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4 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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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 잃은' 한국축구, 요르단 제물로 반전 성공할까?

기사입력 2008.09.04 10:20 / 기사수정 2008.09.04 10:20

박형진 기자

[엑스포츠뉴스=박형진 기자] 대표팀 축구를 보며 즐거움을 느꼈던 적이 언제일까?

대한민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스포츠 중 하나인 축구. 특히, 대표팀 축구에 대한 한국인의 관심은 그야말로 '쏘 핫'이다. 대표팀에 대한 온갖 비난에도 대표팀 경기가 있는 날이면 서울 월드컵경기장 주변은 '붉은 악마'로 붐빈다. 대표팀에 뽑힌 선수에 대한 관심과 그 인기는 그렇지 않은 선수를 초월한다.

그러나 다시 한 번 되물어보자. 대표팀 축구를 보며 즐거움을 느꼈던 적이 언제인가?

'재미 잃은' 한국축구

축구팬들 사이에서 대표팀 축구에 흥미를 잃었다는 탄식은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이는 비단 최근 지휘봉을 잡은 허정무 감독에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히딩크를 이어 감독직을 맡은 코엘류 감독은 선수 장악에 실패하며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주었고, 그 뒤를 이은 본프레레 감독은 이해할 수 없는 전술로 팬들의 분노(?)를 키웠다. 독일 월드컵을 위해 긴급 영입한 아드보카트 감독과 그 뒤를 이어 아시안컵을 치른 베어벡 감독은 소심한 전술전략으로 팬들의 속을 시커멓게 태웠다.

성인대표팀은 아니었지만, 올림픽 대표팀의 처절한 실패는 국민적 분노로 이어졌다. 박성화 감독은 메달 획득을 호언장담하며 중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지만 '세계수준과의 격차를 실감했다'는 판이 박힌 변명과 함께 고개를 떨어뜨리며 귀국했다. 마침 올림픽 야구대표팀이 금메달을 따며 선전했고, 다른 '비인기 종목'에서 우수한 성적이 쏟아지자 축구팬들의 분노는 날카로운 비판으로 바뀌었다.

'축구장에 물 채우라'는 다소 격한 비판이 쏟아진 이유는 다른 데 있는 것이 아니다.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의 성공으로 팬들의 기대치가 높아졌고, 대표팀은 그에 상응하는 결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결과뿐만 아니라 내용이 좋지 못했다는 것이다. 무득점 행진으로 3위까지 오른 아시안컵에서의 대표팀, 수비축구로 일관하며 결과마저 좋지 않았던 올림픽 대표팀‥. 지루하고 답답한 모습으로 재미없는 경기가 반복되면서 이런 '분노'와 '비판'은 이제 '무관심'으로 이어질 조짐이 보인다.

'허무했던' 요르단전, 이번에는?

이번에 친선 경기를 치르는 요르단은 한국과 월드컵 3차 예선에서 맞붙었던 팀이다. 요르단은 3차 예선에서 한국, 북한, 투르크메니스탄과 한 조에 속해 3위로 예선통과에 실패했다. 당시 한국은 요르단과 두 차례 맞붙어 1승 1무의 성적을 거둔 바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나쁘지 않은 전적이지만 역시 '내용'이 문제다.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지난 5월 요르단과의 홈 경기에서 박지성의 선제골과 박주영의 페널티킥 추가골로 2-0으로 앞서가다 경기종료 15분을 남기고 하산 압델-파타에게 연속골을 허용하며 2-2 무승부를 거두었다. 당시 경기장을 찾은 5만여 관중은 다 이긴 경기를 놓쳤다는 허탈감에 쓸쓸히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요르단 암만에서 열린 어웨이 경기에서 박주영이 페널티킥을 성공시키며 1-0 승리를 거두기는 했지만, 역시 필드골이 없는 답답한 내용의 경기였다. 이 경기 승리를 발판으로 허정무호는 무난히 3차 예선 통과에 성공했지만, 여전히 씁쓸한 뒷맛이 남았다.

다 이긴 경기를 비기고, 이겨야 할 경기에서 힘들게 이기며 국민의 가슴을 태웠던 두 차례 요르단전. 이번 친선 경기는 월드컵 예선을 대비한 말 그대로 '평가전'이기에 결과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팬들이 기대하는 시원스러운 경기력을 보여주며 신뢰를 되찾는 것이다.

'젊은 피'와 '타겟형 스트라이커', 한국축구에 희망 될까?

올림픽 축구에서 세계수준과의 격차를 실감한 한국축구. 그러나 이제 당면한 과제는 아시아 국가와의 경쟁이다. 2010 남아공 월드컵 최종예선만을 남겨둔 상황에서 한국은 이란, 사우디 아라비아, 북한, 아랍에미리트와 한 조에 편성되어 치열한 경쟁을 펼쳐야 한다. 그 어느 팀도 만만하지 않은 '피 튀기는' 축구전쟁이다.

허정무 감독은 최종예선의 시작을 알리는 북한전을 앞두고 새로운 얼굴을 몇몇 선발했다. 올림픽 대표팀의 주전 미드필더 기성용(19, 서울)과 스트라이커 서동현(23), 신영록(21, 이상 수원)이 바로 그 주인공.

허정무 감독의 의중은 패기 넘치는 젊은 선수를 중용해 대표팀 분위기를 일신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이미 대표팀에서 자리를 잡은 정성룡(23, 성남)과 이청용(20, 서울)처럼 젊은 선수들이 뛸 기회를 주어 2010년 월드컵 본선을 대비한 점진적인 세대교체를 단행한다는 의미도 있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박주영이 모나코 이적 문제로 빠진 중앙 공격수 자리에 조재진(27, 전북)과 같은 장신 타겟형 스트라이커를 대거 선발한 점이다. 서동현과 신영록의 발탁 역시 타겟형 스트라이커로서의 역할을 중시한 허정무 감독의 고민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허정무 감독은 장신 선수의 제공권과 작고 빠른 이천수(26, 수원), 이근호(23, 대구)의 '빅 앤 스몰' 조합을 완성해 답답한 공격력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각오다.

취임 9개월을 맞은 허정무 감독에게 요르단전은 여러모로 중요한 경기가 될 전망이다. 젊고 새로운 선수를 발탁하며 나아진 대표팀의 모습을 보여주는 동시에, 올림픽 축구로 상처받은 축구팬의 마음을 달래줄 '재미'를 선보여야 할 의무도 있기 때문. 요르단전이 열리는 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채우는 것이 '환희'가 될지 '분노'가 될지, 이 모든 것은 허정무 감독에 달려있다.

[사진 : 올림픽 경기를 보기 위해 친황다오를 찾은 붉은 악마 (사진제공 : 골닷컴)]



박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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