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산다라박의 영화 '원스텝'(감독 전재홍)으로 새로운 얼굴을 선보인다.
국내 데뷔 전 필리핀에서의 활동을 1막, 2009년부터 8년간 2NE1으로 화려하게 꽃피웠던 시간이 2막, '원스텝'을 시작으로 배우로의 발걸음을 넓힐 지금부터가 산다라박이 말한 '제3의 인생'이 시작되는 시점이다.
6일 개봉한 '원스텝'에서 산다라박은 사고로 모든 과거를 잃어버린 여자 시현 역을 맡았다. 자신의 전부였던 작곡을 할 수 없게 된 작곡가 지일(한재석 분)을 음악으로 소통하며 서로 성장해나가는 과정이 스크린에 그려진다.
노래를 하고, 기타를 치는 영화 속 모습은 우리가 익숙하게 만나왔던 가수 산다라박과 배우 산다라박의 접점을 확인할 수 있는 순간이기도 하다.
'원스텝' 개봉을 앞두고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극장에서 만난 산다라박은 "촬영할 때만 해도, 또 최근까지는 큰 부담감은 없었어요. 첫 영화긴 하지만, 촬영 현장에 가면 비슷한 시스템이었고 그 순간순간 매사에 열심히 했기 때문에 '첫 주연이니까 부담감이 더 클 것'이란 생각은 없었는데, 막상 (사람들에게) 보여진다고 생각하니 확 긴장이 되더라고요"라며 떨리는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스크린 속 자신의 모습에는 온전히 만족하지는 못했다. "감독님에게 죄송할수도 있는데…"라고 미소지은 산다라박은 "아무래도 항상 그런 것 같아요. 제가 한 것에 있어서는 항상 '더 잘 할 수 있었는데 왜 저렇게 했을까' 늘 그런 생각이 있는 것 같아요"라고 아쉬움을 떠올렸다.
'원스텝'은 총 17회차로 한 달 정도의 짧은 시간 동안 집중적으로 촬영이 이뤄졌다. "대본받고 미팅하고 했던 게 2년전이더라고요. 가을에서 겨울로 촬영 시기가 미뤄졌었고, 한 달 동안 거의 매일 찍었던 것 같아요"라고 회상한 산다라박은 "바로 개봉할 줄 알았는데 또 1년이란 시간이 지났거든요. (그 사이에 또) 열심히 살다가 개봉한다는 소식을 듣고 다시 옛날 기억을 되짚어 보고 있으니 떨리더라고요"라고 말을 이었다.
'원스텝'에서는 한재석과 함께 무대에 올라 듀엣곡을 열창하는 모습이 담겨져 있다. 무대 위에서 관객을 바라보며 에너지를 발산하던 때와는 사뭇 다른 환경이었다. 산다라박은 "방송 무대보다 콘서트를 좋아했던 게, 관객과 소통하면서 그때그때 느끼는 감정대로 돌발행동도 하고 애드리브도 하고 소리도 지르죠. 그런데 카메라 앞에서는 조명처럼 맞춰진 틀이 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그 안에서 해야 되는 게 있더라고요"라며 실제 카메라 앞에서 노래를 부를 때 "'Put your hands up'을 하고 싶었다"면서 넘치는 흥을 발산하고 싶었던 사연을 털어놓기도 했다.
무엇보다 '원스텝'을 통해 보는 이들이 '음악의 힘'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산다라박의 믿음이다. 산다라박은 "음악이 주는 힘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잖아요. 그래서 그것을 믿고 있고요. 좋은 음악들이 많이 있거든요. 지인 분들도 영화를 보시고 멜로디가 많이 떠오른다고 얘기도 해주셨어요"라면서 영화가 가져다 줄 힐링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지금의 산다라박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가 2NE1이다. 2009년 데뷔해 독보적인 매력으로 팬들의 사랑을 받았던 2NE1은 지난 해 11월 공식적으로 해체를 선언해 팬들을 안타깝게 만들었다.
산다라박은 "생각해보면 애틋함 때문에 많이 울었던 것 같다"고 생각에 잠겼다. 멤버 사이의 관계에 대해 여러가지 말들이 오갔지만, 실제 네 멤버의 사이가 변한 점은 없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데뷔 3년차부터는 항상 그런 고민을 했었던 것 같아요. '팀이 평생 갈 수는 없을텐데, 헤어지기는 싫다'는 생각을 하면서요. 그런데 그 헤어짐이라는 게 현실로 찾아오니까, 이제 다시 못 보는 것도 아닌데 괜히 너무 속상했죠. 연인이랑 헤어질 때도 슬픈데, 저희는 10년이라는 시간을 함께 했잖아요. 많이 울기도 하고, 집에서 쭈글쭈글하게 있었는데 '원스텝' VIP 시사회에 멤버들이 와서 응원해주고 하는 것을 보니까, 같이 활동을 안 하는 것 뿐이지, 변한 게 없다는 걸 이제야 깨달은 것 같아요. 그래서 슬픔도 많이 가셨고, 다시 즐겁게 지내고 있어요."
연기와 가수는 앞으로도 꾸준히 병행해 나갈 예정이다. 산다라박의 표현을 빌리면 '만능 엔터테이너'가 되는 것이 하나의 바람이다. 산다라박은 엄정화를 롤모델을 묻는 질문에 "정말 답하고 싶은 이야기였다'고 눈을 빛내며 엄정화를 손꼽았다.
"엄정화 언니가 갖고 있는 가수면 가수, 배우면 배우로 확확 변신할 수 있는 그 모습이 닮고 싶어요. '리틀 엄정화'라고 해야 하나요.(웃음) 당연히 언니만큼은 아니겠지만, 각 분야에서 열심히 해서 어색하지 않도록 많이 노력해야 할 것 같아요."
산다라박은 '훨씬 다이나믹해질 것 같다'고 앞으로를 조심스레 내다봤다.
"불안함은 항상 있죠. 그 때(2NE1)보다 인기가 있을지, 인정받을 수 있을지 모르는 일이지만, 살아가면서 항상 성공만 할 수는 없잖아요. 마음을 다잡고 생각을 한 게, 혹시 실패하더라도 해보자는 생각을 했어요. 앞으로 이 일(연예계)을 안 할 것도 아니고, 아직 못 해 본 것도 정말 많이 때문에 '결과가 어떻더라도 일단 해보자'라는 생각을 했어요. 연기에 대해서도 주위에서 조언도 많이 해주시고, 앞으로 해나가면서 할 수 있는 것들을 늘려가는 배우가 되자고 생각하고 있어요."
지금을 '제3의 인생'이라고 정의한 산다라박은 "앞으로도 씩씩하게 살면서 (제 인생을) 만들어가야 할 것 같다"고 웃으며 의지를 다졌다.
"20대부터 바쁘게 일했던 것 같은데, 혼자 있을 때 '난 도대체 누굴까' 많이 생각을 했거든요. 홀로서기를 더하면서 더 생각하기 시작했어요. 이제는 사람들이 봤을 때, 저 혼자 있다고 해도 '산다라박이면 이런거지'라는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가고 싶어요. 제가 가수 생활을 오래했지만 어디 가서 '제 노래에요'라고 얘기할 수 있는 그런 것들을 앞으로 만들어 나가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죠. 지금까지 2NE1 멤버로 아늑하게 지내왔다면, 이제는 전쟁터로 나가 맞서 싸우면서 좀 더 씩씩하게 살아야 할 것 같아요. 제3의 인생의 시작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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