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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테이션' 버린 리버풀, 무섭게 달라졌다

기사입력 2008.10.07 13:37 / 기사수정 2008.10.07 13:37

안경남 기자



[엑스포츠뉴스=안경남 기자] 올 시즌 리버풀의 시즌 출발이 매우 좋다. 리그와 각종 컵 대회를 포함해 12경기 연속 무패행진을 기록 중인 리버풀은 첼시와 함께 리그 선두에 올라있는 상태다.

상승세의 리버풀이 지난 시즌과 비교해 달라진 점은 바로 '로테이션 시스템'이다. 라파엘 베니테즈 감독은 지난 2004년 여름, 리버풀의 지휘봉을 잡은 이후 매 시즌 로테이션 시스템을 사용해 왔다.

이전 스페인 발렌시아 감독을 지낼 당시, 로테이션 시스템을 바탕으로 성공 신화를 써내려 왔던 베니테즈는 리버풀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팀을 이끌려 했다.

비효과적이었던, 베니테즈의 로테이션 정책

그러나 리버풀에서 로테이션 시스템은 그다지 효과적이지 못했다. 매 경기 베스트 멤버가 바뀌면서 상승세의 선수들은 그 기세를 이어갈 수 없었고, 승리로 이어지지 못할 땐 조직력을 와해시킨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베니테즈 감독이 리버풀에서 실패한 감독직을 수행해온 것은 아니다. 그는 지난 4년간 무려 두 차례나 팀을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진출시키며 리버풀의 자존심을 세워줬다.

문제는 18년간 인연을 맺지 못하고 있는 리그 우승이다. 장기간의 레이스를 펼쳐야 하는 리그 경쟁에서 꾸준함은 우승을 위한 필수 조건이다. 그러나 리버풀은 다른 빅4 클럽들에 비해 승점 관리 능력이 부족했고 매번 라이벌들을 쫓아야 하는 입장이었다.

베니테즈 감독은 지난 시즌까지만 하더라도 자신의 로테이션 시스템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나에게 최상의 멤버란 없다. 팀이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위해선 선수들을 골고루 기용해야 한다."라며 "매번 똑같은 선수들을 쓴다면 시즌이 끝날 무렵 아무런 성과도 내지 못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아스날의 경우를 본다면 베니테즈의 말도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 아스날은 지난 몇 년간 얇은 선수층으로 인해 아름다운 축구를 선보였음에도 불구하고 무관에 그치고 있다. 또한, 첼시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가 로테이션 시스템을 적절히 사용해 리그 우승을 차지한 것도 베니테즈의 주장을 뒷받침해 준다.

그러나 베니테즈의 로테이션 시스템은 첼시, 맨유와는 조금 달랐다. 전 첼시 감독인 주제 무리뉴와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특정 선수들을 축으로 조금씩 변화를 가졌던 것에 비해 베니테즈는 종종 이해하기 힘든 선발 명단을 제출하곤 했다.

베니테즈는 지난 시즌 무서운 득점포를 자랑했던 페르난도 토레스와 '주장' 스티븐 제라드를 로테이션 시스템으로 인해 선발 명단에서 간혹 제외하곤 했다. 그러나 그때마다 팀은 충격적은 패배 혹은 무승부를 거두며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리버풀의 달라진 로테이션 정책

그렇다면, 올 시즌 리버풀은 어떠한가? 12경기를 치른 현재, 베니테즈 감독은 마치 자신이 언제 로테이션 시스템을 사용했느냐는 듯이 매 경기 베스트 멤버로 경기에 임하고 있다. 제라드와 토레스가 제외된 것도 부상 때문이지 로테이션이 이유가 되진 않았다.

또한, 지난 맨유와의 ‘붉은 장미 전쟁’ 승리 이후 당시 선발 멤버를 그대로 마르세유와의 챔피언스리그 조별예선에 내보낸 것도 베니테즈 감독이 더 이상 로테이션 시스템에 집착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 단적인 예이다.

최전방은 토레스를 축으로 로비 킨, 딕 카윗 그리고 리에라가 주전을 확정 지은 상태다. 그리고 중원은 제라드와 이번 여름 이적설이 난무했던 사비 알론소가 차지했다. 수비진은 호세 레이나 골키퍼를 비롯해 제이미 캐러거와 최근 부상을 당한 스크르텔 그리고 아르벨로아와 도세나가 주전 자리를 꿰찬 상태다.

물론 베니테즈 감독이 변화를 주지 않은 것도 아니다. 그는 지난 주말에 열린 맨체스터 시티와의 경기에서 로비 킨 대신 제라드를 토레스와 짝을 이루게 했다. 상대팀에 따라 조금씩 다른 전술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확실히 리버풀의 로테이션 시스템은 올 시즌 변했다. 선수의 상승세는 고려하지 않은 채 체력적인 기준으로 로테이션을 사용했던 것과 달리, 선수의 몸 상태를 고려한 최적의 변화를 통해 무패행진을 기록 중이다.

그러나 아직 안심하기엔 이르다. 지난 시즌 리버풀은 비판의 대상이 됐던 로테이션 시스템을 통해 시즌 초반 7경기에서 4승 3무의 좋은 기록을 보였다. 더욱이 당시에도 각종 컵 대회를 포함해 12경기 무패행진 중이었다. 그 어느 때보다 좋은 시즌 출발을 보였던 리버풀은 그러나, 이후 안방에서 마르세유에 충격적인 0-1 패배를 당하며 무너졌고 급기야 선두권에서 멀어지기 시작했다.

올 시즌 리버풀은 지난 시즌 이상의 좋은 출발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리그 우승 레이스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18년간 한 맺힌 리그 우승의 한을 풀기 위해선, 반드시 지난 시즌의 교훈을 다시금 되새길 필요가 있는 리버풀이다.

[사진=리버풀 구단 홈페이지]



안경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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