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8.04.29 13:54 / 기사수정 2008.04.29 13:54
[엑스포츠뉴스=박형진 기자] 유럽 최고의 대결이라 일컬어졌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와 바르셀로나의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전. 내일 새벽(한국시각)이면 두 팀의 180분간의 혈투가 끝나고 챔피언스리그 결승행 주인공이 가려지게 된다. 그러나 이 흥미진진한 대결을 두고 두 팀의 분위기가 최근 심상치 않다.
침묵하는 호날두, 하락세의 맨유
올 시즌 맨유는 철저하게 '호날두의 팀'이었다. 개인이 팀을 압도하는 상황을 즐기지 않는 퍼거슨 감독이지만 이번 시즌만은 호날두를 위해 모든 전술을 조종했다. 호날두의 득점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스트라이커 루니를 측면에 배치하는 '파격'도 서슴치 않았다. 호날두는 퍼거슨 감독의 이러한 배려에 보답이라도 하듯 경이로운 골 기록으로 맨유에 많은 승리를 가져다주었다.
그러나 그런 호날두가 최근 조용하다. 지난 13일 아스날전에서 페널티 킥 골을 넣은 호날두는 그 이후 세 경기째 골 세레머니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필드골로 따지자면 호날두는 지난 6일 미들즈브러전 이후 다섯 경기째 필드골을 넣지 못했다.
호날두의 득점력이 하락세를 그리면서 맨유의 상승세도 꺾였다. 호날두가 필드골을 넣지 못한 다섯 경기에서 맨유는 2승 2무 1패의 성적을 거두었다. 호날두가 골을 넣은 직전 다섯 경기에서 4승 1무를 거둔 것과는 대조적이다. 특히, 맨유는 19일 블랙번전 이후 세 경기째 승리를 거두지 못해 팀 분위기 역시 하락세를 그리고 있는 상황이다.
해답 없는 바르셀로나, 유일한 희망은 메시
맨유의 현재 상황을 '위기', '하락세' 등의 수식어로 표현한다면, 바르셀로나의 상황은 '절망'이라는 표현이 적절할듯 하다. 바르셀로나는 지난 달 23일 바야돌리드전 승리 이후 리그에서 단 1승도 추가하지 못하고 있다. 4월 한 달 바르셀로나가 치른 7경기 중 바르셀로나가 득점한 골은 단 4골. 샬케와의 챔피언스리그 8강 2연전과 레크레아티보전을 제외한 4경기에서 바르셀로나는 골을 넣지 못했다. 지난 주말에는 데포르티보에 충격적인 0-2 패배를 당했다.
바르셀로나의 가파른 하락세는 메시의 공백과 깊은 관련이 있다. 메시는 지난 달 4일 셀틱과의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에서 부상을 당한 이후 한 달 넘게 경기장에 나서지 못했다. 메시가 없는 동안 바르셀로나가 거둔 승리는 단 세 경기. 그나마 샬케와의 챔피언스리그 대결을 제외하면 리그에서 거둔 승리는 단 한 경기에 불과하다. 그만큼 메시의 비중이 컸다는 얘기다.
메시는 지난 19일 에스파뇰전에서 복귀전을 치루었고, 맨유와의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1차전에 선발 출장하며 괜찮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바르셀로나로서는 부상에서 복귀한 메시의 발에 희망을 걸 수밖에 없다.
의외의 '슈퍼 히어로'가 탄생할 것인가?
팀이 위기에 빠졌을 때, 그 팀을 구하는 선수를 우리는 '히어로(영웅)'이라 칭한다. 만약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에서 팀을 구해 결승으로 이끈다면, 그런 선수를 우리는 '슈퍼 히어로'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메시와 호날두는 그런 '슈퍼 히어로'가 될 자격이 충분한 선수들이다. 두 선수는 한 시즌 내내 팀을 잘 이끌어온 팀의 에이스이며, 팀이 수세에 몰린 상황에서 개인의 능력으로 골을 기록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선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맨유와 바르셀로나에서 뛰고 있는 다른 선수들 역시 그들과 비교해 결코 기량이 뒤지지 않는다. 바르셀로나의 '멀티 플레이어' 이니에스타, 위력적인 중거리슛을 자랑하는 사비, 잉글랜드 팀을 잘 알고있는 티에리 앙리는 바르셀로나 팬이라면 기대를 걸어볼 만한 선수들이다. 에투는 메시와 함께 바르셀로나가 자랑하는 가장 믿음직스러운 공격수이며, 보얀 역시 큰 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어 바르셀로나팬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유망주이다.
맨유의 팬들은 퍼디난드의 빼어난 공격 능력을 잘 알고 있다. (정말 퍼디난드는 공격수를 했어도 괜찮을 개인기를 가지고 있다!) 맨유의 올드 팬이라면 스콜스의 중거리슛, 긱스의 폭발적인 돌파에 기대를 걸 것이고, 최근 맨유의 플레이를 본다면 테베즈의 극적인 골에 기대를 거는 것도 나쁘지 않다. 한국팬들은 조심스럽게 AC밀란을 상대로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에서 골을 넣은 경험이 있는 박지성에게 기대를 걸고 있을 것이다.
사실, 내일 새벽 올드 트래포드에 서는 22명의 선수 모두가 '히어로'이다. 축구 선수로서 챔피언스리그 경기에 선다는 것 자체로도, 팀을 준결승까지 끌고 와 팀의 운명을 결정짓는 승부에 투입된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엄청난 공로를 인정받은 것이기 때문이다. 과연, 그들 중 누가 '슈퍼 히어로'가 되어 팬들에게 기쁨을, 상대편 팬들에게 절망을 안겨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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