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8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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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 인사이드] 김연아로 눈뜨게 된 '정석 피겨'의 참맛

기사입력 2008.11.29 04:08 / 기사수정 2008.11.29 04:08

조영준 기자



피겨 팬들의 목소리 - 하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토론 참가자 : 오서와 연아(30대, 남, 프리랜서), 까불이 한샘(30대, 여, 직장인), 무설탕(30대, 여, 직장인), Hippo(40대, 여, 주부), 당근(20대, 남, 프리랜서) 알로에주스(20대, 여, 대학생), 프론과 새우(19세, 여, 대학생)

진행자 : 그랑프리 파이널과 관련해 장소와 티켓 문제 외에 또 다른 아쉬움은 없나요?

오서와 연아 : 갈라 쇼의 경우, 3위 이상의 선수들만 한다는 것이 아쉽게 느껴집니다. 갈라쇼도 피겨의 참맛을 볼 수 있는 점이 많은 데 여자 싱글과 남자 싱글, 그리고 페어와 아이스댄싱까지 3위 이상을 한 선수들만 나오면 감흥이 떨어진다고 생각하거든요. 제가 생각할 때, 팬들이 가장 먼저 서둘러야 할 부분은 갈라쇼에 최대한 많은 선수들이 나올 수 있도록 의견을 내는 것입니다.

진행자 : 이제 김연아 선수의 경기로 피겨스케이팅이 공중파에서 생방송으로 중계가 되는 시대가 왔습니다. 이 부분에서 대해서 의견이 있으신 분은 말씀해주시죠.

까불이 한샘 : 피겨 방송이 공중파를 타면서 예전과 달라진 것이 있다면 1그룹부터 볼 수 있다는 겁니다. 예전에는 특정 선수의 경기만 짧게 보여줬는데 이제 김연아 선수가 경기에 출전하면 1그룹의 선수들도 볼 수 있게 됐거든요.

선수들의 세계랭킹 순위에 따라서 1그룹과 2그룹으로 나누는데 김연아 선수는 세계 최고의 수준이니 늘 맨 마지막에 나오잖아요? 김연아 선수의 경기만 놓고 보면 그저 '잘 한다'라는 느낌이 들 뿐이에요. 김연아가 저 정도 하는데 일본의 아사다 마오는 트리플 악셀을 뛰고 세계랭킹도 김연아보다 더 높으니 김연아 선수가 아사다 마오보다 떨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관념도 상당히 많았거든요.

그런데 이번 시즌, 그랑프리 중계가 1그룹부터 방송되면서 김연아에 대한 시선이 많이 달라졌어요. '그냥 잘 한다'가 아니라 '완전히 압도적으로 잘 한다'라는 의견들이 대세를 이루고 있어요. 김연아 앞에 등장한 선수들과 김연아의 레벨은 완전히 틀리게 나타났거든요. 피겨에 문외한 일반적인 팬들도 이제야 김연아의 진가를 알게 된 거죠.

진행자 : 그런데 최근 김연아와 관련된 UCC 동영상이 사라지는 일이 발생했잖아요? 이 점에 대해 말씀해주시고 싶은 분에게 발언권을 드리겠습니다.

까불이 한샘 : 제가 모 사이트를 비롯한 국내 포털사이트를 확인해봤는데 김연아 선수가 출전했던 'Skate America' 경기가 모두 삭제됐습니다. 이젠 김연아 선수 경기에 독점권을 가지고 있는 방송사의 사이트를 통해서만 볼 수 있게 됐어요.

그러나 아사다 마오는 물론, 김연아 선수와 함께 'Skate America'와 'Cup of China'에 출전했던 선수들의 동영상은 그대로 있어요. 공교롭게도 한국에서는 아사다 마오와 관련된 동영상은 어디에서도 볼 수 있지만 김연아 선수의 UCC는 볼 수 없게 된 거죠.

일본 같은 경우는 국내에서 이루어지는 방송은 저작권이 철저하게 이루어지고 있거든요. 그러나 세계 최고의 UCC 사이트인 '유튜브'에 대해서는 놔두고 있는 상황입니다. 아사히나 NHK 같은 경우는 자국선수의 해외 홍보를 위해 유튜브 같은 사이트에 오른 동영상은 삭제하지 않고 있어요.

한국 피겨에 붐을 일으킨 김연아를 필두로 피겨에 대한 인프라를 키우겠다는 생각보다는 모든 일이 단기 수익을 내겠다는 점에 혈안이 되고 있는 듯 한 느낌이 듭니다. 연맹의 행정이라든가 방송사의 태도를 보면 팬들의 입장에서 너무 안타깝게 보이는 것들이 많거든요.

진행자 : 국내 피겨 팬들 사이에서 아사다 마오란 존재는 항상 '뜨거운 감자'인데요. 논란이 있을 것도 같지만 마오에 대한 얘기도 하고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여기 오신 분들은 일본에 다녀오신 분들도 계시고 그 쪽 피겨 계에 대해서 나름대로 해박하신 분들도 많은데 한국에서 김연아란 존재가 대단하듯, 일본에서의 아사다 마오는 어떤 존재라고 인가요?

오서와 연아 : 2006 토리노 동계올림픽에서 일본은 모든 동계 종목에서 무너졌었어요. 스피드 스케이팅에서는 시미즈 같은 뛰어난 선수들의 맥이 끊어졌고 스키점프에서도 재미를 못 봤거든요. 이렇게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할 수 있는 금밭이 모두 무너졌는데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에서 유일한 금메달이 나온 거죠. 애초에 동메달, 혹은 은메달을 기대했던 아라카와 시즈카가 금메달을 획득하면서 여러 종목에서 메달을 딴 것보다 더 큰 시너지 효과가 나타났어요.

지난 올림픽에서 이러한 경험을 얻었기에 일본이 피겨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죠. 또한, 일본 동계스포츠는 '아사다 마오'란 아이콘에 모든 초점이 맞춰져있다고 생각합니다.

2010년 동계올림픽을 전망할 때, 우리나라는 피겨 스케이팅의 김연아와 쇼트트랙의 안현수 및 그 밖의 선수들, 그리고 스피드스케이팅의 이강석 등을 위주로 여러 선수에 걸쳐서 금메달을 기대하고 있어요. 하지만 일본은 거의 아사다 마오에게 올인 한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지금 아사다 마오란 존재에게 천문학적인 투자가 이루어지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입니다. 어쩌면 김연아 선수는 단지 아사다 마오와 싸우는 것이 아닌, 일본의 동계스포츠 전체와 싸우고 있는 것이 맞는다고 보거든요. 우리나라 언론들도 단편적으로 아사다 마오가 김연아의 라이벌이다. 혹은 트리플 악셀을 구사할 줄 안다는 단편적인 면을 벗어나서 이러한 문제에도 포커스를 맞췄으면 좋겠어요.

진행자 : 김연아, 혹은 피겨 팬들의 일반적인 인식은 꽤나 극성맞고 열성적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무설탕 : 예전에 '승냥이의 실체'란 기사가 있었는데 그 기사를 보면 김연아와 피겨 팬들은 대부분 젊은 남자들이라고 했었는데 사실은 완전히 다르잖아요?(웃음) 피겨 팬들은 대부분 여자들이고 20대에서 30들이 가장 많거든요. 40대도 많은 편이고요. 또한, 고학력을 가진 분들이 많은데다가 높은 직위를 가진 직장인과 전문직 분들이 많은 편이에요. 피겨가 예술적인 스포츠라서 무용이나 예술을 즐기는 분들이 많이 선호하게 되거든요.

진행자 : 피겨가 보기는 편할지 모르겠지만 용어와 기술, 그리고 채점 방식 등이 상당히 복잡하잖아요? 피겨 팬이 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는데 동의하십니까?(웃음)

까불이 한샘 : 피겨란 종목은 굉장히 중독성이 강하거든요. 해외 원정을 수차례 갈 정도면 말 다할 정도죠.(웃음) 그런데 피겨스케이팅을 제대로 즐길 줄 아는 팬이 되려면 진입기간이 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피겨와 관련된 각종 기술과 용어, 그리고 정보를 얻는데 시간이 꽤 걸리기 때문이죠.

오서와 연아 : 피겨와 관련된 각종 기술을 설명한 영상과 경기 등을 보면 두 세 시간은 훌쩍 넘거든요. 게다가 각종 어렵고 생소한 기술들을 공부를 하려면 적지 않은 시간이 드는데 피겨 팬들은 물론, 기자 분들도 공부하기가 쉽지 않은 종목이라고 여겨집니다.

진행자 : 끝으로 피겨 팬으로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한마디 씩 부탁 드리겠습니다.

Hippo : 저는 피겨를 쓰시는 기자 분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이 있는데요. 피겨에 대해서 오류가 난 기사가 포털사이트에 뜨면 피겨 팬들이 순식간에 몰려가서 융단폭격을 하는 경우가 있잖아요?(웃음) 적절하게 문제점을 지적하는 글이 있는가하면 대놓고 욕을 하는 글도 있는데 비방성 글은 당연히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읽혀질 기사인 만큼, 조금 더 신경을 쓰셔서 작성해 주셨으면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어요.

특히, 일본에서 보도된 것을 그대로 인용해서 내놓는 기사는 정말 보기가 좋지 않거든요. 한국 피겨의 열악한 상황과 김연아 선수가 얼마나 고생을 하면서 여기까지 온 사실은 팬들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데 그러한 점이 오인돼서 보도되는 것은 잘못됐다고 봐요. 이런 점을 개선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당근 : 피겨 팬들 간의 공론이 장이 보다 활성화 됐으면 좋겠어요. 어떤 사안이 부각되면 이것을 이슈화해서 바른 방향으로 끌고 가는 것이 팬들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알로에주스 : 저는 아직 대학생이고 그랑프리 파이널 기간이 시험 기간과 일치해서 어려운 점이 많거든요. 하지만 그랑프리 파이널 장소 문제와 티켓 문제 등을 보면 앞으로 한국피겨가 개선되어야 할 점이 참으로 많다고 봐요. 작은 부분부터 조금 씩 발전해 나갔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무설탕 : 제가 지난번에 중국에 가서 본 'Cup of China'가 현장에서 처음 본 피겨스케이팅 경기였어요. 그런데 선수들이 빙판에 들어오면서 눈빛이 달라지는데 김연아 선수의 눈빛은 정말 잊지 못해요. 소름이 돋을 정도였거든요.(웃음) 그곳에서 김연아 선수의 경기를 직접보고 얼마나 행복했는지 몰라요. 국내에서도 이러한 기회가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까불이 한샘 : 'Cup of China' 프리스케이팅 때, 가장 인상적인 것은 김연아 선수가 심판진들 앞에서 플립 점프를 두 번이나 뛰었을 때였어요.(웃음) 전날 플립에서 롱엣지 사건이 있었잖아요. 그 억울함이 이기려는 듯, 심판진들을 한번 째려보면서 지나가더니 그 앞에서 보란 듯이 플립점프를 뛰면서 몸을 푸는 모습은 정말 전율이 흘렀었습니다.

그리고 일본에서는 한국 피겨 팬에 대해 비방도 많이 하지만 때론 이런 말도 해요. 바로 '신 채점'에 있어서 세계 최고의 팬이라고 말이죠.(토론 참가자 모두 웃음과 박수) 신 채점 방식이 도입된 이후에 가장 잘 적응을 한 팬이라는 의견이 있는데 신 채점의 장점은 기술과 피겨와 관련된 각종 요소를 정석적으로 세밀하게 보는 거잖아요? 김연아 선수를 통해서 저희 피겨 팬들도 '변칙'이 아닌 '정석'에 가까운 피겨에 익숙해져 가고 있습니다.

진행자 : 이 자리에 모이신 분들의 말씀이 한국 피겨 발전을 위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라며 장시간 좋은 말씀을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김연아 삽화 = 배은미, 한정원]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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