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연하의 경기장면 / 사진출처 : 수원 삼성생명 비추미 공식 홈페이지)
역시 농구공은 둥굴었다. 그리고 승부는 어떻게 돌아갈지 쉽게 예측할 수 없다. 2005년 겨울리그 챔피언결정전 3차전은 이렇게 스포츠의 또 다른 묘미를 제공했다. 1~2차전에서 승리한 우리은행은 3차전에서 승리하면, 겨울리그 챔피언결정전 우승 및 통합 우승 차지하는 좋은 상황에 있었다. 삼성생명 센터 라일리가 고국인 미국으로 돌아갔으니, 3차전은 경기 시작 이전까지 우리은행의 승리가 확실시 되는 듯 했다. 그러나 3차전에서 놀랄만한 일이 벌어졌다.
정덕화 감독이 이끄는 삼성생명이 15일 오후 2시에 서울 장충 체육관에서 벌어진 챔피언결정전 3차전에서, 우리은행을 63:53으로 대파했다. 라일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기존 선수들이 정신력으로 버티면서 그 공백을 100% 이상 잘 메웠다. 우리은행에 비해 전력이 좋지 않고, 백업층도 약했고, 라일리도 없었지만,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위해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강한 집중력이 경기력에 잘 스며들었다.
삼성생명은 변연하(21득점, 7리바운드, 5어시스트)와 박정은(20득점, 6리바운드, 1어시스트), 이미선(10득점, 4리바운드, 5어시스트)으로 구성된 '국가대표 3인방'이 제 몫을 하여 60점 이상의 득점력을 과시했다. 정규리그 MVP 김영옥을 3쿼터까지 1점도 허용하지 않는 끈끈한 수비력은, 우리은행전 승리에 또 다른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1~2차전에서 우리은행에게 패한 삼성생명은, 3차전 승리로 값진 1승을 챙겼다.
[1쿼터]삼성생명의 정신력이 빛났다.라일리가 없는 삼성생명은 1쿼터 초반부터 우리은행 진영을 더욱 공격적으로 몰아 붙였다. 변연하의 레이업슛-박정은의 3점슛-나에스더의 골밑슛이 연속으로 성공하여 7:0으로 앞서면서, 경기의 흐름을 일치감치 유리한쪽으로 운영했다. 특히 박정은의 3점슛 성공으로, 더욱 공격적인 상승세를 타게 되었다. 1쿼터 초반부터 삼성생명 승리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던 것이다. 라일리가 없지만, 선수들 개개인의 정신력과 똘똘 뭉친 응집력이 3차전에서 빛난 것이다.
9:6으로 삼성생명이 앞선 1쿼터 종료 5분 49초 전에는, 박정은이 3점슛을 성공시켜 12:6으로 앞서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김계령에게 계속된 골밑 득점을 허용했지만, 박정은의 3점슛 등으로 꾸준히 득점력을 높였다. 수비시에는 우리은행 선수들을 악착 같이 방어했으며, 그 과정에서 이미선이 삼성생명 공격을 효과적으로 잘 끊었다. 이미선은 삼성생명 공격을 짜임새있게 조율하여, 우리은행 진영을 초토화 시키는데 앞장섰다.
빠른 속공 공격과 수비, 리바운드가 모두 잘되는 삼성생명은 1쿼터 막판에도 우세한 경기운영을 펼쳤다. 45초전에는 박정은의 미들슛이 적중하여 22:12로 10점차 앞섰다. 특히 박정은은 1쿼터에서 10점을 기록하여, 삼성생명의 득점력을 높였다. 그후 우리은행에게 2점을 허용한 삼성생명은 1쿼터를 22:14로 8점차 앞선 상황에서 마무리했다. 1쿼터에서만 22점을 기록하는 등, 1쿼터 초반부터 폭발적인 득점력을 과시했다.
[2쿼터]삼성생명의 상승세는 계속 되었다.우리은행은 박정은이 2쿼터 도중에 부상으로 교체된 것을 이용하여, 밀러의 득점포가 터지면서 22:18로 4점차 추격했다. 쫓기는 삼성생명은 박정은을 다시 투입하여, 다시 점수폭을 벌릴 채비를 했다. 2쿼터 초반에 변연하의 3점슛 2개가 링 안에 적중하면서, 삼성생명이 28:20으로 앞서갔다. 1쿼터에서 박정은의 득점포가 잘 터졌다면, 2쿼터 초반에는 변연하에게 잘 터졌다.
삼성생명에게 지고 있는 우리은행 선수들은 2쿼터 중반 작전 타임 도중에 박명수 감독에게 정신력에서 강한 질책을 받았지만, 그 이후에도 경기력은 여전히 잘 풀리지 않았다. 삼성생명의 강력한 압박과 빠른 템포의 공격에 여지없이 무너졌다. 삼성생명은 2쿼터 중반에 34:24로 앞서갈때, 세명의 선수(박정은, 변연하, 나에스더)가 각각 10점을 기록했다. 특히 팀의 주축 선수가 아닌 나에스더가 10점 넣은 것은 큰 의미가 있다. 나에스더는 2쿼터 중반에 4점을 넣었다.
1쿼터에 이어 2쿼터에서도 강한 집중력을 발휘한 삼성생명은, 지역방어로 강한 압박을 발휘하여 우리은행 선수들을 악착같이 방어했다. 김계령이 부상으로 빠진 2쿼터 종료 1분 20초 전에는 대인방어로 전환하여 수비 전술에 변화를 주었다. '수비의 달인' 정덕화 감독의 용병술이 두드러지는 대목이다.
2쿼터를 34:28로 6점차 앞선채 끝낸 삼성생명은, 2쿼터까지 3점슛 4개를 성공시켰다. 우리은행이 1개도 성공시키지 못한 것과 비교된다. 센터 라일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리바운드에서 16:13으로 앞섰다. 나에스더와 김아름의 골밑 경기력은 우리은행의 장신 선수들(김계령, 이종애, 홍현희)을 여러차례 압도했다.
[3쿼터]삼성생명, 강력한 수비력으로 리드 지켰다.1~2쿼터에서 잘나가던 삼성생명은 3쿼터 초반에만 턴오버 2개를 범했고, 야투 정확도가 떨어지는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이때 밀러의 자유투 2개-김은혜의 레이업슛이 적중하면서, 34:32로 2점차 쫓겼다. 3쿼터 중반에 접어들때 이미선의 스틸을 통한 빠른 속공 공격이 살아나자, 변연하가 골밑슛을 성공시켜 36:32로 4점차 앞섰다.
우리은행은 부진한 김영옥을 대신하여 투입된 김지현의 미들슛으로 삼성생명을 맹추격했다. 박정은이 파울 트러블에 걸려 벤치로 들어갔고, 야투 정확도가 부진한 삼성생명 선수들의 체력이 저하되면서, 경기의 흐름을 점점 유리한쪽으로 바꾸었다. 그러나 삼성생명 선수들의 수비가 너무 견고한 나머지, 그 이후 많은 득점을 넣지 못했다. 삼성생명은 강력한 수비력을 앞세워 리드를 계속 지켰다.
변연하는 36:34의 상황에서 골밑슛과 프리드로우 1개를 성공 시켰고, 삼성생명은 39:34로 5점차 앞섰다. 이종애에게 미들슛을 허용했지만, 박정은의 3점슛과 미들슛이 차례로 적중하여 3쿼터 종료 1분 3초전에 44:36으로 8점차 앞섰다. 삼성생명의 득점력이 변연하의 골밑슛을 필두로 갑작스럽게 폭발한 것이다. 3쿼터를 45:37로 힘겹게 끝낸 삼성생명은, 체력과 백업층이 강한 우리은행에게 끝까지 역전을 허용하지 않았다.
[4쿼터]결국 삼성생명이 이겼다.4쿼터를 맞이한 우리은행이 역전승을 위해 결정적인 승부수를 두었다. 3쿼터 경기 도중에 벤치로 불러 들였던 김영옥을 4쿼터에서 다시 투입한 것이다. 삼성생명의 강력한 수비에 막혀 무득점에 그쳤던 김영옥이 벤치에서 쉬면서 체력을 회복 시킨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김영옥은 4쿼터에서 7점을 넣어, 나름대로 제 몫을 했다.
우리은행은 경기 종료 8분 54초전에 나에스더의 골밑슛 성공으로 37:47로 10점차 뒤졌지만, 밀러의 3점슛과 이종애의 레이업슛 성공으로 5점차 추격했다. 우리은행이 유리한 흐름을 탔지만, 삼성생명은 리드를 쉽게 허용하지 않았다. 박정은의 자유투 2개와 이미선의 3점슛으로, 52:42로 다시 10점차 앞섰다. 그러자 김계령과 김영옥에게 각각 골밑슛과 3점슛을 허용하여, 점수폭이 5점차 좁혀졌다. 경기의 승패를 가리는 4쿼터의 공방전은 더욱 치열해졌다.
삼성생명은 2분 53초전에 변연하의 골밑슛과 프리드로우 1개 성공으로 55:47로 앞섰다. 4쿼터 막판에는 지공을 통한 여유로운 공격으로 24초 공격 제한 시간을 끝까지 이용했다. 그런 가운데 1분 33초전에 박정은이 3점슛을 성공시켜, 58:49로 9점차 앞섰다. 박정은의 3점슛이 승패의 큰 결정타로 작용했고, 49초전에 밀러의 5반칙 퇴장으로, 삼성생명의 승리가 가까워졌다. 결국 삼성생명이 3차전에서 63:53의 10점 차이로 승리를 거두었다.
삼성생명이 1쿼터 초반부터 우리은행 진영을 공격적으로 몰아붙여, 4쿼터 끝날때까지 막강한 수비력으로 리드를 내주지 않은 것이 3차전 승리에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3점슛 정확도에서 39%를 기록하여, 18%에 그친 우리은행을 압도했다. 특히 박정은은 4개의 3점슛을 적중 시켰다. 라일리 없이도 리바운드에서 우리은행을 1개 차이로(32:31) 앞섰고, 결정적인 고비때마다 5개의 스틸을 기록한 이미선의 맹활약이 돋보였다.
양팀 점수
삼성생명 : 22-12-11-18(63) 우리은행 : 14-14-9-16(53)
양팀 주요 선수들 기록
-삼성생명- 이미선(40:00) 10득점, 5리바운드, 4어시스트, 5스틸, 1블럭슛 박정은(36:53) 20득점, 6리바운드, 1어시스트, 2스틸, 0블럭슛 나에스더(35:23) 12득점, 6리바운드, 0어시스트, 1스틸, 2블럭슛 변연하(34:57) 21득점, 7리바운드, 5어시스트, 0스틸, 0블럭슛 김아름(29:51) 0득점, 7리바운드, 1어시스트, 0스틸, 0블럭슛
-우리은행 이종애(40:00) 12득점, 13리바운드, 0어시스트, 0스틸, 2블럭슛 밀러(39:11) 15득점, 5리바운드, 5어시스트, 4스틸, 0블럭슛 김계령(35:30) 14득점, 7리바운드, 1어시스트, 0스틸, 3블럭슛 김영옥(31:06) 7득점, 1리바운드, 4어시스트, 1스틸, 0블럭슛 김은혜(29:39) 2득점, 5리바운드, 0어시스트, 1스틸, 0블럭슛
경기 MVP : 변연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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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