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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 칼럼] 김연아, '트리플 악셀 없어도 돼!'

기사입력 2008.03.28 10:29 / 기사수정 2008.03.28 10:29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2007~2008 ISU(국제빙상연맹) 피겨스케이팅 세계선수권에 참가하고 돌아온 김연아에게 항상 따라다니는 질문들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 가장 많은 두 가지를 꼽아보라면 바로 라이벌인 일본의 아사다 마오에 대한 의견과 점프 기술 중, 성공 시에 가장 높은 점수가 매겨지는 기술인 트리플 악셀에 대한 질문입니다.

김연아는 그동안 끈질기게 자신을 괴롭힌 부상과 트리플 악셀을 제대로 터득하려면 적어도 1년이라는 기간이 필요한 것을 염두에 두어 굳이 이 기술을 습득하려는 생각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러한 김연아의 의견으로 한동안 잠잠했던 트리플 악셀에 대한 논란이 최근 다시 수면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바로 김연아가 아사다 마오를 평가하며 트리플 악셀이란 기술의 가치를 높이 평가했기 때문입니다.

흔히 공중 3회전 반이라 불리는 트리플 악셀은 여자 피겨선수들에겐 가장 어려운 점프임은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일본피겨계에 본격적인 붐을 가져온 이토 미도리가 완벽하게 시도한 것을 시작으로 해 피겨스케이팅의 ‘악녀’로 유명한 미국의 토냐 하딩도 이 기술을 성공시킨 경력이 있습니다.

또한, 이 기술을 구사하거나 한 적이 있는 현역 선수들을 꼽아보면 이번 세계선수권 우승자인 아사다 마오를 비롯해 나카노 유카리와 미국의 키미 마이스너 등이 있습니다. 그만큼 전 세계적으로도 손을 꼽을 만큼 기술을 구사하는 선수들이 한정돼 있는 것은 이 기술의 어려운 난이도를 증명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보면 이 기술의 거품성도 지적할 수 있습니다. 물론 가장 많은 점수가 주어지는 점프이긴 하지만 피겨스케이팅의 점프 기술들이 여러 가지 콤비네이션(조합)으로 점수가 높아지자 기존에 뛸 수 있는 점프들을 다채롭게 조화시켜 구사하는 방법이 더 실리적인 방법으로 채택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례는 김연아에게서도 보일 수 있지만 김연아 이전에 피겨스케이팅의 1인자로 등극한 크리스티 야마구치(미국)과 미셀 콴(미국), 그리고 2005년 세계선수권 우승자인 러시아의 이리나 슬러츠카야 등도 트리플 악셀로 정상에 오른 선수들이 아닙니다. 또한, 지난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였던 아라카와 시즈카 역시 트리플-트리플 점프 등의 기술 조합으로 재미를 본 선수입니다.

이런 점을 간과했을 때, 물론 트리플 악셀이란 기술의 높은 난이도는 인정할 수 있지만 단지 트리플 악셀의 구사여부로 그 선수의 점프 기술을 평가하는 기준은 될 수 없습니다. 크리스티 야마구치와 미셀 콴, 그리고 슬러츠카야와 아라카와 시즈카가 그러했듯 늘 세계피겨스케이팅 선수들 중에서 정상에 오른 선수들은 한 가지 난이도 높은 기술에 얽매이기보다는 전체적인 기술의 조합과 예술적인 표현력에 집중했습니다.

그리고 피겨스케이팅의 본연적인 면을 생각할 때, 피겨는 2분에서 혹은 5분이 되는 동안 전체적인 기술과 예술의 조합으로 평가가 이루어지는 종목이지 난이도 높은 기술에 연연하는 종목은 더더욱 아닙니다. 이러한 면을 봤을 때 현재 김연아가 부상을 감수해 가면서 트리플 악셀을 정착하는 것은 불필요한 부분입니다.

또한, 트리플 악셀의 구사 여부로 인해 엇갈리는 피겨선수들에 대한 평가에도 문제점이 있습니다. 아사다 마오를 응원하는 많은 일본 팬들을 비롯해 일반적인 피겨스케이팅 팬들은 트리플 악셀을 구사하는 아사다 마오가 그렇지 못한 김연아보다 기술적으로 우위에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피겨를 객관적으로 볼 줄 아는 이들의 시선은 다릅니다.

물론 아사다 마오는 여자선수로선 힘들다는 트리플 악셀을 한 경기에서 두 번씩이나 성공시킨 사례도 있고 점프 기술을 능숙하게 해내는 체력적인 면도 상당합니다. 그러나 점프 기술의 모든 것을 세세하게 짚어봤을 때, 여기서도 김연아가 근소하게 우위에 있다는 점은 많이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우선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는 점프의 정확성에서 차이가 나고 있습니다. 지난 시즌에 점프 기술에 대한 정확한 도약과 착지에 대한 정확한 채점 방식에 논란이 있었지만 그것을 떠나서라도 점프 기술의 항목에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정확하게 구사하는 선수는 김연아를 따라갈 선수가 없습니다.

현재 김연아는 점프기술들 중, 러츠, 플립, 루프, 살코, 토우 등을 모두 트리플로 완벽하게 구사할 수 있는 유일한 선수입니다. 또한, 여기에 다른 선수들보다 높고 경쾌한 더블 악셀까지 포함한다면 김연아의 점프기술은 거의 완성형의 단계에 들어섭니다.

이러한 김연아에 비해 아사다 마오는 트리플 악셀은 구사할 수는 있지만 트리플 살코 점프는 좀처럼 목격할 수 없었으며 도약과 착지를 면밀하게 관찰해보면 아직도 회전수가 부족한 점프를 뛰고 있습니다. 또한, 똑같은 트리플 러츠와 플립, 루프등을 보더라도 김연아의 점프가 훨씬 높고 탄력적인 것 또한 한눈에 느낄 수 있습니다.

이미 김연아의 점프 기술은 가장 정석적이고 교과서적으로 평가를 받아서 국제피겨심판진들의 세미나에서 자료가 되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연기 구성력과 표현 능력, 그리고 세계최고수준으로 평가받는 김연아의 빠른 몸놀림과 경쾌한 스텝까지 가미한다면 김연아의 우위는 더더욱 높아집니다.

그리고 결정적인 것은 바로 점프 콤비네이션의 소화 능력에 있습니다. 이번 2007~2008 시즌을 준비하면서 김연아가 가장 크게 성장한 부분은 바로 여기에 있었습니다. 모든 점프 기술을 소화해낼 수 있는 김연아가 조합해 내는 점프 기술은 궁극적으로 그녀를 세계 최고의 선수로 만들어냈습니다.

특히 트리플 플립-트리플 토우와 트리플 러츠-더블 토우-더블 루츠로 이루어지는 김연아의 점프 기술 조합은 크리스티 야마구치와 미셀 콴도 이룩하지 못한 완성형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렇게 김연아는 트리플 악셀 없이도 무결점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아사다 마오의 연무가겸 코치인 타티아나 타라소바는 아사다 마오가 100%의 실력을 발휘한다면 언제나 마오가 김연아를 이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좀더 객관적인 기준을 매겨본다면 오히려 실수 없이 완벽한 연기를 펼친 김연아를 이길 선수는 마오는 물론이거니와 현재로선 아무도 없다는 것이 결론입니다.

이번 세계선수권은 심판 진들의 일관성 없는 채점방식에도 문제가 있었지만 제대로 연기를 하기엔 너무나 무리가 따랐던 김연아의 몸 상태가 영향을 끼친 부분도 적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마오가 트리플 악셀을 성공시킨다고 해도 규정에서 어긋나는 회전수가 부족한 점프 기술을 수정하지 않은 채, 점프 기술들의 조합과 전체적인 표현력과 연기력에서 김연아 이상의 발전을 가져오지 않는다면 공정한 채점이 이루어졌을 시엔 오히려 트리플 악셀을 구사하지 않는 김연아가 이길 확률이 더더욱 높습니다.

트리플 악셀 구사여부에 따라 기술은 마오가 우위고 예술적인 면은 김연아가 위라는 고정된 시선은 이제 바뀌어야 할 것입니다. 지금까지 자신이 노력한 결실이 트리플 악셀보다 더욱 값어치가 있는 것을 알기에 김연아와 전담코치인 브라이언 오서는 트리플 악셀에 연연하지 않는 것입니다.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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