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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켓 다이어리] 신제록, 눈앞에 펼쳐진 날개를 달다

기사입력 2008.10.24 01:06 / 기사수정 2008.10.24 01:06

김혜미 기자

[엑스포츠뉴스=김혜미 기자] 재작년, 안양KT&G의 한 가족으로 들어온 선수.

주어진 기회가 항상 마지막인 것처럼 코트를 내달렸던 그였습니다. 경기 시작 두시간 전, 항상 먼저 나와 공을 들고 혼자 묵묵히 연습하던 모습은 KT&G의 팬들이라면 한번쯤은 다 보았을 풍경일 것입니다. 과연 신인답다, 라는 생각과 참 부지런하다는 생각을 하게 했던 선수. 한 시즌, 플레이 오프의 마지막 경기까지 무사히 치르고 난 후 소리없이 몇 달이 지났습니다. 새로운 선수들이 들어오고 나가고, 그 중심에서 한 자리를 예전 모습 그대로 간직하고 있던 선수, 신제록을 KT&G의 락커룸에서 만났습니다.





시종일관 밝은 미소로 응해주었던 그와 두 관점의 '신제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평범한 사람' 신제록.


원래 농구선수가 꿈이었는지.

신제록 (이하 신) : 대통령이요. (웃음) 초등학교 때 육상대회를 했는데 1등을 했어요. 근데 구 대회 가서 또 1등을 했어요.  전문적인 육상선수는 아니었는데, 한창 우리 형이 농구가 좋아서 길거리 농구를 하고 그랬었어요. 스카웃 제의가 중학교 때 들어왔어요. 형이 워낙 농구를 하고 싶어해서 형이 막 저보고 계속 꼬셨어요. 농구하자 농구하자 막 이러면서 (웃음) 그래 가자, 해서 갔다가 잡혔는데 정작 형은 발 빼고. (웃음)


대학교 때 얘길 꺼내보자. 고대 주장이었는데 특별히 주의했던 점은 있는지.


신 : 고대도 그렇고 연대도 그렇고 최고의 대학들이니까, 진짜 입학할 때 다 콧대가 하늘을 찔러요. 다 자기가 최곤 줄 알고 입학을 해요. 저도 그랬고. 거기서 몸 부대끼면서 살아남는데, 진짜 잘하는 선수가 몸 부대끼는 게 싫어서 죽을 수 있어요. 저 주장할 땐 그런 걸 없어지게 하려고 웬만하면 누굴 편애한다거나, 감독님이 얘를 예뻐하고 얘는 아니고 막 그런 게 없어지게. 얘도 내가 보기엔 실력이 있는데 얘한테 가려 있으면 얘를 더 끌어주고. 이런 스타일로 주장을 무난하게 했던 거 같아요.

정기전은 한번 이겼는데 그 이후로 성적을 낸 경기가 없어요. 왜 그랬느냐면……. 그게 3학년 때 워낙 성적이 좋아서, 우리 학년 선수들은 다 프로로 갈 거라고 입소문이 났었고. 선수들도 감독들도 다 방심해서, 동계훈련을 다 안 했어요. 그래서 첫 대회 때 예선 탈락하고. 그때부터 발등에 불 떨어졌다 싶어서 막 운동을 했는데, 두 번째 대회에 나갔는데 또 누가 부상을 당해서 또 지고. 그래서 정기전은 진짜 이기자 해서 정기전을 이기고 나니까, 주위에서 선배들이 다 잘했다 잘했다 그러고, 술 한번 사주자 뭐 한번 해주자 해주자 하니까 완전 대통령이 된 거 같은 거에요.

왕 된 거 같은 기분. 그러고 있는데 정기전 합숙하느라 4학년들이 교생실습을 못 나갔어요. 근데 저는 나갔거든요. 아예 운동을 못했어요. (웃음) 그 정기전 끝나고 운동을 아예 안 했어요. 정기전을 마지막으로 성적 낸 게 끝나고, 졸업하고. 근데 다음 연도에서 우리 애들이 우리처럼 안 하고 열심히 하고 (웃음)


자신의 장점은 뭐라고 생각하는지.

신 : 열심히 뛰어다닐 수 있는 신체. 그런 마인드? (웃음) 열심히 뛰어다닐 수 있는 마인드.

지금 농구를 안 했으면 뭘 하고 있을 것 같나.

신 : 뭔가 특이한 일. 어렸을 때 형이 처음에 농구를 하다 빠진 게, 한창 모델 회사들이 몇 개 생길 땐데 거기서 그렇게 제의가 들어왔었는데, 형은 헛바람 좀 들어있었고 나는 순진하고 (농담) 농구밖에 몰라서 농구만 했죠. 그냥 너무 평범하지도 않고 그런 삶을 살았을 거 같아요.


'프로선수' 신제록


며칠 전 전자랜드와의 시범경기 때 잠시 투입이 되었는데, 아쉬웠던 점이 있다면.


신 :……. 없어요. (웃음) 파울관리 못 한 거. 제가 맹장수술을 해서 복귀한 지 아직 일주일밖에 안 돼서. 되게 많이 뛸 생각 안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쉬는 바람에 (웃음)


모 잡지에서 기량 발전 선수 4위에 뽑혔는데, 소감은?


신 :그냥 뭐……. 아직 프로팀들과 연습해서 뽑힌 것도 아니고, 주관적으로, 대학생들이랑 연습 게임을 한 건데, 평가해주는 건 고맙지만……. 아직 뚜껑을 연 것도 아니고. 그런 거에 흥분하고 좋아하고 그렇기엔 아직 이르고 그냥 준비한 만큼 성과가 있게 해야죠.

이번에 진짜 여름에 잔 부상도 되게 많은데, 몸 절면서 막 뛰고 그랬어요. 쉬기 싫어서. 아, 내가 지금 쉬면, 시즌 때 감독님이나 코치님이 날 이렇게 키워줬는데, 좀 아프다고 쉬면 나중에 시즌 때 또 중요한 상황에서 쉰다는 인식이 있을까 봐 진짜 울면서 뛴 적도 있고 그랬어요.

작년에 프로로 첫 시즌에 뛰었는데, 자기 플레이에 점수를 준다면.

신 : 작년엔 프로 와서 다 열심히 했는데, 작년엔 진짜 아무것도 모르고 열심히 해야지 열심히 해야지 하고, 게임 들어오면 잘해야지 잘해야지 이런 생각밖에 없었어요. (웃음) 그런데, 진짜 작년에는 내가 감독이라고 해도 좀 뛰게 하기에 불안한 사람이었던 거 같아요.

그래서 작년 시즌에 초반에 한 4라운드까지 못 뛰다가, 막판에 왜 안될까 그때부터 고민하고 비디오 보고 공부를 많이 했어요. 어느 정도 내가 준비가 됐다는 걸 느꼈을 때, 유도훈 감독님께 메일을 보냈어요. (웃음) 저 이제 팀을 위해서 어느 정도 희생할 준비가 되어있고, 팀 돌아가는 것도 다 이해가 된다고. 한 번만 기회를 달라고, 그렇게 썼어요.

그때부터 게임을 조금씩 뛰게 하시더라고요. 그때가 꽤 힘들 때였어요. 희석이 형도 아프고 진원이 형도 체력이 좀 떨어졌었고 그랬는데, 되게 웃겼던 게 진짜 작년에는 메일 쓰고 감독님이 처음에 게임 뛰게 했을 때, 던지면 슛이 들어가고 서있으면 리바운드가 되고(웃음). 한두 경기가 그랬어요. 동부랑 모비스였나. 아무튼, 그래서 또 가만히 있는데 저절로 블로킹 되고 막 이래서, 그때부터 조금 자신감을 가지고 플레이오프 때 게임을 어느 정도 뛴 거 같아요.

시즌을 앞두고 지금 팀 분위기는 어떤지?


신 : 팀 분위기는 아주 좋고, 우승할 것 같은 예감이. (웃음) 그냥 작년보다 더 짜임새가 좋아졌고, 팀워크도 업그레이드가 됐고. 딴 팀은 용병들도 바뀌고 선수들도 바뀌었는데, 우리 팀은 거의 그대로 가고 또 작년에 LG에서 뛰던 용병이 왔잖아요. 그 친구도 LG랑 KT&G랑 비슷한 농구를 해서 잘 적응하고 있는 거 같고, 초반에 승수만 잘 쌓아 간다면 올 시즌 굉장한 성적을 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요.


전력 강화가 작년 시즌과 달리 별로 없었다는 얘기가 나온다. 어떻게 생각하나.

신 : 음. 글쎄요. 항상 감독님도 얘기하시지만, 키 큰 센터가 있으면 두 명이 도와주는 수비를 하는데, 대신 우리 팀은 장기가, 희정이 형이나 희종이나 진원이 형이나, 나도 그렇지만 외곽에서 2:2 능력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그런 걸 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수비를 두 명을 모을 수 있는 거니까, 뭐 키가 커서 두 명이 몰리거나, 빨라서 두 명이 몰리거나 똑같이 찬스가 나는 거니까. 오히려 더 빠른 농구를 추구할 수 있다는 게 더 우리에게 강점이 있지 않을까요.

이번 시즌을 위해 특별히 준비한 점이 있다면.

신:  비장의 무기가, 있긴 있는데……. (웃음)저는 이번 우리 신인들과 같이 작년 시즌 끝나고 쉬지를 못했어요. 바로 훈련을 들어가고, 전에 계시던 유도훈 감독님도 신경 많이 써주시고, 이환우 코치님도 계속 잡고 운동을 시켜주셔서, 쉬지도 못하고 여기까지 달려왔는데. 이번 시즌 준비하는 게 1년 6개월 정도 준비했다고 볼 수 있어요. 작년 드래프트부터 계속 안 쉬고 운동을 했으니까. 아~근데 한창 몸이 좋을 때 맹장수술을 해서 좀 아쉬운데, 시범경기 때도 그렇고요. 많이 자제하고 있어요. (웃음)

시범경기 땐 공격 쪽에서는 거의 일부러 안 보여주고 수비만 따라다니고 했었죠.


 KT&G라는 팀의 장점을 꼽아보자면.

신 : 어. 일단. 형들이 좋고, 나이 차가 별로 없어서. 딴 팀 가면 말단이면, 최고참이면 열 몇 살 막 차이가 나고 그러면 말도 못 붙이고 이러는데 우리는 희정이형이 제일 고참인데 그냥 친구처럼 대해주고 하니까, 그런 선후배 관계, 너무 없다고 하는 건 아닌데 그래도 어느 정도 지킬 건 지키면서 그런 분위기가 좋고 코치님 감독님도 선수들 편하게 해주려는 것 같고. 그런 분위기가 좋은 것 같아요.

작년까지는 자신이 막내였는데, 이번 시즌엔 후배들이 들어왔다. 뭔가 다른 점을 느꼈다면.?


신: 휘량이는 저보다 나이가 많고요. (웃음) 은동이는 아직 어려서 배울 게 많아서, 좀 문제가 있죠. 화두가 많이 되는데. (웃음) 휘량이는 친구처럼 하고 저도 뭐, 시즌 땐 없는데 원석이 형이 워낙 대학 때부터 친구처럼 해줘서 저도 뭐 여기 와서 '내가 니 선배다.' 이럴 생각은 없고 친구처럼 지내고 하는데 다 잘해요. 휘량이도 잘 하고, 은동이도 잘할 거에요.

롤 모델로 삼고 싶은 사람이 있는지.

신 : 플레이는 다르지만 인간적인 면이나 사생활도 그렇고 운동량도 그렇고. 희정이형. 프로 와서 대학 때는 솔직히 저 이미지가 그렇지 않았는데, 놀러다니는 거 좋아하고 그랬는데요. (웃음) 프로 와서 희정이 형이랑 같은 방을 쓰면서 사람이 변한 거 같아요.

어렸을 때 점을 봐도 넌 인복이 많을 거라 그랬는데 희정이 형이랑 룸메이트를 하면서 많이 배우고 많이 바뀌고, 그래서 희정이 형을 롤 모델로. 근데 그 형은 운동을 너무 많이 해서 10년 후면 이 빠질 거 같아요. (웃음)

 이번 시즌에 임하는 각오.

신 : 감독님이 추구하는 스타일이 재미있는 농구, 흥이 나는 농구이니까. 원래 조그만 사람들이 빨빨대고 움직이면 흥이 나요. (웃음) 그런 농구를 추구할 수 있는 신체 능력이나 농구 실력이나 이런 거를, 갈고 닦은 걸 이번 시즌에 마음껏 보여주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한마디 남긴다면.


신 : 열개 구단 중에 우리 팀이 제일 팬이 없는 거 같아요. (웃음) 경기장 찾아오는 것도 그렇고, 저는 프로 왔을 때, 버스가 우리 팀 버스처럼 이렇게 깨끗한 거 처음 봤어요. (웃음)우리끼리 막 버스에 뭐 쓰고 놀아요. (웃음) 경기장 많이 찾아주세요. 관심도 많이 가져주셨으면 해요.






자신의 매력을 어필 할 수 있는 게 무엇이냐는 질문을 던졌을 때, 그는 윙크라고 하면서 깜짝 표정을 지어 주었습니다. 싹싹하게, 그리고 가끔 부끄러워하면서요. 그리고는 곧 수줍게 웃으면서 창피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한창 뛰고 달리는 파릇파릇한 선수의 모습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경기장에서와는 역시나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고 해야 할까요.

마지막으로 자신을 정의해보자면 어떤 말을 쓰고 싶으냐는 말에 그는 한참을 생각하다가 배시시 웃으며 답했습니다. 'KBL에서 가장 뚫기 힘든 선수'가 되고 싶다고요. 꽤 시간이 지난 후에 나온 말이었습니다. 경쟁도 심하고 한순간 한순간이 긴장뿐인 이 세계에서 그가 들려준 그 말은 또한 자신이 앞으로 나아갈 길이 멀고 멀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것을 자신 또한 잘 알고 있다는 얘기도 되고요.

그에겐 아직 시간이 있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단지 그 시간 동안 후회하지 않을 수 있는 자신이 되는 것이 중요할 거고요. 주목받는 선수는 많고, 주위엔 온통 경쟁상대일 뿐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1년여의 시간이 지난 후 만난 그는, 자신감이란 멋진 마음가짐이 있었습니다. 쉬이 발견하지 못했던 자신의 날개를 인제야 펼칠 준비를 하고 있는 그를 만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답니다.

인터뷰가 거의 마무리될 즈음, 별명을 하나 지어보라는 말에 그는 자신의 바람을 담은 한 마디를 전했습니다. 박지성처럼 '산소탱크', 라고요. 아무리 달려도 지치지 않고 나아가는 것처럼, 나아가야 할 길에 힘이 되어 줄 튼튼한 날개를 달고 앞으로 내달리기를 바랍니다. 

 



김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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