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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 인사이드 - AOI 스페셜 7] 신예지, 나 자신을 사랑하게 만들어준 피겨

기사입력 2008.12.24 05:52 / 기사수정 2008.12.24 05:52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태릉, 조영준 기자]
25일, 서울 목동아이스링크에서 벌어지는 KB 국민은행 김연아의 'Angels on Ice'에 초청받은 국내 피겨 선수들 중, 김연아와 동시대에 활동한 신예지(20, 서울여대)가 있습니다. 신예지는 피겨국가대표 선수들 중, 가장 맏언니이자 경력이 오래된 스케이터입니다.

지난 5월 달에 있었던 'Festa on Ice'에서 많은 관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 신예지는 이번 아이스쇼에 다시 초대받았습니다. 국가대표 피겨 선수들이 모두 홍콩에서 벌어지고 있는 2008~2009 아시안 피겨스케이팅 트로피 대회에 참가하는 바람에 태릉아이스 링크에서 홀로 연습하고 있는 선수는 신예지뿐이었습니다.

국가대표 유일의 20대 선수인 신예지는 피겨를 하면서 얻은 소중한 경험담을 진솔하게 털어놓았습니다. 항상 신예지의 곁에서 힘이 되어준 어머니인 허정미 씨와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신예지를 이끌어준 지현정 코치도 자리를 함께 했습니다.

Q : 아이스쇼를 앞두고 바쁘실 텐데 귀한 자리 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우선, 이번 아이스쇼에서 선보일 곡명과 프로그램을 알고 싶군요.

신예지(이하, '신'으로 표기) : AOI에서 선보일 곡은 마돈나의 '4minutes'에요. '4분'이라는 것이 피겨의 프리스케이팅 시간과 비슷하잖아요. 그리고 지난 '페스타 온 아이스'에서 강렬하고 다이내믹한 무대를 선보여서 이번에도 그 때의 인상 때문에 초대받은 것 같아요. 이번에도 그 때에 못지않게 강렬한 모습을 보여줄 예정입니다.(웃음)

마돈나의 '4minutes'의 가사를 보면 '4분 안에 세상을 구한다'라는 구절이 있어요. 한마디로 스토리가 있는 곡인데 이러한 설정을 살려서 연기를 해보려고 해요. 그리고 의상은 지금까지 선보인 의상이 아닌, 새로운 것이에요. '페스타 온 아이스'때 처럼 바지 의상인데 심플한 쪽으로 설정을 잡았어요.

Q : 신예지 선수가 지금까지 가장 많은 관객 앞에서 연기한 무대는 지난 5월에 있었던 '페스타 온 아이스‘가 맞죠?

신 : 네, 맞아요. 목동아이스링크를 가득 채운 관중들 앞에서 세 번이나 연기를 했었어요.

Q : 아이스쇼와 일반 시합하고는 느낌이 많이 다를 텐데 어떤 부분이 특히 그렇던가요?

신 : 시합 같은 경우는 완전히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에요. 프로그램에서 완수할 것을 꼭 성공시켜야하기 때문에 긴장감이 많지만 시범 경기와 아이스쇼 같은 경우는 참가 선수들이 모두 하나가 되는 특징이 있어요. 경쟁을 넘어서 축제 같은 분위기가 생기는 게 많이 다른 것 같아요.



Q : 아이스쇼도 긴장이 많이 되는 것은 사실이죠?

신 : 그럼요. 어두컴컴한 무대에서 한줄기 조명이 저한테만 비친다고 생각해보세요.(웃음) 그런데 전 어릴 적부터 이런 아이스쇼를 하고 싶었거든요. 큰 규모의 아이스쇼는 우리나라에선 없을 줄 알았는데 이런 기회가 찾아와서 매우 기뻤어요. 그리고 아이스쇼에 다시 서게 돼서 많이 감사하고 있어요.

Q : 이 질문은 어머님께도 여쭈고 싶은데 피겨 맘으로서 짧지 않은 시간을 보내는 동안 어느 시기가 가장 힘드셨나요?

허정미(이하, '허'로 표기) : 지금까지도 예지와는 늘 전쟁이에요.(웃음) 그래도 질풍노도의 시기가 가장 힘들었죠. 그래도 예지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피겨를 안 하겠다고 한 적은 없었어요. 스케이팅을 좋아하는 정도를 따진다면 탑을 차지할 정도로 무척이나 스케이트를 사랑해요.

신 : 많이 힘든 것도 있었지만 엄마와 함께해서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 지금까지 올수 있었던 것은 나도 그렇지만 엄마가 대단해서 가능했다고 생각해요. 사춘기 시절에는 골반을 비롯한 부상으로 고생을 많이 했어요. 안 좋은 상황이라도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 넘겨야 하는데 그 시절에는 모든 것이 부정적인 쪽으로만 치우쳤거든요. 그래서 적지 않은 갈등이 있었던 것 같아요.

Q : 그럼 신예지 선수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피겨를 한 것에 대해 후회를 하지 않고 있나요? 여기에 덧붙여서 선수생활을 오래하고 싶은지의 여부도 궁금합니다.

신 : 스케이트를 타는 것을 무척 좋아하는 것은 사실이에요. 그리고 선수 생활을 오래할지에 대해서는 많은 생각을 하고 있어요. 지금은 피겨를 그만두고 나면 어떻게 할까하는 걱정도 들어요. 다른 일은 거의 안하고 오직 피겨만 해왔잖아요? 일반인 같은 경우에는 공부를 하고 취업을 하는 길을 걸어가고 있는데 그런 길을 걷기에는 제가 딸리는 부분이 많다고 생각해요. 코치의 길도 신중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Q : 사춘기 시절에 부상으로 고생을 많이 했다고 밝혔는데 어느 정도나 고생을 했었나요?

신 : 부상 때문에 사춘기가 더욱 힘들었어요. 부상에서 회복하는데 2년이나 걸렸거든요. 1년은 골반을 다쳐서 고생을 했었고 나머지 1년은 발등을 다쳐서 그것으로 쉽지 않은 시간을 보냈어요. 토를 찍을 때, 발이 심하게 꺾인 상태에서 찍다가 큰 부상을 당했었어요. 지금 그 시절을 생각해보면 긍정적인 마음으로 대처했다면 빨리 회복될 수 있었는데 민감한 시기라 부정적인 쪽으로만 생각을 가져서 부상회복도 더뎠다고 봐요.

아무튼, 그 때의 경험 때문에 지금은 좀 더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대처하고 있답니다.

Q : 신예지 선수는 국내에서 활동하는 여자 스케이터들 중, 최장신 선수로 보이는데 실제 키는 어느 정도나 되나요?

허 : 국내에서 잘 안타는 선수들을 제외하고 활발하게 활동하는 선수들만 놓고 보면 예지가 최장신 선수인 것이 사실이에요.

신 : 국내에서는 최장신이라고 생각하는데 국제대회에 나가면 상황은 달라요.(웃음) 정확한 키는 167cm에요. 그리고 발도 큰 편이에요.

Q : 발이 크다면 꼭 맞는 부츠를 찾는 데에도 문제가 있었을 것 같은데요?

신 : 부츠로 인한 트러블은 없었는데 계속 무거운 부츠를 신다보니 발에 무리가 왔어요.

허 : 부츠로 인한 문제로는 지금도 겪고 있어요. 현재 예지가 신는 부츠는 실제 발 사이즈보다 작거든요. 정확한 치수를 재서 부츠를 주문한다고 해도 발에 맞아서 오는 확률은 높지 않아요. 도저히 맞지 않아서 신기 불편할 정도가 아니면 부츠를 발에 맞추려는 것이 아닌, 선수의 발을 부츠에 맞추려고 하려고 있어요.

신 : 현재 신고 있는 부츠를 찾으려고 제가 지구 반대편까지 전화를 걸어가면서 결국 찾아낸 거예요.(웃음)

허 : 부츠가 예전 세대에 비해 많이 부드러워지거나 약해졌어요. 몇 달 전까지도 잘 버티던 부츠가 심하면 일주일, 혹은 3일이나 하루를 못 버티고 무너진 경우도 있었어요. 작년에 그런 일을 많이 겪었어요.



Q : 20대를 넘어선 신예지 선수는 경쟁심보다는 여유를 가지고 스케이트를 즐기면서 타는 시점에 왔다고 생각하는데 여기에 대한 느낌은 어때요?

신 : 그런 기분이 들기 때문에 아직도 타고 있어요. 또한, 제 나이 정도 되면 올라오는 후배들이 경쟁적으로 다가오지 않아요. 예전에 연아가 올라올 때는 저도 경쟁해야할 시점이었어요. 그래서 그 때는 긴장감도 있었는데 지금은 마음속으로 후배들을 많이 응원하고 있어요.

지금도 어린 후배들하고 함께 스케이트를 탈 때에도 제 스스로에게 '즐기자'는 동기부여를 하고 있어요.

Q : 조금은 어려운 질문이 될 수 있을 것도 같은데 피겨를 지금까지 해오면서 배운 교훈이 있다면요?

신 : 막상 해보면 아무것도 아니다.(웃음) 비슷한 미국의 명언이 떠오르는데 '문을 두드리고 나가보니 그곳엔 막상 아무것도 없었다'란 말이 있거든요. 지금도 점프를 뛸 적에 막상 두려움이 들지만 머릿속으로 이런 생각을 해요. '점프를 뛰다 넘어져도 죽는 건 아니잖아!'라고요. 그래서 결국 점프 랜딩을 하고 나면 '아, 막상 해보니 아무 것도 아니구나'라는 느낌이 오거든요. 두려움을 떨치고 항상 자신감을 가지기 위해 이 구절을 제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면서 경기에 임하고 있어요.

그리고 항상 제 자신을 사랑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내 자신을 사랑하고 믿는 마음이 있어야 다른 사람들도 똑같이 사랑할 수 있으니까요.

Q : 2006년 주니어 그랑프리 3차 멕시코시티 대회에서 동메달을 획득 것이 신예지 선수에겐 가장 특별한 기억을 남을 텐데 이 대회가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대회인가요?

신 : 그 대회랑 2007 토리노 동계유니버시아드가 가장 기억에 남는 대회에요. 그 때 제가 종합 4위를 했었거든요. 그런데 3위와의 점수 차이가 불과 2점 정도였어요. 그 때, 트리플 토룹 하나를 완전히 실수해서 아깝게 메달을 놓쳤거든요. 그것을 생각하면 무척 아쉽지만 그래도 만족하려고 했어요. 참가 선수 30명 중에 4위를 했으니 그것에 의미를 두려고 했죠.

또한, 2006 주니어 그랑프리 3차 대회는 제가 고3때 참가했었어요. 메달은 기대 안하고 즐기면서 경기를 했었는데 쇼트프로그램에서 제가 2위에 올랐어요. 그래서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진 것이 오히려 욕심으로 작용한 것 같아요.

그 때, 1위를 한 선수가 캐롤라인 장(15, 미국)이었어요. 제가 그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던 이유는 주니어 마지막 해를 잘 마무리해야겠다는 생각이 강해서라고 생각합니다.



Q : 이번 AOI의 주인공인 김연아 선수와 관련된 질문을 드리려고 하는데 어릴 적에 김연아 선수와 같은 팀 동료는 아니었죠?

신 : 네, 맞아요. 함께 훈련하고 시간을 보낼 기회가 없었는데 지금은 얘기도 많이 하고 예전보다는 친해졌어요.

Q : 올 시즌에 공개된 김연아 선수의 새로운 프로그램인 '죽음의 무도'와 '세헤라자데'를 본 소감은요? 그리고 개인적으로 김연아 선수의 프로그램 중 가장 좋아하는 것이 있다면 답변 부탁드립니다.

신 : 이번 시즌 프로그램을 보고 아, 역시 연아다! 라는 느낌이 들었어요.(웃음) 연아가 한 프로그램 중에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것은 'Only Hope'인데 제가 이 노래를 아주 좋아하거든요. 그런데 연아의 연기와 이 곡이 너무나 잘 어울리는 거예요. 그리고 시합 프로그램 중에서는 단연 피겨 역사에 남을 '록산느의 탱고'가 최고죠. 그리고 '죽음의 무도'도 좋아하는데 특히 그 프로그램의 검은 의상이 마음에 들어요.

Q : 피겨 선수의 이후의 삶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고민할 시기인 것 같은데요? 은퇴 이후의 삶에 대해 생각하신 게 있다면 말씀해주시죠.

신 : 이 문제는 대학에 들오기 전부터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우선 공부를 좀 더 하고 싶어요. 주변에서 코치를 해보라는 의견도 있는데 선수 생활을 접고 바로 코치가 되겠다는 생각은 없어요. 세상은 넓고 아직도 어린 나이인데 다른 경험도 하고 싶거든요.

또한, 외국어에 관심이 많아서 바쁜 선수 생활 속에서도 꾸준히 공부해왔어요. 그래서 지금 영어를 할 줄 알고 불어도 조금은 구사할 줄 아는데 다른 외국어도 공부하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또한 영상 쪽에도 관심이 많은데 사진 찍는 것을 매우 좋아해요. 이쪽으로도 관심이 있거든요?(웃음)

Q : 피겨 코치에 대한 생각도 짧게 언급해 주셨는데 좀 더 구체적으로 듣고 싶은데요?

허 : 주변에서는 예지에게 코치를 하면 잘할 것 같다고 조언을 많이 해주시거든요. 그런데 예지는 코치 얘기가 나오면 두려워하는 것이 있어요. 코치를 하면 미칠 것 같다고 얘기해요.(웃음) 이 의미는 코치 일을 하면 미치도록 빠진다는 뜻인데 지금까지 피겨 선수로만 살아와서 다른 일을 하고 싶다고 해도 제가 보기엔 언젠가는 분명히 코치의 길을 선택할 것 같아요.(웃음)

신 : (농담조로)내년에는 제가 코치로서 인사드릴 수도 있을 것 같아요.(모두 큰 웃음)

Q : 이제 마지막 질문입니다. 이번 AOI에서 공개되는 갈라 프로그램을 보는 팬 여러분들에게 한 말씀 남겨주시기 바랍니다.

신 : 시합이든 아이스쇼든 늘 똑같은 마음으로 지켜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리고 크리스마스 때 공개될 '등딱지'를 기대해주세요.(웃음)

인터뷰를 마치기가 아쉬울 만큼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질문과 답변이 오고갔습니다. 털털하면서도 속 깊은 가치관을 지는 신예지는 재기발랄한 재치까지 겸비하고 있었습니다. 내년 1월 달에 있을 종합선수권에 초점을 맞춰서 훈련 중인 신예지는 이번 AOI 공연으로 특별한 크리스마스를 보낼 예정입니다.



[사진 = 신예지 (C) 김혜미 기자, 남궁경상 기자, 신예지 삽화 = 배정미]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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