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누구나 행복을 꿈꾼다. 누구나 갖지 못한 걸 욕망한다. 그래야 행복해질 거로 생각한다. 하지만 행복은 그 욕망을 비울 때 내 삶을 더 빛나게 채워준다. 난 지금 행복하다.”
우아진(김희선 분)이 알고 있는 사실을 박복자(김선아)도 일찍 깨달았더라면. 그러면 결말도 바뀌었을까.
JTBC 금토드라마 ‘품위있는 그녀’ 마지막회에서 복자를 살해한 범인은 안운규(이건희)로 밝혀졌다. 12.065%의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것이 이해될 만큼 품격 있는 드라마였다. 극본과 연출, 배우까지 삼박자가 맞았다.
욕망을 추구하는 군상의 민낯을 까발렸다. ‘상류 별거 없어 그냥 캐시야 캐시’라고 말하는 복자는 원하는 대로 750억이라는 어마어마한 캐시를 얻었지만 탐욕의 끝은 죽음이었다.
안태동의 가족과 주변 인물도 마찬가지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갑의 지위와 돈을 얻는 이들, 그리고 이를 뺏으려는 이들이 존재했다. 돈과 권력을 향해 끊임없이 질주하는 치졸한 면모를 보여주며 부유층의 이중성을 꼬집었다. 그런가 하면 허당 재벌 2세 안재석(정상훈)은 이혼 후에도 하나도 달라진 것 없이 또 다른 여자에게 반했다. 브런치 멤버들 역시 불륜, 비밀, 상처를 감추고 우아한 척하며 자신을 치장했다.
말미에서 공개된 상류층의 입맛을 사로잡은 풍숙정 김치 맛의 비결은 다름아닌 조미료였다. 이를 알아챈 건 조폭들이었다. 남들과 달리 보이고 싶어 고급스러운 것만 찾는 상류층을 제대로 풍자했다.
인물의 감정선 묘사가 뛰어나고 개연성 있는 내용 덕에 끝까지 긴장감을 유지했다. 자극적인 소재로도 막장이 아닌 수작이 완성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빈틈없는 촘촘한 전개는 드라마가 단순히 박복자 살해 사건의 범인 찾기로만 보이지 않게 했다. 끝까지 모든 인물을 용의 선상에 놓아 어느 한 캐릭터도 놓치지 않게 했다.
어떤 캐릭터의 감정선도 소홀하지 않고 모든 이들에게 집중하게 하다 보니, 배우들 역시 주조연을 가리지 않고 주목받았다. 김선아, 김희선뿐만 아니라 모든 배우의 연기 열전이 눈에 들어왔다.
주인공 복자를 맡은 김선아는 2년 만의 안방 복귀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촌스러웠던 복자부터 상류사회에 입성한 후의 복자까지, 폭넓은 연기를 보여줬다.
복자는 우아진을 동경하고, 또 동경을 넘어 욕망의 끝을 달렸다. 이후에는 태동에 대한 어쩔 수 없는 미안함과 모든 걸 다 갖고도 불행한 자신에 대한 후회 등 밀려드는 복합적인 감정을 섬세하게 소화했다. 탐욕을 앞세워 바닥에서 정점, 그리고 파멸을 맞는 한 인물의 스펙트럼을 다양하게 열연했다. 표정 연기와 말투까지도 디테일했다.
복자와 대척점에 있는 우아진 역의 김희선도 이번 드라마로 또 하나의 인생작을 경신했다. 끝까지 화려하고 우아했던 아진의 품위만큼 맞춤옷 입은 연기로 드라마에 힘을 보탰다.
아진은 안락함을 버리고 자유를 택했다. 하루하루가 소중하고 행복했다. 다른 캐릭터와 달리 흐트러진 모습을 띠지 않은 재벌가 며느리 아진을 자연스럽게 표현했다. 그뿐만 아니라 어린 시절 아버지를 잃은 가정환경에서 자라고, 바람난 남편 때문에 눈물을 흘리는 보통 여자의 모습까지 다채롭게 표현했다.
khj3330@xportsnews.com / 사진= JTBC 방송화면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