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우리 나이로 36살이지만 벌써 데뷔 23년 차 배우다. 1995년 SBS 드라마 '모래시계'로 데뷔해 ‘1%의 어떤 것’, ‘형수님은 열아홉’, ‘경성스캔들’, ‘대왕의 꿈’, ‘또 오해영’, ‘다 잘될거야’, ‘고백부부’ 등 장르를 불문하고 다양한 작품에 출연했다. 최근에는 KBS 드라마 ‘고백부부’에서 안재우 역을 맡아 코믹한 매력을 발산했다.
‘고백부부’에서 20세기 대학생활을 그린 그는 실제로도 대학 시절을 가장 돌아가고 싶은 시기로 꼽았다.
“아역 할 때는 초, 중, 고등학교에 잘 못 나갔어요. 문차일드 때는 숙소 생활하느라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했고요. 대학교에 입학했을 때 문차일드가 끝이 났는데 이 대학 생활만큼은 자유롭게 즐기며 살겠다고 마음먹었어요. 그때만큼은 아무 일도 안 하고 학교 동기들, 선후배들과 미친 듯이 즐기면서 살았죠. 대학교는 한을 풀 수 있는 장소였기 때문에 기억에 남아요. 초중고 때는 촬영하느라 소풍이나 수학여행도 안 가봐서 한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대학 때는 OT, MT 다 따라다녔죠.
물론 꿈이 연기자였고 제가 선택한 길이어서 학창시절을 재밌게 보내지 못한 것에 대한 불평불만은 없어요. 뭔가 얻으려면 희생되는 게 있으니까요. 학교 친구들은 학교에 안 나와서 좋겠다며 절 부러워했죠. 장단점이 있어요.
어릴 때부터 배우에 대한 꿈이 있었다고 한다. “저는 공부할 놈은 아니에요.(웃음) 제가 배우를 하고 싶다고 하니까 엄마가 해보라고 해줬어요. 혼자 스태프 버스를 타고 촬영장에 다녔어요. 그 나이대의 다른 학생들에 비교해서는 독립적이긴 했죠.”
2000년에는 그룹 문차일드(이수, 제이윤, 허정민, 전민혁) 멤버로 활동하기도 했다. 건반을 연주한 그는 2001년 팀을 탈퇴했다. 이듬해 허정민을 제외한 멤버들은 엠씨 더 맥스로 팀명을 개명해 활동했다. 세월이 흘렀지만 여전히 허정민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이력으로 회자된다. 이에 대해 “문차일드의 재결합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0%다. 각자 가는 길이 다를뿐더러 서로 연락처도 모르는 상태”라고 솔직하기 이야기했다.
“중3 때 소속사에 들어갔는데 사장님이 연기자로 영입했는데 자기가 만드는 그룹이 있다며 2년만 하자고 했어요. 하기 싫다고 도망갔더니 엄마를 설득했죠. 바로 숙소로 끌려가고 훈련소에 가듯이 타의로 시작했어요. 물론 행복했던 순간도 있었죠. 제가 언제 아이돌을 해보겠어요. 얻은 것도 있죠.”
배우에서 가수로, 또 가수에서 배우로 변신한 뒤 여러 작품에서 자신만의 캐릭터를 구축했다. 코믹한 연기를 주로 보여줬지만 역할에 대한 조급함은 없다고 한다.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연기를 꾸준히 보여주고 싶다고 털어놓았다.
“지금은 제가 잘할 수 있는 것을 남들이 지겹다고 할 정도로 사골을 우려내고 싶어요. 언젠가 기회가 오지 않을까요. 어렸을 때는 여주인공의 남동생 역할만 들어와서 다른 걸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하지만 나이를 먹으면서 똑같은 역할이라고 생각한 게 오만불손했다는 사실을 깨달았죠. 똑같은 사람이 없듯 밝은 성격도 천차만별이더라고요. 내 생각이 얕았구나 싶어요. 이제는 모두 다른 역할이라고 생각하고 연기해요."
어떤 캐릭터든 맞춤옷 입은 듯 연기하는 허정민의 목표는 거창하지 않다. 연기자로서 꾸준히 대중 앞에 나서는 거다.
“OCN 드라마 ‘그남자 오수’를 12월 초부터 촬영하는데 그 전에 했던 역할과 비슷하긴 해요. 재산에 욕심 없고 연애에 관심 없는 한량이요. 목표는 지금처럼 일이 끊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아무 말썽과 사고 없이 평생 연기를 했으면 좋겠죠. 저는 나이를 빨리 먹고 싶어요. 나중에 좋은 아버지, 할아버지 역할을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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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