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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조덕제 성추행 사건' 여배우 "연기를 빌미로 한 범죄"

기사입력 2017.10.24 11:56 / 기사수정 2017.10.24 14:01


[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남배우A 성폭력 사건'과 관련해 여배우 B씨의 공동대책위원회 측이 입장을 밝혔다. 여배우는 끝내 참석하지 않았고, 직접 작성한 편지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전달했다.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의 변호사회관에서 '남배우A 성폭력 사건' 항소심 유죄 판결 환영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 자리에는 조인섭 변호사(법무법인 신세계로), 백재호(한국독립영화협회 운영위원), 정다솔(찍는페미 공동대표), 안병호(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영화노조)위원장), 김미순(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상임대표), 윤정주 (한국여성민우회 여성연예인인권지원센터) 등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중요했던 것은 항소심 판결에 대한 여배우 측의 공식적인 입장 발표였다. 여배우 B씨의 변호를 맡은 조인섭 변호사는 "영화 촬영장에서의 성추행 사건에 대한 항소심 판결문에 대해 입장을 밝히겠다"며 "1심 판결의 경우, 피해자의 진술을 믿기 어렵고, 설사 신체접촉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업무로 인한 행위로서 형법 제20조에 의해 정당행위로 위법성이 조각된다. 1심 판결의 경우 감독의 지시가 있었던 것인 양 판단했다"고 되짚었다.

또 2심 판결에 대해서는 "피해자를 비롯한 증인의 진술이 대체로 일관되고,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경우 객관적으로 보아 도저히 신빙성이 없다고 볼 만한 별도의 신빙성 있는 자료가 없는 한 이를 함부로 배척해서는 안된다"고 한다며 피해자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었음을 강조했다.

영화 촬영장에서의 성추행에 대한 생각도 전했다. 조인섭 변호사는 "감독의 일방적인 연기지시나 이에 따른 피고인의 연기내용에 관해 피해자와 사전에 공유하거나, 피해자로부터 승낙을 받지 않은 이상 그것을 단지 정당한 연기였다고만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또 계획적, 의도적 행위가 아니었다거나 감독의 연기지시에 따른 것이었다고 해 추행의 고의가 부정된다고 할 수 없다며, 무고죄와 관련해서도 피고인이 피해자를 고소한 부분은 무고죄가 인정된다고 전했다.

2심 판결의 경우 감독이 '직접적으로 피해자의 가슴을 만지고 피해자의 바지 속으로 손을 넣으라는 것은 없고, 이 사건 신의 촬영은 얼굴 위주라고 말하고 있어 피고인의 이와 같은 행위가 감독의 연기 지시에 충실히 따른 것이라거나 정당한 연기를 하는 과정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에 대해 "성추행 사건에 있어서 피해자의 진술이 주요 부분에 있어 일관된 이상, 이를 함부로 배척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의 기준을 다시 한 번 확인해 준 판결문"이라고 의미를 부여한 조인섭 변호사는 "영화촬영장에서의 연기 등으로 인한 추행에 대한 판단기준을 마련한 판결로, 감독의 지시가 있더라고 연기 내용에 대해서 피해자와 공유되지 않는 이상 '연기에 충실한 것일 뿐이다'라는 말로는 면죄부가 주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형량에 대한 아쉬움도 전했다. "연기로 인한 우발적 행위라고 하더라도 강제추행이 인정되는 것이라며, 영화촬영장에서의 성범죄에 대한 기준을 어느 정도 세워주고 있다. 다만 강제추행이 인정되고 무고의 죄책까지 인정됐음에도 불구하고 형량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나온 부분은 아쉬움이 있다"고 밝혔다.



여배우는 한국여성민우회 측의 편지 대독을 통해 입장을 전했다. 여배우는 "저는 경력이 15년 된 연기자다. 연기와 현실을 혼동할 만큼 미숙하지 않다"면서 "그만큼 저는 돌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전문가다. 그럼에도 촬영과정에서 피고인으로부터 성폭력을 당하게 되자 패닉에 빠져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했다. 그때서야 저는 왜 성폭력 피해자들이 침묵하고 싸움을 포기하는지 알게 됐다"며 "저는 영화촬영현장에서 피고인으로부터 폭행과 추행을 당했다. 연기경력 20년인 남배우는 동의 없이 옷을 찢고 추행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연기에 있어서 사전에 상대 배우와 충분히 논의하고 동의를 얻는 것이 합의라고 알고 있다. 그렇게 배웠고, 학생들에게도 그렇게 가르치고 있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피고인은 저와 합의하지 않은 행위를 했고 그것에 대해 항소심 재판부는 연기를 빙자한 추행이라고 판단했다. 이런 것이 영화의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옹호돼서는 안 될 것이다. 저는 피고인을 무고할 그 어떤 이유도 없다"고 말을 이었다.

연대 발언도 이어졌다. 이들은 일제히 "영화를 만드는 상식은 삶의 상식에서 벗어나지 않아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며 이번 사건에서의 항소심 유죄 판결에 대해 환영의 뜻을 전했다.

또 양형 이유에서 "이 사건 영화와 같이 신체의 일부 노출과 성행위가 표현되는 영화 촬영과정이라고 하더라도, 연기를 하는 행위와 연기를 빌미로 강제추행 등의 위법행위를 하는 것은 엄격히 구별돼야 한다"며 피고인의 주장대로 감독의 지시로 연기를 했다고 하더라도 "상대 배우의 승낙이 없었던 부분은 연기로 볼 수 없다"며 배역에 몰입한 연기가 아니라 "연기를 빌미로 한 범죄행위"임을 분명히 했다.

조덕제의 태도도 지적했다. 이들은 "본 사건의 피고인은 항소심 재판부의 이런 판결에도 불구하고 항소심 판결 직후 "세상이 무섭다", "단체 시위로 무죄에서 유죄", "억울하다"며 여전히 자신의 가해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사실과 다른 일방적인 주장을 하고 있다"면서 "피고인은 항소심 재판부의 판결을 받아들이고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를 중단해야 한다"고 얘기했다.

이어 영화계의 현실을 언급하며 "사실적인 연기를 유도한다는 미명 하에 상대 여자배우 모르게 남자배우에게만 연출지도를 하고 그럴듯한 화면을 위해 실제 위험으로 내모는 일이 자행돼 왔다. 남배우A 사건의 항소심 판결이 계기가 돼 영화를 위해선 뭐든 용인될 수 있다는 이러한 생각과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돼 온 폭력은 중단돼야 한다"는 생각을 전했다.

앞서 지난 2015년 남배우가 영화 촬영 도중 합의되지 않은 상황에서 상대 여배우의 속옷을 찢고 바지에 손을 넣어 신체 부위를 만지는 등 성추행 해 강제추행치상 혐의로 기소됐다. 이어 지난해 12월 열린 1심에서 검찰은 남배우에게 징역 5년을 구형했지만 무죄 판결이 났다. 하지만 항소심에서 원심을 깨고 남배우에게 양형하며 혐의를 인정했다.

17일 조덕제는 실명을 공개했고, 상고장을 제출했다. 여배우 측과 해당 영화의 감독은 조덕제의 주장에 반박하며 서로 대립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후 검찰도 조덕제가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받은 것과 관련해 상고장을 제출하며 이 사건은 대법원으로 넘어가게 됐다.

slowlife@xportsnews.com / 사진 = 엑스포츠뉴스 박지영 기자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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