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0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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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포항과의 악연을 끊는다

기사입력 2008.11.21 09:27 / 기사수정 2008.11.21 09:27

김경주 기자



[엑스포츠뉴스=김경주 기자] 다시 만났다. 때려야 땔 수 없는 K-리그의 영원한 라이벌 울산 현대와 포항 스틸러스가 우승으로 가는 외나무 다리에서 물러설 수 없는 한판 대결을 펼친다. 울산은 오는 22일 오후 5시 문수 축구경기장에서 포항을 상대로 삼성 하우젠 K-리그 2008 6강플레이오프 경기를 치른다.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127번의 맞대결을 펼친 양팀의 상대전적에서는 포항이 다소 앞서고 있다. 고비 때마다 포항에 덜미를 잡히며 우승 문턱에서 좌절해야 했던 울산은 포항에 그동안의 원한을 갚아 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이했다.

울산이 포항에 역대전적에서 뒤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울산은 올 시즌 포항과의 두 차례 맞대결에서 1승 1패로 우열을 가리지 못하고 있다.

올 시즌 플레이오프를 앞둔 포항의 전력은 작년보다 부족해 보인다. 데닐손의 부상으로 공격진의 무게감이 떨어졌다. '마케도니아 특급' 스테보를 제외하곤 믿을 만한 공격수가 없다. 노병준과 남궁도가 버티고 있지만 루이지뉴, 알미르, 양동현, 이진호, 우성용 등 막강한 공격진을 보유하고 있는 울산에 비교해본다면 파괴력이 크게 떨어진다.

또한, 대표팀에서 복귀해 후반 교체 출전이 예상되는 '왼발의 스페셜리스트' 염기훈과, 부상에서 회복한 '도움왕' 브라질리아의 활약 역시 기대된다.

부산과의 리그 최종전 이후 3일간의 짧은 휴가를 마친 울산 선수단은 12일 저녁 클럽하우스로 다시 모여,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막바지 담금질에 들어갔다. 단 한 번의 경기로 승패가 결정되는 플레이오프에서 더 이상 물러설 곳은 없다. 2005년의 우승을 영광을 기억하고 있는 울산과, 지난해 '파리아스 매직'을 재현하려는 포항. 양팀은 또 한 번의 우승에 도전하기 위해 총력전을 준비하고 있다.

울산과 포항, 플레이오프의 추억

울산과 포항 양팀은 84년 슈퍼리그 창설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명승부를 펼치며, K-리그를 대표하는 라이벌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98년 플레이오프 대결은 10년이 지난 아직까지도 많은 축구팬에게 잊히지 않는 명승부로 기억되고 있다.

당시 울산은 정규리그 2위로 플레이오프로 직행했고, 3위 포항은 4위 전남과 준플레이오프를 치렀다. 포항은 준플레이오프에서 전남과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을 펼쳤다. 설상가상으로 이동국의 청소년 대표팀 차출과 공격의 핵인 고정운, 박태하의 결장으로 울산의 결승진출이 유력시되었다.

울산의 공격진은 막강한 공격진을 구축하고 있었다. 공격수로 변신에 성공해 정규리그에서 득점 선두를 달리던 유상철을 비롯해, 아디다스컵 득점왕 김현석, 필립모리스 컵 득점왕 김종건 그리고 도움 선두 정정수까지, 당시 K-리그 10개 구단 중 가장 많은 득점을 기록할 정도로 화끈한 공격력을 선보이고 있었다.

만원 관중이 들어찬 가운데 포항전용구장에서 펼쳐진 플레이오프 1차전 경기. 예상대로 울산이 주도권을 잡고 경기를 펼쳤고, 전반 16분 만에 정정수가 프리킥을 직접 골로 연결하면서 울산이 1-0으로 앞서 나갔다. 후반 들어서도 공격을 주도하던 울산은 후반 12분 골문 앞 혼전 중에 아쉽게 포항에 동점골을 허용했다.

이후 울산은 계속해서 포항의 골문을 위협했지만 추가골을 넣지 못했다. 후반 44분, 오히려 포항의 최문식에게 역전골을 허용하면서 울산의 패색이 짙어졌다. 하지만, 추가시간인 후반 48분, 교체투입 된 김종건이 천정희의 크로스를 헤딩슛으로 연결하면서 극적인 동점골을 성공시켰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주심이 종료 휘슬을 불기 바로 직전, 울산은 포항의 백승철에게 중거리 슛으로 결승골을 허용했다.

이렇듯 1차전에서 양팀은 치열한 명승부를 펼쳤지만, 3일 뒤에 열린 2차전에 비하면, 1차전의 충격은 약한 것이었다.

1차전의 패배로 2차전에서 반드시 승리를 거둬야 했던 울산은 후반 26분 김현석이 선취골을 뽑아내면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하지만, 후반 40분 박태하에게 골을 허용해 다시 한번 리드를 내주고 말았다. 어느덧 전광판의 시계는 멈췄고, 울산이 얻어낸 프리킥은 마지막 기회였다. 그리고 이 순간, 바로 K-리그의 역사에 길이 남을 명장면이 연출됐다.

당시 울산의 골키퍼였던 김병지는 상대 골문을 향해 달려나갔고, 김현석의 프리킥을 머리로 받아 넣으며,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갔다. 절체절명의 순간에 골이 들어간 것만으로도 극적인데, 그 주인공이 필드플레이어도 아닌 골키퍼였으니, '스포츠는 각본 없는 드라마'라는 말에 어울릴 만한 한편의 '드라마'였다. 결국, 기세를 탄 울산은 승부차기에서 4-1로 완승을 하고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이후 울산은 플레이오프에서 포항을 만나 승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2004년 플레이오프에서는 따바레즈의 결승골로 0-1 석패했으며, 지난해에도 포항에 3번의 유효슈팅에 2골을 허용하며 1-2로 패해 아쉽게 플레이오프에서 탈락하고 말았다. 플레이오프 문턱에서 번번이 포항에 덜미를 잡혔던 울산이지만, 이번 경기에서 그동안 포항에 패하며 눈물을 삼켰던 지난날의 복수를 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전력의 공백은?

울산이 최상의 전력으로 포항전을 치루기가 힘들어 보인다. 울산 공격과 수비의 핵인 염기훈과 김영광이 20일 새벽(한국시간)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월드컵 최종 예선으로 대표팀에 차출됐다. 월드컵 예선을 치른 두 선수는 경기를 하루 전날인 21일 귀국해 팀에 합류했다.

다행히 김영광은 골키퍼라는 특수 포지션으로 인해 포항전에 출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더욱 많은 체력을 요하는 포지션의 염기훈의 경우, 장거리 여행으로 인한 피로와 시차 적응 등의 문제로, 바로 다음날 열리는 포항전에 선발로 출전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그뿐만 아니라 이상호 역시 정규리그 최종전에서 경고 2장을 받아 퇴장을 당해 포항전에 출전할 수 없다.

김정남 감독과 울산팬의 입장에서는 '프리킥의 달인' 염기훈과 '결승골의 사나이' 이상호의 공백은 아쉽기만 하다. 김정남 감독은 지난 1일 경남 전에서 이상호를 깜짝 선발출전시키며,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이상호의 경기감각을 끌어올리는데 주력했다. 염기훈 역시 부상에서 회복한 이후 꾸준히 출전 시간을 늘려가며 컨디션을 회복했다. 하지만, 정작 이번 6강 플레이오프에서 이 비장의 카드를 완벽하게 쓸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러나 울산은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이들 외에도 다양한 공격자원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즌 중반 수원과 성남을 잡으며 5연승을 달렸을 때도 염기훈과 이상호는 없었다. 루이지뉴는 어느새 울산 공격의 핵으로 자리매김했고, 이진호, 우성용, 양동현 등 함께 호흡을 맞출 공격수들도 충분하다.

2선 침투가 좋은 알미르 역시 이상호의 공백을 충분히 대신해 주고 있다. 여기에 도움왕에 오른 브라질리아가 부상에서 회복해 그 활약이 기대되고 있다. 브라질리아의 날카로운 왼발 킥은 세트피스 상황에서 예리함을 더해줄 수 있다.

포항 역시 100% 전력으로 플레이오프에 임하지는 못한다. 오른쪽에서 활발한 움직임으로 공격의 활력을 불어넣는 최효진이 대표팀에 차출된데다, 황재원, 박원재 등도 잔 부상에 시달리고 있어 최상의 컨디션으로 경기에 임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징크스를 깨라!

울산이 올 시즌만큼은 플레이오프에서 반드시 포항을 잡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비록 역대전적에서 38승 39무 50패로 울산이 뒤처지고 있지만, 올 시즌 맞대결에서는 1승 1패로 동률을 기록하고 있다.

시즌 초반 11위까지 추락했었던 포항은, 이후 5연승을 거두며 시즌 중반 2위까지 뛰어올랐으나 AFC 챔피언스리그 탈락 후 팀 분위기가 가라앉으며 4연패를 기록, 부진에 빠졌다. 하지만, 후반기 들어 단 2패만을 기록하는 안정된 전력을 보이며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데 성공했다.

서울과의 최종전에서 패하기 전까지 정규리그 9경기 6승 3무를 기록했을 정도로 탄탄한 전력을 보이며 디펜딩 챔피언의 체면을 지켰다. 올해도 포항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5위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첫 상대가 지난해 준플레이오프에서 승리를 거둔 울산이기에 자신감에 차있다.

하지만, 울산도 이번 플레이 오프에서는 반드시 포항을 발판 삼아 세 번째 별을 달겠다는 각오다. 울산은 올림픽 이후 11경기에서 9승을 거뒀고, 이 기간 동안 경기당 2골에 가까운 득점력을 보였다. 또한, 울산은 올 시즌 정규리그 홈경기에서 80%가 넘는 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2008년 홈 개막전에서 포항을 상대로 3대0 대승을 거둔 만큼, '호랑이 굴' 문수 구장에서 홈 팬들에게 시원한 승리소식을 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경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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