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2-02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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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는 끊기고 수비는 뚫리고‥ '처참한 90분'

기사입력 2008.08.11 04:42 / 기사수정 2008.08.11 04:42

박형진 기자



[엑스포츠뉴스=친황다오, 박형진 기자] 그야말로 '처참한 90분'이었다.

한국은 전반 10분까지만 해도 이탈리아의 공세를 잘 차단하며 선전했다. 몇 차례 공격이 차단되기는 했지만 경기 주도권을 이탈리아에 내주지 않으며 '혹시나' 하는 희망을 이어갔다. 그러나 전반 15분 쥬세페 로시의 선제골로 희망의 불씨는 '처절하게' 꺼졌다.

한국은 수비 뒷공간을 내주지 않기 위해 수비라인을 내렸고, 오장은을 비롯한 미드필더 역시 공격보다 수비에 더 중점을 주었다.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중원을 이탈리아에 내주었고, 세바스챤 지오빈코-토마소 로키-쥬세페 로시로 이어지는 이탈리아의 삼각 공격 편대가 쇄도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 특히, 온두라스전에서 맹활약한 지오빈코에게 수비가 집중되면서 로시와 로키에 대한 수비가 다소 헐거워졌고, 결국 이 두 선수의 공격이 성공하며 전반 15분에 한 골을 허용하고 말았다.

한 골을 허용한 후 한국의 경기력은 그야말로 '참담'했다. 실점 후 반격에 나서야 할 한국 선수들은 수비 위주로 짜인 전술로 어떻게 공격을 해야 할지 감을 잡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한 번 밀린 중원은 좀처럼 회복하기 쉽지 않았고, 이탈리아의 수비진은 웬만한 패스로는 뚫을 수 없는 '철옹성'이 되어있었다.

전반 31분 터진 로키의 두 번째 골은 사실상 승부를 결정짓는 쐐기골이었다. 신광훈이 전담마크하던 지오빈코는 어느덧 오른쪽 측면으로 이동해 멋진 패스를 제공했고, 좌우 윙백인 크리시토와 모따는 공격진영에 깊숙이 들어와 한국 수비를 흔들었다. 이탈리아의 유일한 와일드카드 로키는 골문 앞에서 잡은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성공시켜 이탈리아의 두 번째 골을 성공시켰다.

점유율 6대 4. 슈팅수 9대 3. 전반전 기록이 보여주듯 전반 45분 동안 한국은 기량과 전술 등 모든 면에서 이탈리아에 밀렸다. 박성화 감독은 전술적 패인을 재빨리 수정하기 위해 후반전 시작과 함께 신영록과 김정우를 빼고 백지훈과 이청용을 투입했다. 이탈리아 맞춤 전술로 내놓은 4-3-3을 포기하고 원래의 4-4-2 포메이션으로 돌아간 것이다.

그러나 박성화 감독의 '반성'은 늦은 감이 역력했다. 4-4-2 포메이션의 한국은 분명 전반전에 비해 공격적이었지만, 이미 '잠그기'를 시작한 이탈리아를 상대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전진 패스는 번번이 이탈리아의 수비에 막혔고, 로키를 중심으로 한 이탈리아의 역습에 수비는 번번이 뚫렸다. 설상가상으로 주장 김진규 등 한국 선수들은 이탈리아 선수들과 쓸데없는 신경전을 벌이며 평정심마저 잃었다.

이런 상황은 결코 강인한 의지만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었다. 몇 차례 되지 않는 공격마저 이탈리아의 수비에 막히자 한국 선수들은 망연자실한 듯 움직임이 점점 둔해졌다. 후반 45분 몬톨리보의 쐐기골은 집중력을 잃은 한국 선수들을 넉 다운시키는 강펀치와 같았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열세임을 인정하더라도 한국의 이탈리아전 패배는 온두라스-이탈리아전보다 내용상 더 나쁜 '완패'였다. 전반 43분 박주영의 헤딩슛이 크로스를 맞는 아쉬운 순간이 있기는 했지만, 사실상 그것이 전부였다. 나머지 89분, 아니 90분 전체가 이탈리아가 원하는 대로 흘러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결과와 내용 모든 면에서 '처참한 패배'를 경험한 한국 남자축구 올림픽대표팀. 23세 이하의 어린 선수들에게 이탈리아전 패배는 결코 잊히지 않을 '악몽'이 될 것이 분명하다. 한국 선수들이 이 악몽을 빨리 떨쳐내고 멋진 온두라스전을 치를 수 있을지, 꺼져가는 8강 진출의 불씨를 살려낼 수 있을지. 어느덧 관심은 상하이 스타디움으로 쏠리고 있다.

[사진 : 이탈리아전 패배 후 낙담하는 한국 선수들 (사진제공=골닷컴)]



박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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