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8.11.24 02:53 / 기사수정 2008.11.24 02:53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프로배구 최고의 리그인 이탈리아, 러시아, 그리스, 그리고 독일과 같은 리그는 전 세계에서 우수한 선수들이 총집합합니다. 쟁쟁한 선수들이 한 팀에 모여 있기 때문에 특정한 선수가30점 이상의 포인트를 올리는 경우는 좀처럼 보기 힘듭니다.
독일 분데스리가에 진출한 문성민(22, 프리드리히스하펜)은 최근 경기에서 모두 팀 내 최고득점을 올렸습니다. 그러나 문성민이 올린 최다득점은 15점에서 20점대 초반입니다. 리그의 수준이 높다는 것은 다른 것이 아닙니다. 팀 내에 얼마나 기량이 뛰어난 선수가 많이 모여 있는지에 따라 결정됩니다.
한국 V리그의 수준은 다른 국가의 리그와 비교하면 기량적인 측면에서 떨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특히, 여자배구 같은 경우는 국제배구 수준과 비교하면 그 격차가 더욱 큽니다. 현재 여자배구를 이끌고 있는 선수들의 기량이 떨어지기 보다는 국제배구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적어지는 부분이 가장 큽니다.
22일, 2008~2009 프로배구 시즌이 개막되고 난 뒤, 여자부 두 경기가 벌어졌습니다. 그러나 배구 팬들의 반응은 지난 시즌보다 더욱 위력적인 외국인 선수 이외에는 그리 볼 것이 없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어찌 보면 선수들에게 상처가 될 수도 있는 의견이지만 한국여자배구의 발전을 위해 꼭 귀기울여야할 지적인 것은 사실입니다.
시즌 1라운드와 2라운드에는 팀의 조직력이 완성되는 시기입니다. 때문에 여러모로 미흡한 면이 나타나게 됩니다. 23일 인천도원체육관에서 벌어진 도로공사와 GS 칼텍스의 경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우승 후보인 GS 칼텍스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이 났지만 두 팀 모두 완성되지 않은 조직력이 나타났었습니다. GS 칼텍스의 단골 공격 메뉴인 이숙자 - 정대영 간의 속공이 예전처럼 맞지 않고 있었습니다. 첫 경기였고 아직 팀의 완성이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었지만 오랜 기간을 함께 해온 두 선수의 플레이가 흔들린 점은 아쉽게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두 팀 모두 센터 포지션에서 많은 문제점이 드러났습니다. GS 칼텍스의 센터 배유나는 이동 공격을 시도했지만 완전한 이동공격이라 부르기엔 여러모로 부족했습니다. 그리고 도로공사와 같은 경우는 리시브 자체가 안 되고 있었기 때문에 조직적인 세트플레이를 펼칠 수가 없었습니다.
두 팀 다 리시브가 좋지 않았고 수비조직력 역시 끈끈하지 못했습니다. 가장 기본적인 것이 안 되다 보니 공격의 루트는 단순해 질 수밖에 없고 큰 공격을 구사할 외국인 선수들의 비중이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 한국여자배구의 가장 취약한 포지션인 센터와 세터, 그리고 리베로의 취약점이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야기하고 있습니다. 리베로 포지션이 약하다보니 리시브가 나빠지고 있습니다. 또한, 빠르고 정확한 토스를 구사하는 세터들이 예전에 비해 많이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여기에 중앙에서 다양한 역할을 해줘야하는 센터들의 부재가 한국여자배구의 경기력을 단조롭게 만들고 있습니다.
23일 벌어진 GS 칼텍스와 도로공사의 경기에서 두 팀의 외국인 선수가 차지한 공격점유율은 GS 칼텍스의 데라크루즈가 37%, 그리고 도로공사의 밀라가 44%였습니다. 이 두 선수는 팀에서 압도적인 23득점과 22득점을 올렸습니다.
GS 칼텍스에서 데라크루즈 다음으로 많은 공격 포인트를 올린 선수는 13득점을 올린 정대영이었습니다. 그러나 도로공사의 경우는 22득점을 올린 밀라 다음으로 많은 포인트를 추가한 선수가 단 7득점을 올린 임효숙이었습니다.
앞으로 경기를 치르면서 팀의 조직력이 살아난다면 이러한 현상은 줄어들 것입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공격뿐만이 아닌 수비와 토스, 그리고 리시브 등 배구와 관련된 총체적인 부분에서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 팀에서 가장 많은 득점을 추가할 수 있는 선수가 있다면 그 선수에게 많은 볼이 올라가는 것은 당연한 현상입니다. 만약, 그 상황이 기본적인 리시브와 수비 등이 가미된 조직력이 갖춰진 상태에서 이루어진다면 고무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자배구의 경우, 국내선수들의 기량이 기본적인 부분에서 문제점을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외국인 선수의 공격력에 따라 승패의 향방이 좌우되고 있습니다. 물론, 프로에서 팀의 성적이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승패를 떠나서 한국여자배구의 발전을 생각한다면 이러한 팀플레이는 분명 수정되어야할 사항입니다.
현재 한국여자배구리그의 기량을 보면, 외국인 선수가 가장 많은 득점을 올리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그러나 국내선수들이 반드시 해야 할 기본적인 플레이는 발전해 나가야합니다.
팀의 전력에 보탬이 되고 한국배구의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해서 외국인 선수는 존재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리시브 난조와 중앙 공격의 부재, 여기에 수비 조직력마저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 속에서 용병의 공격에만 비중을 두는 플레이가 이어진다면 한국여자배구의 미래는 불투명합니다.
도로공사에서 라이트 주전으로 투입된 신인 황민경은 프로경기 첫 시합이었지만 리시브와 공격에서 활기차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비록, 리시브 성공률과 공격 포인트가 만족할만한 것은 아니었어도 이러한 플레이가 자주 나타나야 합니다. 지금은 안 되도 계속 시도하는 도전 의식이 여자배구를 밝은 미래로 안내할 것입니다.
[사진 = 데라크루즈, 밀라 (C) 강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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