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8.08.16 01:20 / 기사수정 2008.08.16 01:20
이날의 경기는 점수 차나 과정만을 놓고 본다면 접전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냉정하게 말해서 졸전이었습니다.
한국의 앞선 압박 수비가 좋았음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그걸 감안해도 벨로루시의 가드진은 너무나 허술한 플레이로 턴오버를 양산해냈습니다. 그런가 하면 한국 역시 어이없는 실책으로 자멸하는 모습이었고, 극악의 야투 성공률은 정말 '이보다 더 나쁠 순 없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한 경기에 30개의 턴오버를 저지르고도 승리하는 팀과, 리바운드에서 20개가 적고 31.2%의 야투 성공률로도 접전을 할 수 있었던 팀. 분명 경기를 보는 40분 내내 문제점은 너무도 많이 보였습니다.
가드진의 압박 수비는 훌륭했습니다. 벨로루시 가드진의 레벨이 떨어진다는 사실 역시 부정할 순 없지만 30개나 되는 실책을 유발해낸 수비는 분명 칭찬을 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특히나 이미선은 이날 경기에서 그나마 제일 좋은 활약을 한 선수입니다.
그런데 이런 가드진의 압박을 뚫고 나면, 그 뒤는 별 볼일이 없었습니다. 그간 한국의 최고의 강점이었던 숨막히는 로테이션 수비는 간데없고 무기력한 뒷선 수비만이 남아 있었습니다. 골밑에서는 디나이 패스 한 방에 계속 손쉬운 득점을 허용했고, 외곽에서는 오픈 찬스를 내주기 일쑤였습니다. 공격 실패 후에 너무 어이없게 내주는 속공은 이젠 말하기도 입 아플 정도입니다.
공격력의 문제는 전부터 줄곧 지적해왔던 문제이지만, 오늘은 지난 호주 전보다도 나빠 보였습니다. 30%대의 극악의 야투율은 슛 컨디션이 나쁜 것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상대 수비가 너무 강력했던 것도 아닙니다.
우리가 제대로 공격 옵션을 찾지 못했고, 그로 인해 무리한 3점슛 시도가 너무 많았습니다. 변연하 선수의 먼 거리에서 '묻지마 3점'은 우리가 지향해야 할 공격이 절대로 아닙니다. 더구나 볼 흐름이 나빠진 것은 그냥 눈으로도 보일 정도입니다.
다만, 한 가지 희망적이었던 것은 리바운드는 그렇게 나쁘지 않았습니다. 45-25라는 결과만 보면 선뜻 이해할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경기 내면에서 보면 분명 이전보다는 훨씬 나은 모습이었습니다.
이날의 리바운드 차이는 사실상 우리의 슛 실패가 너무 많아서 내준 것이 절반은 된다고 보입니다. 전보다는 훨씬 박스 아웃이 잘 이루어졌고 어느 정도의 공격 리바운드를 내주긴 했습니다만 조금은 나아진 모습임에는 분명합니다.
결국 가장 중요한 해법은 공격에서 찾아야 합니다. 뒷선 수비의 문제는 헬핑 디펜스와 수비 전략의 재정비로 충분히 커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공격은 처음부터 다시 한 번 생각해보고 전략을 구상해야 할 필요성이 느껴집니다.
가드진의 조금 더 원활한 볼 배급이 시급합니다. 앞서 좋은 경기력을 보였던 브라질 전과 러시아 전에서의 결과가 가능했던 것은 상대 수비를 헤집으며 볼 흐름을 원활하게 할 수 있었던 최윤아의 활약이 결정적이었습니다. 이후 두 경기에서는 그런 모습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탑에서 볼을 잡고 가만히 서서 눈으로만 움직임을 좇는 것은 볼을 죽이는 행위일 뿐입니다. 물론 공을 잡지 않은 선수들의 움직임이 더 중요하겠죠.
그리고 선수들의 마인드에서 3점 의존도를 좀 줄였으면 합니다. 최근 두 경기를 통해서 보여진 우리 선수들의 모습은 공격이 조금 안 풀리면 '에라 모르겠다'라고 생각하고 3점슛을 던지는 것 같이 보일 정도입니다. 찬스가 났을 때는 망설이지 말고 과감하게 던지는게 중요하지만 공격이 안 풀릴 때 억지로 슛만 던지는 것은 상처를 곪게 하는 일일 뿐입니다. 한 번이라도 더 인사이드에 볼을 투입하고, 스크린을 통한 적극적인 돌파가 더 필요합니다. 그런 플레이를 통해 우리의 장기인 3점슛도 더 빛날 수 있습니다.
현재 한국은 1승 3패로 A조 4위입니다. 라트비아 역시 1승 3패로 동률이지만, 득실 차에서 한국이 앞서 있기 때문에 순위가 높습니다. 남은 상대가 바로 이 라트비아 인데요. 여기서 무조건 이겨서 2승 3패를 만든다면 8강에 진출할 수 있습니다. 다행히 브라질이 러시아에 패해서 4패로 탈락이 확정됐기 때문입니다.
아직 충분히 희망이 남아 있습니다. 17일 라트비아와의 일전에 모든 것을 쏟아붓고 나서 이야기합시다. 그때가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 되어주길 바랄 뿐입니다.
[사진=정덕화 감독 (C) 국제농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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