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오지 않을 것 같은 악역을 소화한 배우 엄기준의 모습은 잊어도 좋다.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하는 능력을 지닌 엄기준의 변신은 계속된다.
엄기준은 최근 종영한 SBS 월화드라마 '피고인'에서 차민호와 차선호, 1인 2역을 맡아 열연했다. 차민호와 차선호는 외모는 같지만 성격은 정반대인 쌍둥이 형제였다. 차선호가 차명그룹 회장의 장남이자 겸손하고 예의 바른 캐릭터라면, 차남인 차선호는 형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으로 늘 엇나간 사고뭉치이자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냉혈한이다.
엄기준은 선량한 캐릭터와 극악무도한 악인을 오가며 1인 2역을 능수능란하게 소화했다. 차민호를 연기할 때 엄기준의 연기 내공이 특히 빛을 발했다. 자신의 정체를 감추기 위해 태연한 표정으로 박정우의 아내와 제니퍼 리(오연아)를 죽이는 모습이나, 이를 무마하기 위해 뻔뻔하게 거짓말하는 등 눈빛과 표정만으로도 보는 이를 섬뜩하게 만들었다. '피고인'이 자체 최고 시청률(28.3%)을 경신하며 유종의 미를 거둔 데는 그의 연기력이 한몫했다.
드라마에서 강렬한 악역 연기를 보여줬다면 무대에서는 정반대의 매력을 발산 중이다. 현재 그는 뮤지컬 '몬테크리스토'에서 열연 중이다. 서울 공연에 이어 창원, 수원, 광주, 이천, 부산 등 지방 공연에 임하고 있다.
'몬테크리스토'는 프랑스 작가 알렉상드르 뒤마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누명을 쓴 주인공 몬테크리스토가 배신자들에 복수하는 내용을 담았다. 엄기준은 몬테크리스토의 감정 변화를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메르세데스 낭만적인 사랑을 속삭이는 로맨틱한 남자부터 친구들의 음모로 일과 사랑을 잃은 좌절감, 그리고 독기 찬 모습까지 급격하게 변하는 감정을 섬세하게 연기해낸다.
뮤지컬 배우로도 활약 중인만큼 브라운관과는 또 다른 매력을 보여준다.
1995년 뮤지컬 '리챠드3세'로 데뷔한 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카르멘', '그리스', '사랑은 비를 타고', '헤드윅', '벽을 뚫는 남자', '김종욱 찾기', '삼총사', '클로져', '잭 더 리퍼', '캐치미 이프 유 캔', '보니앤클라이드', '레베카', '로빈훗', '신데렐라' 등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다채롭게 소화했다.
매번 드라마와 공연을 오가며 쌓은 탄탄한 연기력으로 개성있는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카멜레온같은 엄기준의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보는 것이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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