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2-01 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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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굉명, '즐기는' 그라운드를 위한 첫 걸음

기사입력 2008.09.25 13:00 / 기사수정 2008.09.25 13:00

김경주 기자



[엑스포츠뉴스=김경주 기자] '나 수요일에 전반부터 뛸 거 같아.' 반가운 문자가 날아들었습니다. 첫 데뷔. 너무 오래 걸렸습니다.

수원과 경남의 컵 대회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 이 날 경기에는 양 팀 모두 조금은 생소한 엔트리를 내놓았죠. 그 중 기자에게는 반가운 이름 하나가 있었습니다. 바로 경남의 32번, 김굉명 입니다.

조금은 독특한 이름을 가진 이 선수는 재일교포 3세입니다. 2005년 내셔널 리그 한국철도에 입단하며 조국 땅을 밟았습니다.  인천 한국철도, 서산 시민구단을 거쳐 경남 FC에 입단하며 어렵게 프로 생활을 시작했죠. 사실, 그가 한국 땅을 처음 밟은 것은 아닙니다. 일본에서 재일 교포 대표로 활약할 때도 명지대와 고려대 등 대학팀에서 운동을 하며 지내기도 했었거든요.

어눌한 말투와 작은 키, 날렵한 몸놀림 때문에 예전 성남에서 뛰었던 박강조를 떠올리게 하는 이 선수의 프로 생활은 순탄치 않았습니다. 

시즌 전 재일교포라는 이유로 잠시 언론의 주목을 받았던 그는 시즌 시작과 동시에 관심에서 멀어졌습니다. 경기에 나서지 못한 그에게 언론과 팬들이 줄 관심은 없었습니다. 김굉명과 마찬가지로 한국철도 출신인 김민수가 올 시즌 대전에서 주전 자리를 잡고 활약할 때에도 그는 잠잠할 뿐이었죠. 팀 적응도 적응이었지만, 부상이 그를 잡고 놔 주지 않았습니다. 아니, 오히려 팀 적응에는 문제가 전혀 없었죠.

프로 입단이 결정된 뒤 그가 제일 많이 걱정했던 것은 바로 그 부상이었습니다. 번외 지명으로 입단한지라 자신을 보여주기 위해 주어진 시간은 단 1년이었죠. 만약 다치기라도 해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기라도 하면 그는 자신을 보여줄 기회조차 잡지 못한 채 버려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토록 그가 바라지 않던 부상은 참 모질게도 그를 찾아 왔습니다. 2군 경기를 뛰다 부상을 입게 되었고, 그 부상이 채 낫기도 전에 다시 2군 경기에 출전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골치 아픈 부상인 피로 골절을 입게 되었죠.

그는 이런 자신의 부상에 대해 '타이밍'이라고 하더군요. 시즌 초 2군 경기에서 당했던 부상이 다 나을 무렵 그는 리그 출전 기회를 잡을 수 있었지만, 또 다시 그를 덮친 부상 때문에 결국 재활 차 일본으로 출국해야 했으니, 그 타이밍 참 지독하기도 합니다.

일본으로 가 재활하는 두 달간, 그는 거의 아무도 만나지 않고 한국에도 연락을 취하지 않은 채 재활에만 몰두했습니다. '절치부심' 기다리고 또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9월 24일, 조금은 많이 늦은 듯한 프로 데뷔를 하게 됩니다.

경기 전 프로 첫 경기를 치르는 그는 긴장보다는 기대감에 더 찬 듯 한껏 들뜬 모습이었습니다. 경기 전날 잠시 만난 기자에게 내내 '수원 월드컵 경기장은 큰가?' '(안)영학이 형이 뛸지 안 뛸지 모르겠네.'라며 경기와 관련된 이야기를 끊임없이 하며 자신의 프로 데뷔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습니다.

프로 첫 데뷘데 걱정되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씩 웃으며 딱 한마디로 대답하더군요. "즐겨야지." 그리고 한참을 가만히 생각하더니 또 한마디 던집니다. "뛰는 동안 막 웃으면서 뛸까? 즐긴다는 걸 보여줘야지. 독특하지 않을까?"



그토록 원하던 그의 '즐기는' 그라운드는 즐거움보다 아쉬움이 더 크게 덮였습니다.

선발 출장한 그는 오른쪽 날개로 나와 활발히 움직였지만 큰 성과를 보이지는 못했죠. 팀은 2:1로 패했고, 그는 후반 초반 교체되어 그라운드에서 나와야 했습니다. 그래도 그토록 좋아하는 영학이 형과 몸을 부딪치며 공을 다투기도 하고, 강한 중거리 슈팅을 시도하기도, 배기종의 빠른 발을 따라 죽어라 달려보기도 했습니다.

후반 10분 인디오와 교체되며 자신의 첫 프로 출장을 마친 김굉명은 경기 종료 후 기자를 보자마자 "아쉽다."라고 했습니다. 후반 들자마자 경기가 무척 재밌어 지기 시작했는데, 교체되었다면서 말이죠. 힘들지 않았느냐고 묻자 눈을 커다랗게 뜨며 "아니!"라고 대답합니다. 자신을 보여주지 못한 그 시간이 너무도 아쉬운 듯 선수 대기실로 향하면서도 "아, 더 뛸 수 있었는데…. 재밌었는데…."라는 말을 버리지 못하더군요.

그런 김굉명을 경기 후 만난 안영학은 "잘했다. 앞으로도 다치지 말고 열심히 하라."라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모든 사람에게 첫 경험은 상당히 큰 의미로 남습니다. 그리고 모두가 항상 처음의 마음가짐을 가지고 살아가길 바라죠.

이 경기가 김굉명에게는 프로에서 치르는 첫 경기였고, 다 보여주지 못했지만, 그래도 조금 더 할 수 있었으면 조금 더 뛰었으면 했습니다. 그 열정이, 순수한 마음이 계속되길 바랍니다. 그리고 그렇게 자신이 원하던 대로 그라운드를 즐길 수 있길, 조금 더 자신을 보여줄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김경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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