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7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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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이름' 박강조를 떠올리다

기사입력 2008.04.23 10:03 / 기사수정 2008.04.23 10:03

김경주 기자




[엑스포츠뉴스=김경주 기자] 요 근래 들어 문득 자주 생각나는 한 선수가 있었습니다. 재일교포 4세 출신의 이종 격투기 선수 추성훈이 주목을 받고 인기를 끌면서 더욱더 생각나는 이름이었죠.

그러던 와중에 대전이 오는 6월 21일 J리그 팀과 친선 교류전을 가지겠다고 밝혔습니다. 보도 자료를 받은 각 언론은 그 소식을 알리면서 J리그에 친숙하지 못한 많은 분을 위해 친절하게도 ‘김남일’의 소속팀이라는 말을 빼놓지 않았습니다. 대전과 친선전을 가질 팀은 빗셀 고베입니다.

그러나 기자에게 빗셀 고베는 ‘김남일’의 팀이 아닙니다. 그보다 훨씬 오래 그곳에서 묵묵히 뛰고 있던 한 사람이 있는 더 먼저 생각나는 그런 팀입니다.

혹시 ‘박강조’라는 이름을 기억하시나요? 조금 오래 축구를 보신 분이라면 퍼뜩 떠오르지는 않아도 조금 기억을 더듬어보면 '......아, 그 선수!'하고 떠오르실 겁니다. 165cm의 작은 키를 가진 K-리그 최초의 재일교포 출신 선수로 주목을 받은 박강조는 재일교포 3세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주목뿐만이 아닌, 조금은 불편한 관심의 대상이 되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조금 그 의미가 퇴색된 듯하지만, 그가 처음에 한국에 왔을 당시만 해도 한일전은 절대 질 수 없는 숙명적인 경기였습니다.

그가 막 한국에 와 적응을 할 무렵에 한일전이 있었습니다. 그도 물론 성남의 동료와 함께 숙소에서 텔레비전으로 그 경기를 시청하고 있었죠. 장난삼아 한 선수가 그에게 어느 팀을 응원 하냐. 물었고, 그는 다만 자신이 친하게 지내는 선수들이 뛰고 있기 때문에 일본이라 대답했습니다. 그날 숙소 분위기는 좋지 않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일본에서 나고 자란 그는 이런 미묘한 문화적 장벽에 계속 부딪힐 수밖에 없었죠. 이 미묘한 장벽 때문에 그는 한국인이지만 항상 다른 사람들에게 '쪽발이'라는 말을 들어야만 했습니다. 이 일은 그가 받았던 불편한 관심의 작은 일례일 뿐입니다.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미묘한 시선과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그는 아버지의, 그리고 나의 나라의 국기를 가슴에 달고 뛰고 싶어서 한국에 왔습니다. 그의 소원대로 그는 태극 마크를 가슴에 달 수 있었습니다. 올림픽 대표에 발탁되어 A매치 5경기에 출전, 1골을 기록하기도 한 그지만, 3년간 성남의 유니폼을 입고 뛴 69경기 중 그가 기록한 골은 단 한 골뿐입니다. 골도 골이었지만 유난히 작은 체격 탓에 그가 성남의 그라운드에 설 공간은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고민하던 그는 그의 정신적 지주인 미우라 카즈요시가 뛰고 있는 빗셀 고베로 돌아가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일본으로 다시 돌아간 뒤 얼마간은 K-리그 복귀설도 꽤 나돌았었습니다. 본인도 다시 한국에 돌아오고 싶어 했었죠. 그러나 효용 가치에 비해 높았던 그의 몸값은 그의 K-리그 복귀를 막았습니다. 그는 결국 K-리그 복귀를 포기하고 일본 생활에 적응해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일본 생활에서도 또 한 번의 고비도 있었습니다. 그가 일본행을 결정하게 했던 가장 큰 이유였던 미우라 카즈요시가 빗셀 고베에서 방출되고 팀은 J2로 강등이 확정되면서 그는 많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한국과 일본 다른 팀으로 눈을 돌려보기도 했지만, 이적 또한 쉽지 않았죠. 결국, 빗셀 고베에 남았고, 팀은 다시 J리그로 승격했습니다. 벌써 다섯 시즌 째, 한국에 와서 달았던 번호인 6번이 아닌 7번을 달고 있는 그이지만 그의 등에 새겨진 이름은 여전히 '박강조' 입니다.

아, 가장 최근 전해진 그의 소식 중 반가운 소식이 있습니다. 한 아이의 아빠가 된 것인데요. 지난해 그와 같은 재일 교포 여성을 만나 결혼을 했고, 올 2월에는 예쁜 딸의 아빠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는 자신의 블로그에 딸의 사진을 올리며 아이가 조금씩 커갈수록 자신을 닮아 큰일이라고 말하기도 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추억이 가득한 그를 이번 대전 경기에서는 만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이번 시즌 6경기 중 5경기에 출장하며 자신의 자리를 다잡던 중 무릎 부상으로 십자인대가 끊어져 최소 8개월간은 경기에 출장할 수 없게 되었거든요. 한국에서 뿐만이 아니라 이번 시즌 내내 더 이상은 그를 그라운드에서 볼 수 없습니다.

박강조는 직접 자신의 블로그에 자신의 부상 소식을 전하면서도 밝은 모습을 잃지 않았습니다.

"이번엔 부상 후에도 조금은 플레이를 더 할 수 있었고, 걷는데도 문제가 없었는데 8개월의 큰 부상을 입었고, 전에는 걸을 수도 없을 정도로 아팠는데 전치 2일의 작은 부상이었다"며 "부상의 크기와 아픔에는 별 관계가 없는 것 같다"고 큰 부상을 사람 좋게 웃어넘겼죠.

어쨌든 그에게는 큰 고난이 닥쳐왔습니다. 1980년생, 결코 어리지 않은 나이에 입은 부상으로 인한 시즌 종료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습니다. 다시 그를 한국에서 보기는 쉽지 않겠지만 그의 소원대로 다음 시즌에도 빗셀 고베에서 달리는 그를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리고 대전과 고베의 교류전이 계속 이어져 한국의 그라운드에 서는 그를 다시 한 번 더 봤으면 하는 건 그의 플레이를 무척이나 좋아했던 어린 시절이 그리워지는 기자의 바람입니다. 비록 그가 달리는 곳이 그가 좋아했던 성남의 그라운드는 아닐지라도 말이죠.   



김경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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