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박소현 기자] 영화 '눈발'의 대부분 신에는 진영과 지우가 나온다. 한달 반동안 경남 고성에서 동고동락했지만 서로를 부르는 호칭은 '진영 배우님'과 '지우씨'였다.
최근 인터뷰를 만난 지우와 진영 모두 반듯하고 조심스러웠다. 묘하게 서로 닮은 부분이 있는 이들은 별도로 인터뷰를 진행했음에도, 인터뷰 내내 편하게 언급하지 않고 꼬박꼬박 서로를 배려하며 이야기 했다.
'눈발'은 모두에게 처음인 영화였다. 조재민 감독의 데뷔작이고, 지우의 첫 주연작이자 진영의 영화 데뷔작이다. 진영은 "모든 면이 처음이라 풋풋하고 MT를 간 것 같은 느낌이 있었다. 음악도, 영화도 '해야돼'가 아니라 '해볼래?'하고 같이 만들어 나가는 느낌이 컸다. 감독님도 친형 같았다. 장난도 많이 치고 그랬다"며 미소를 띄웠다. 지우 또한 마찬가지. 지우는 "즐겁지 않아야 하는 캐릭터인데 나는 너무 즐겁게 촬영했다. 다 또래 배우들이고 학교에서 촬영하면서는 학교에 온 것 같더라. 화기애애하게 찍었다. 함께 촬영한 배우들이 너무 재밌어서 어두운 감정을 유지하기 힘들었을 정도"라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진영배우님·지우씨라는 호칭의 의미
지우는 인터뷰 내내 진영배우님이라고 진영을 칭했다. 진영보다 세 살 어린 그가 무심코라도 '진영오빠'라고 부를 법도 한데 아니었다. 이는 진영도 마찬가지. 진영도 꼬박꼬박 '지우씨'라고 불렀다. 한 달 반동안 제법 친해져 '지우야'라고 할 법도 하지만 두 사람은 그러지 않았다.
지우는 "촬영을 할 때 너무 감사하게도 인물간의 감정선이 있고 그러다보니까 계속 예주씨, 지우씨라고 불러줬다"며 "지금도 불편하게 그러시는 게 아니라 장난도 다 치고하시면서도 호칭은 지우씨라고 해주신다"고 설명했다.
지우는 도경수와 수호, 진영까지 아이돌들과 연거푸 호흡을 맞췄다. 그는 "다양한 분야에서 큰 에너지를 발휘하고 있는 분들이라 함께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영광이고 좋은 자극이 되는 것 같다"며 "다들 첫 인상이 좋더라. 촬영할 때 배려도 해주고 현장서 많이 배웠다. 다들 스케줄이 많고 힘든데 한번도 힘든 내색을 안하고 화이팅을 한다. 촬영이 벅차고 힘든데 그런 점들을 보며 오히려 나를 반성하기도 했다"고 솔직한 속내를 전했다.
▲"사투리도 표준어도 힘들어요"
지우와 진영은 서로 '말투'를 도와줬다. 실제로 진영은 경남 출신에 서울로 향한 케이스지만, 영화에서는 수원에서 고성으로 향해 유일한 표준어 사용자로 나온다. 지우는 반면 천생 서울사람이 경남 토박이가 돼야 했다.
지우는 "사투리가 되게 힘들었었다. 사투리가 거슬리는 관객들이 있으실 수 있으실 것"이라고 토로하며 "다른 배우들이 다 현지인들이라서 조금이라도 부족한 사투리를 했을 때 그 안에서 튀어보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열심이 하긴 했는데 어떻게 보여질지 모르겠다. 사투리가 큰 울타리였다"고 털어놨다.
진영은 촬영을 하면서 자기도 모르게 사투리를 몇 번 쓰고 말았다고 고백했다. 진영은 "다른 배우들과 친해지지 않으려고 했을 정도다. 안들으려고 했다. 혼자 떨어져 있는 캐릭터라 친해지면 안되겠지 했는데 너무 친해졌다"고 장난스럽게 미소를 띄웠다. 워낙 현장 분위기가 좋았기에 가능한 일. 그는 표준어에 대해 "저에게는 외국어다(웃음). 조금 어색할 때가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지우에게 서로 도움을 받았다. 지우의 대본을 보고 많이 자극 받았다"며 "지우는 대본에 필기를 한 것같이 빼곡하게 적더라. '저렇게 열심히 하는데!'라며 나도 열심히해야겠다 자극받았다"고 전했다.
▲길잃은 염소
영화에서 지우와 진영만큼이나 명연기를 펼치는 것은 염소 방울이. 지우는 "'눈발'의 영어 부제가 '길 잃은 염소'다. 염소가 예주와 동일시 되는 부분이 많다. 민식이도 어떻게 보면 예주의 마음에서 떠나고, 마지막 끈으로 잡고 있었던 염소도 떠난다. 예주는 붙잡을 끈들이 사라지는 거다. 마음이 아팠다"고 고백했다. 이 장면은 진영 또한 인상깊게 생각하는 장면.
진영은 "예주가 마지막에 버스정류장에 앉아있다가 염소가 사라지고 화면이 그 지우를 잡는다"며 "그 끝은 어둡고 거길 걸어가는 예주의 모습이 제일 좋아하는 장면"이라고 밝혔다. 그는 "예주의 그 상황을 대변해주는 것 같다. 어디로 가는 지는 모르는 예주의 입장을 한 신에서 확 드러내주지 않나 생각한다. 멋지다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또 진영은 "염소를 꺼내주는 장면도 좋다. 민식이가 염소들을 풀어주고 도망쳤지만 나름의 복수를 하는 것 같았다. 염소들이 잘 나와줬다. 안나올 줄 알았는데 우르르 갔다. 연기를 잘해줬다. 나중에는 염소들이 배우병에 걸려서 비싼 것만 먹더라. 양배추를 줘야 연기를 하더라"고 덧붙여 웃음을 자아냈다.
▲'비겁한 소년'으로 담은 현실
흔히 영화는 정의로운 이야기를 통해 카타르시스를 선사하기도 하지만 '눈발'이 택한 방식은 다소 다르다. 제대로 된 권선징악이 이뤄지지 않는 부분이 자칫 아쉽게 느껴질 수도 있는 상황. 이에 대해 지우는 "관객분들께서 그 부분에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었다고 생각하지만, 가해자가 처벌을 받지 않는 현실이 많아서 그 현실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하더라"고 설명했다. 그는 "관객들이 좋은 쪽으로 해석하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시나리오가 다듬어지기 전에 되게 비극적인 결말도 있었다. 생각을 할 수 있는 여지를 두는 것이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힘줘 말했다.
진영은 극 중 어떠한 사건을 목격한 뒤 도망치고 만다. 갓세븐 멤버들이 멋지지 않았다고 이야기 하는 장면이기도 하다. 진영은 "비도덕적이고 비겁하지만, 민식이를 이해해보려고 했다. 아주 평범한 친구라 그런 극적인 상황에 놓였을 때 영화나 드라마처럼 영웅같이 나서서 할 수 있을까 싶더라"고 나름대로 그를 변호했다. 진영은 "나라도 떨었을 것 같지만 돌이라도 던지진 않았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진영은 해당 장면 연기를 위해 먼저 가서 사건 촬영분을 지켜봤다. 이를 지켜보는 것조차 진영에겐 상당한 고통이었다.
갓 20대에 접어든 두 배우에게 '눈발'은 여러의미로 남을 작품이다. 지우는 "많은 분들이 봐주셨으면 좋겠다. 10만명을 넘으면 진영이 프리허그를 하기로 했다"며 "내 허그는 좋아하실지 모르겠다. 소소하게 추첨해서 맛있는 것을 먹거나 영화에 대해 이야기 하고 그래도 재밌을 거 같다"며 관객들을 기다리는 모습이었다. 진영도 마찬가지. 진영은 자신의 진실된 모습을 보고 싶다면 '눈발'을 봐달라고 힘줘 말했다.
'눈발'은 현재 절찬리 상영 중이다.
sohyunpark@xportsnews.com /사진=서예진 기자, JYP엔터테인먼트, 리틀빅픽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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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현 기자 sohyunpark@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