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7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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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 인사이드] 피겨스케이팅, 이제 인기종목? - 상

기사입력 2009.01.06 03:38 / 기사수정 2009.01.06 03:38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지난 2008년은 '피겨스케이팅'이란 종목의 가능성을 확인한 해였습니다. 새해를 맞이한 현재의 시점에서 본 피겨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합니다. 그러나 섣부른 확답은 금물이겠죠. 한국피겨 역사를 새롭게 정립한 김연아(19, 군포 수리고)란 존재는 비인기종목이었던 피겨를 음지에서 양지로 옮겨놓았습니다.

필자가 피겨의 인기를 확인한 것은 단순하게 피겨 팬들을 만나보는 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근래에 들어서면서 기하급수적으로 많아진 피겨 콘텐츠들이 피겨의 인기를 증명하고 있습니다. 또한, 필자는 길거리나 지하철 등 공공장소에서 휴대폰이나 PMP등으로 피겨 동영상을 보는 이들도 적지 않게 목격했습니다.

피겨스케이팅과 김연아와 관련된 커뮤니티 사이트는 야구와 축구 등의 인기종목보다 실시간 방문자 수에서 앞서고 있습니다. 한동안 피겨 팬들을 '적은 규모에 열성적인' 팬들로 지칭했었습니다. 물론, 아직까지 축구와 야구, 농구 등과 같은 스포츠팬들과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겠지요. 하지만 지난 한해, 가장 폭넓게 늘어난 스포츠팬들은 단연 피겨 팬들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한국 피겨스케이팅에서 김연아가 차지하는 존재감

한국스포츠에서 빙상 종목의 위상은 아직도 열악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 가운데서도 피겨스케이팅은 북미와 유럽, 그리고 일본과 같은 국가에서만 잘하는 종목으로 여겨져 왔었습니다.

감히 국내에서 세계적인 피겨 선수가 출연한다는 사실은 쉽게 예상할 수 없었죠. 그러나 이러한 통념을 바꿔버린 선수가 출연했습니다. '피겨 여왕'이라 불리며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과 표현력을 지닌 선수가 등장하자 한국 피겨는 흥분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 선수는 국민적인 인기까지 누리고 있습니다. 김연아의 존재감을 표면적으로 보면 한국피겨스케이팅의 모든 것과 다름없었습니다. 피겨스케이팅에 전혀 문외한 이들도 김연아란 선수를 통해 비로소 피겨에 관심을 가지게 됐으니까요.

김연아의 등장으로 나타난 피겨의 열풍은 아이스쇼의 흥행으로 연결됐습니다. 그저 타 국가선수들의 연기를 보는 데에서 만족해야 했던 아이스쇼에 히로인으로 나서는 선수가 바로 한국 선수였습니다. 그리고 이 선수는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세계피겨사도 새롭게 바꾸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김연아의 연기를 보고 피겨에 입문하고 팬이 된 이들이 피겨 팬들의 상당수를 이루고 있습니다. 특정 종목이 인기 종목으로 부상하려면 불꽃을 터트릴 기폭제가 될 만한 선수가 필요합니다. 피겨스케이팅에서는 김연아가 그러한 역할을 충실하게 해주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을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도 만만치 않습니다. 문제는 '김연아 이후'라는 것이죠. 피겨스케이팅 인기의 거품론을 제시하는 이들이 가장 핵심적인 문제로 내세우는 것이 바로 이 문제입니다. 김연아 이후에 피겨스케이팅에 대한 관심을 지속적으로 이끌어낼 만한 선수가 나올 수 있느냐의 의문이죠.

그리고 '피겨스케이팅'의 인기보다 '김연아'에 대한 인기가 확실하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습니다. 물론, 한국 피겨가 세계 최고 수준의 선수를 배출했지만 아직도 열악한 환경에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미래의 '제2의 김연아'를 꿈꾸며 아이스링크를 방문하는 지망생들은 늘고 있지만 오랜 기간 동안 선수활동을 하는 이들은 여전히 드뭅니다.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가는 피겨스케이팅의 특성과 짧은 선수 생명, 그리고 은퇴 이후의 불확실한 미래 등이 일찌감치 스케이트를 벗게 하는 주된 이유가 되고 있습니다.

김연아란 존재가 한국피겨스케이팅을 어두운 그늘에서 밝은 양지로 이끈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김연아가 한국피겨스케이팅의 '해답'이 될 수는 없습니다. 아직도 쉽게 풀리지 않는 문제는 산적해 있고 이것을 푸는 길은 멀기 때문입니다.

한국 피겨 사에 있어서 김연아의 위상은 독보적입니다. 그러나 김연아만이 한국 피겨의 모든 것이 될 수는 없습니다. 지금부터 한국 피겨의 발전을 생각한다면 '김연아 이후'의 피겨에 대해 심각히 고민하고 대책을 세워가야 할 것입니다. 단 한 명의 '슈퍼스타'가 지속적인 관심을 이끌어가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죠. 피겨스케이팅이 진정한 인기종목으로 거듭나려면 지금 얻고 있는 관심을 유지해나가고 발전시켜야 합니다.



피겨스케이팅, 진정한 인기종목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피겨스케이팅을 인기종목이라 부를 수 있겠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아직 '예'라고 쉽게 확답할 단계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단지 확실하게 대답할 수 있는 것은 '인기종목이 될 기회를 얻었다'라는 것입니다.

축구와 야구, 농구, 그리고 격투기와 E-Sport 종목의 경우를 보면 공통적인 특징이 있습니다. 바로 특정 선수에 대한 관심보다 그 종목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그 스포츠의 수요를 이끌어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피겨스케이팅은 경우가 다릅니다. 지난해 12월, 그랑프리 파이널이 경기도 고양시에서 벌어졌을 때, 김연아가 출전하는 여자 싱글 경기는 순식간에 매진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경기를 독점 중계한 방송사의 시청률도 높은 수치를 기록했죠.

또한 일부 팬들은 여자 싱글 경기만이 아닌, 남자 싱글과 아이스댄싱, 그리고 페어 경기도 관람했었습니다. 그랑프리 파이널과 지난달 크리스마스에 있었던 AOI(Angels on Ice)는 대중들의 큰 관심을 끌었습니다.

문제는 김연아가 출전하는 경기와 아이스쇼의 나머지 부분을 보자는 것입니다. 국내 피겨스케이팅 대회가 벌어지면 예전에는 팬들은 거의 오지 않고 선수들의 부모들과 친인척들만이 모인 채, 대회가 치러지는 경우가 보편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작년에 있었던 주니어대표 선발전과 전국회장배 랭킹전에는 적지 않은 피겨 팬들이 찾아와 선수들을 응원했습니다.

국내 피겨 대회에 팬들이 찾아오고 있다는 사실만 확인하더라도 피겨가 점전적인 발전을 했음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다소 기형적인 관심을 받고 있는 현실을 생각할 때, 피겨스케이팅이 진정한 인기종목이 되기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필요한 점은 김연아 외에 다른 선수들에 대한 조명도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입니다. 일반적인 편견이 김연아 이후의 선수들 중, 세계정상권에 도전할만한 선수들은 없을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입니다.

물론, 김연아와 같은 세계 최고 수준의 스케이터는 다른 국가에서도 쉽게 출연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김연아가 지펴놓은 피겨의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면 다른 선수들에 대한 소개와 관심도 필요합니다.

9일과 10일에는 경기도 고양시 어울림누리에서 전국피겨스케이팅 종합대회가 열립니다. 엄연히 말하면 2008~2009 ISU 세계선수권에 참가할 선수를 선발하는 대회입니다. 또한, 랭킹전과 더불어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의 '내셔널 대회'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국내피겨대회는 아직도 일부 피겨 열성팬들만이 모인 채, 치러지고 있습니다. 매체들의 관심도 극도로 적게 받고 있죠. 작년 11월 초에 벌어진 전국회장배랭킹전도 이런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습니다. 이러한 사실을 보면 한국피겨스케이팅이 앞으로 걸어가야 할 길이 멀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김연아의 존재로 느끼는 피겨스케이팅의 인기 체감 온도가 30도라면 인기종목이 갖추어야할 현실적인 체감 온도는 아직도 영하에 가깝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피겨스케이팅을 인기종목이 됐다고 단정 짓는 것은 섣부른 결론이 아닐 수 없습니다.

현재 북미 피겨스케이팅은 전설적인 스케이터인 미셀 콴이 활동했던 시기보다 침체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그 와중에서도 지속적인 관심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저변이 탄탄하고 뛰어난 스케이터들이 계속 나타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 피겨가 미국과 일본 같은 저변을 이룰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인기종목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면 현재에 안주해서는 안 됩니다.

한국피겨스케이팅은 지금에서야 비로소 발전의 길목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김연아가 한국피겨의 눈을 뜨게 만든 장본인인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확실한 인기종목으로 자리 잡을 때까지 지속적으로 인도하는 안내자까지 될 수는 없습니다. 그것은 김연아란 선수에게 너무나 버거운 짐이 될 수도 있습니다.

* 한국 피겨의 장식할 또 다른 유망주들의 조명과 대책 등이 다음 편에서 이어집니다.



[사진 = 전현진 기자, 김혜미 기자]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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