따내지 못하게 된 것이다.

축구관련 커뮤니티를 돌아보면 AC밀란은 '노인정'. 82년생인 카카는 '유망주'고 89년생인 파투는 '소년가장'이라고 비꼬는 말을 볼 수 있는데, 실제로 여타 AC 밀란의 주전 멤버들의 나이는 대부분 30살을 상회한다. 보리엘로, 파투, 호나우딩요가 버티고 있는 공격진을 제외한 미드필더진과 수비진은 플라미니와 센데로스를 제외하면 20대 선수가 없다.

물론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AC 밀란은 체력적이나 기동력 상으로 상대팀에 밀리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고 있고, 노장들이 모두 수위급 선수도 아니며, 과거 최고의 자리에 올랐었던 선수들도 명성에 걸맞은 활약을 언제나 보여주지는 못하는 것이다.

네스타는 여전히 세계 정상급 수비수이지만 잦은 부상으로 팀에 대한 기여도가 크게 줄었으며 말디니는 곧 은퇴할 선수다. 파발리와 얀쿨로프스키는 안정감이 떨어진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또 에메르손은 더 이상 유벤투스 시절의 퓨마가 아니다. 디다는 페널티킥을 시원스레 막던 예전의 모습을 잃어 주전자리도 잃은 형편이다. 시도르프는 번득이는 재치를 보여줄 수 있는 선수지만 나이가 들면서 기복도 보여주고 있다. 가투소는 부상 전에는 전성기 못지않은 폼을 보여주었지만 30대에 접어든 축구선수는 장기부상 이후 예전의 폼을 쉽사리 살려내지 못하기 마련이다. 

젊은 선수들의 경우도 파투처럼 미래가 창창한 선수가 있는가 하면 실망스러운 모습으로 일관하는 선수도 있다. 플라미니는 이적료 없이 데려왔지만 거액의 주급에 비하면 아스날에서의 맹활약을 세리에A에서 보여주고 있지 못하고 있다. 임대로 영입한 센데로스는 아스날에서의 활약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어서 문제다. 보리엘로는 자신 위주로 전술을 짜줄수 없는 빅 팀에 쉽게 적응하지 못했다.

즉, AC밀란은 전 포지션에 걸친 보강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꾸준히 이어오지 못하고 미뤄왔던 리빌딩 작업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카카와 맞바꿀 1억 파운드는 AC 밀란에게 수많은 선택권을 줄 수 있다.

수비진에서는 다음 시즌부터 합류할 티아고 실바와 더불어 네스타와 말디니의 공백을 매울 정상급 수비수를 살 수 있다. 이를테면 아스날에서 문제를 일으킨 갈라스를 1500만 파운드로 영입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지난여름부터 꾸준히 노려왔던 아데바요르나 에투에게 3000만 파운드를 투자할 수 있다. 혹은 나폴리에서 맹활약 중인 에제키엘 라베찌에게 4000만 파운드를 제시하는 방법도 있다. 게다가 미드필더진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에시앙을 3000만 파운드, 마르코스 세나를 2000만 파운드 정도로 살 수 있을 것이다.

AC 밀란 운영진은 카카의 빈자리를 보르도에 임대되어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구르쿠프의 복귀를 통해 어느 정도 메울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거기에 이적료로 새로운 선수들의 영입을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안첼로티 감독 부임 이후 줄곧 일관된 형태로 운영되어 간파된 측면이 어느 정도 있는 AC 밀란의 전술에도 변화를 줄 수 있다.

그리고 카카의 이적은 시즌 전부터 지적되온 호나우딩요와 카카의 공존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다. 실제로 이번 시즌 들어 카카는 호나우딩요의 줄어든 활동량을 커버하기 위해 어느 정도 수비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그렇기에 그의 최고의 장점인 과감한 공격 가담과 수비진 사이로의 침투를 100% 발휘하지 못하는 경기가 있었다.

돈으로 성공을 살 수 없다지만 돈이 성공을 위한 최고의 수단 중 하나라는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타 팀 감독들이 맨체스터 시티의 대차대조표상의 적자를 비판하고 상도덕을 해친다고 비난해도 카카의 이적은 현재의 정황상 이뤄질 공산이 크다. 그리고 이는 맨체스터 시티와 AC 밀란의 '윈-윈' 게임으로 이어질 수 있다. 물론 축구계에서 선수의 이적은 선수가 이적한 팀의 유니폼을 입고 사진을 찍기 전까지는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현재 상황이 두 팀에게 매우 흥미로운 상황인 것은 사실이다.

카카가 이적할지 잔류할지, 만약 카카가 이적한다면 AC 밀란이 어떻게 변할지 지켜보자.

[사진=카카 ⓒAC밀란 구단 공식 홈페이지]



함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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