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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 '축구를 위해, 수원을 위해' 전세기 타고 원정가던 날

기사입력 2008.09.24 10:38 / 기사수정 2008.09.24 10:38

팀-블로그 기자

[엑스포츠뉴스] 9월 20일 토요일 새벽. 오늘은 저, 아니 우리에게 정말 특별한 날입니다.

400여 명이 참여하는 원정경기, 사실 K-리그에선 몇백의 서포터가 타지로 원정을 떠나는 건 몇 번 있던 일이라 그리 특별하지 않을지 모르겠지만, 이번의 원정은 그것들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버스가 아닌, 비행기를- 그것도 전세기를 타고 가는 것입니다. 국가대표팀의 원정경기에선 가끔 있던 일이었지만, K-리그에선 우리 그랑블루가 처음으로 시도한 일이니, 당연히 특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출발 준비를 위해 공항에 도착한 시간은 새벽 6시. 우리가 이용할 비행기는 8시 20분과 55분 두 대의 전세기와 전세기를 타지 못한 인원들이 타는 7시 25분 비행기, 총 세 대입니다. 티켓팅을 하고 사람들에게 숙소 방 배정, 제주도에 도착한 뒤 타게 될 버스의 번호를 알려주느라 정신없이 시간이 지나가고 어느덧 제가 탈 8시 55분 비행기가 출발할 시간이 되었습니다.

허겁지겁 비행기에 탑승하고 자리에 앉고 주변을 돌아보니 비행기 곳곳에 있는 푸른 옷들이 정말 인상적입니다. 나도 모르게 뿌듯함을 가슴에 안고 드디어 제주도를 향해 출발합니다.



비행기에서 내리고 먼저 떠난 일행과 합류한 시간은 10시 30분쯤. 준비되어있던 6대의 버스에 각각 나눠타고 첫 목적지인 산굼부리로 이동했습니다. 이곳은 다른 기생화산과는 다르게 뻥 뚫린 분화구인 이곳은 햇빛을 받는 정도에 따라 다양한 식물이 살고 있다고 합니다.

산굼부리를 뒤로 하고 숙소에 짐을 풀기 위해 신제주로 이동했습니다. 10층까지 있는 호텔이었는데, 호텔 전체를 우리가 쓰고도 방이 부족해 근처에 있는 다른 호텔까지 쓰게 되었습니다. 나중에 얘기를 들어보니 한 단체에서 이 정도의 대규모 인원이 오는 것은 이곳에서도 흔치 않은 일이라고 하니 새삼 정말 많이도 왔다, 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갑니다.

짐을 풀어놓고 드디어 그렇게나 기다리던 경기를 보기 위해 제주 종합운동장으로 이동합니다. 평소 제주의 홈경기가 열리는 서귀포월드컵경기장은 외곽 쪽에 있어서인지 적막이 느껴질 정도로 한산했다면, 이곳은 경기장 주변이 제법 시끌시끌한 느낌입니다. 시끌시끌한 분위기를 뒤로하고 오늘 경기를 위해 준비한 휴지폭탄과 통천을 경기장 안으로 옮겨놓고 잠시 숨을 돌리고 나니, 어느새 경기가 시작됩니다.

경기는 1-3. 제주의 승리로 끝났습니다. 최근의 부진을 떨쳐냈으면 하는 바람은 이루어지지 못했지만, 다음 경기를 기약하며 발걸음을 돌립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경기장 근처의 식당에서 저녁식사와 술을 거하게 먹고, 숙소로 돌아와 첫날 일정을 마무리했습니다.


둘째 날엔 아침부터 일찍 일어나 우도로 가는 배에 타기 위해 숙소에서 나왔습니다. 한 시간 정도 버스를 타고 가 성산항에서 우도 행 배를 탄 게 9시쯤. 배를 타고 간다는 생각에 꽤 오래 걸리지 않을까 라는 생각과는 다르게 10분 정도 가니 어느새 우도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우도 봉에 모인 말들과 소들의 모습을 보니 자연의 따스함이 느껴지면서 경기에서 진 것 때문에 뒤죽박죽했던 마음이 절로 포근해지기 시작합니다. 중간지점에 있는 세계 각지의 등대 모형들 역시 인상에 깊게 남은 한 곳 이었구요.

우도 봉을 내려온 뒤엔 서빈 해수욕장으로 갔습니다. 백사장이 마치 산호껍데기가 깨진 것들이 모인 것 같다 해서 산호사 해수욕장이라고도 불리는 이곳은 다른 바닷가에서 볼 수 없는 맑은 물빛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특히 사람들이 들어가 있는 해변 근처까지 물고기들이 올라와 노니는 모습은 어디에서도 맛보기 힘든 특별한 추억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짧은 시간 동안 있었던 우도였지만, 그 어느 곳보다도 다양하고 재미난 추억을 남겨준 곳이었습니다.



다시 돌아온 제주도에선 성읍으로 이동하여 푸짐한 식사를 먹고, 입장비를 받지 않고 지역민들에 의해 자율적으로 운영되는 성읍민속마을을 찾았습니다. 시간이 없어서 자세하게 보진 못했지만, 마을에 사는 사람들에게 직접 마을을 소개받는 느낌은 정말 색달랐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이 제주도에 가게 된다면, 우도와 함께 꼭 가보시면 어떨까 싶습니다.

성읍민속마을을 끝으로 제주도에서의 일정은 모두 끝났습니다. 비행기 안에서 녹초가 되어 자다가 깨어보니 벌써 돌아와 있습니다. 비록 경기를 진 것은 아쉬웠지만, 전세기부터 마지막 성읍민속마을까지. 소중한 추억들로 가득한 이틀이었습니다.

두 달 전부터 준비해온 전세기 원정을 뒤돌아보면 이건 이렇게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고, 이건 정말 잘된 것 같다- 라는 뿌듯함도 남는데, 이 모두가 저에겐 경험이란 소중한 무형자산이 되고, 재미있는 추억거리가 되었습니다.

제주도까지 날아갔던 우리의 열정과 사랑. 이것들이 꾸준히 쌓이고 쌓여 올해 겨울엔 반드시 우리 수원이 네 번째 별을 가슴 속에 품을 수 있길 기원합니다. 몇 년째 바라오던, 그 꿈을 위해 수원의 모든 이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나아가길 기원합니다. 뜻이 있고 목표가 확실한 이들에게, 이루어지지 않는 꿈이란 없으니까요.

-그랑블루 운영국 홍준기-

정리: 김경주

[사진 제공: 수원 블루윙즈 블루포토 신철호, 그랑블루 운영국 홍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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